국고채 4%대 진입 초읽기, 무제한 유동성 공급은 긍정 신호
코스피지수가 연저점을 경신했다. 막판 반전에 성공한 뉴욕증시가 4% 올랐고 일본 닛케이지수가 3% 가까이 상승했지만 코스피시장은 '왕따'를 면치 못했다.
-126.5포인트(-9.44%)에 달했던 전날의 사상최대 폭락은 아니었지만 개장가(+2.58%)에서 저점(-3.86%)까지 장중 6.44%의 급락은 취약성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장초반 전날 폭락에 대한 반발이 이뤄지는가 했으나 결국 시총비중이 미약한 섬유의복, 비금속광물, 의료정밀, 통신 업종만 플러스를 기록했을 뿐이다.
한화(115,100원 ▲1,400 +1.23%),한화석화(38,150원 ▼900 -2.3%)가 하한가로 추락하고현대중공업(371,500원 ▼3,500 -0.93%)이 -11% 폭락한 것은대우조선해양(122,000원 ▼6,000 -4.69%)인수에 대한 적나라한 시장 반응이었다. 전날 가까스로 하한가를 모면했던하나금융지주(112,400원 ▲2,700 +2.46%)가 결국 하한가로 돌입했고,GS건설(28,000원 ▲750 +2.75%),대림산업(62,700원 ▲3,200 +5.38%)은 이틀 연속 하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코스피지수가 1100대로 내려앉으면서 1000선 붕괴도 머지않았다는 비관론이 팽배해졌다. 기관자금의 환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복잡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체계에 '핵폭탄'이 숨겨져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증시 2차 대폭락을 염두에 두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무엇보다도 전날 미증시의 급반전에 대한 믿음이 전무해진 게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무제한의 유동성 공급조치를 밝히면서 주초 11% 폭등했던 미증시가 다시 추락하는 것을 목격한 이상 주가 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면서 보유물량 처분 기회로 삼겠다는 확신만 굳히는 꼴이 됐다.
금융위기의 끝이 어디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실물경기 지표가 사상최악으로 드러나자 그동안의 인내심이 모두 사라졌으며, 손실규모를 따지지 않은 채 건질 수 있을 때 무조건 현금을 확보하자는 투매가 추세로 굳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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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의 실물분야 파급을 막기 위해 정부가 19일 발표 예정인 종합대책을 봐도 성에 차지 않는다. 청와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이 머리를 맞대고 내놓는 대책이란 게 약발이 크지 않을 것으로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선제적으로 단호하게, 또 충분하게"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작금의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이 높은 상태다.
결국 미증시가 떠도 불신을 씻을 길이 없고 빠지면 빠지는대로 코스피시장이 충격을 받을 것은 자명한 일처럼 돼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흐른다면 해답은 없다. 주가 바닥이 요원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확산될수록 자산처분과 현금확보 욕구는 더욱 거세지고 시장은 악순환의 연쇄반응을 보이면서 나락의 길을 재촉할 뿐이다.
하지만 자금시장 동향에서 한줄기 빛이 생기고 있다.
이날 3년 및 5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각각 5.03%와 5.08%로 거래를 마치며 4%대 진입이 초읽기에 몰리고 있다. 국채선물도 108.16으로 급상승하며 지난 5월7일 이후 처음 108선 위로 올라섰다.
금리 하락을 불경기의 거울로 볼 수도 있으나 금리를 낮추는 것은 위기 해결의 기본이다. 확보한 현금을 굴릴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는 높아지 게 마련이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고 있으나 글로벌 차원의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지구촌에 돈이 넘치게 되면 자산가격은 상승탄력을 받기 시작할 수 있다.
수천억달러, 심지어 수십조달러에 달할 지 모른다는 글로벌 파생상품 손실 추정액에 비해 수백억달러에 불과한 개별 금융기관의 부실상각과 자본확충은 사실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부실을 깨끗이 정리하고 새출발을 하자는 것은 말이 좋을 뿐 글로벌 공조를 통해 만든 몇조달러의 자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자본주의, 시장주의의 몰락이라는 오명까지 쓰고 살생부를 정하는 일조차 만만치 않다. 일단 시스템 붕괴를 모면하려면 거래상대방 리스크를 따지지 않을 정도까지 유동성을 넘치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나중에 엄청난 후유증을 겪는 한이 있어도 당장은 유동성 공급의 속도와 규모를 크게 늘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모래에 물을 뿌릴 때 한동안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땅속 깊이까지 물이 스며든 뒤에는 물이 차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간이 약이라는 얘긴데 그동안 주가가 얼마나 더 하강할 것이며 그런 고통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는 감내하기 어려운 숙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