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주도력 둔화, 기관 매매에 주목할 때
입추다. 아직까지 기온은 높고 날씨도 후덥지근하지만 절기상으로는 이제 가을로 접어들었다. 여름이 끝난 것이다.
짜릿한 서머 랠리를 즐겼던 증시도 열기가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들은 동시호가를 통해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며 17일째 순매수 행진을 벌였지만 매수 강도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코스피지수도 막판 역전에 성공했지만 상승폭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글로벌 증시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이 이틀째 하락했고 미국 증시도 연이틀 약세로 마감했다.
◆외국인의 패는 노출됐다?= 외국인의 움직임이 증시의 최대 화두 중 하나다. 기록적인 수준으로 진행되던 외국인 전날 외국인들의 모습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매도 공세를 펼치던 장중에 매도강도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대량으로 매도할 생각이 없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한가지는 팔아도 사 줄 수 있는 매수 세력이 없다는 점 때문일 수도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두 가지 해석 모두 맞다고 분석하고 있다. 7월 중순 이후 기록적으로 증가한 외국인 매수는 글로벌 경기 회복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주식 비중을 빠르게 늘리던 작업이었다. 외국인 매수세 둔화는 이제 그 비중 확대 작업이 일단락되는 과정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물론 단기적인 폭식은 일단락됐다고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한국 시장에서의 매수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대세다.
그렇다면 단기적인 이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은 있을까. 증시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증시의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기도 하지만 팔아도 사 줄 세력이 없다는 점도 이유다. 전날에도 외국인이 매도할 때 개인도 동반 매도에 나섰다. 기관이 매수했지만 기관의 실질적인 매수였다기 보다는 프로그램을 통한 기계적 매수였다. 전날처럼 선물을 매수해 베이시스를 호전시키고 프로그램 매수를 유입시킨 후 프로그램에 대고 매도할 수는 있지만 정공법은 아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투자자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주식을 안 사느냐는 말을 한다"며 "외국인도 자신들이 팔 경우 받아줄 세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대량 매도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는 기관을 주목할 때= 최근 증시 급등을 이끌었던 가장 큰 동력이 외국인의 기록적인 순매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매수세의 둔화는 증시의 상승 강도 또한 둔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최근 증시의 움직임은 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도주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이 17일째 코스피시장에서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지만 IT에 대해서는 18일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그렇다고 급락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조정이 오더라도 지난 5~6월과 같은 기간 조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설사 큰 조정이 온다고 하더라도 그 때 대응해도 늦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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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지수를 보지 말고 종목을 볼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여기서 추가로 올라봐야 큰 폭은 아닐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고 급락이 올 가능성도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지수 예측보다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종목 찾기가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서 기관을 주목해야 한다는 할 필요가 있다. 기관은 외국인 주도로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돌파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외국인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소외돼 왔다. 그 동안 수익률 관리도 쉽지 않았다.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둔화되는 시기, 기관은 다시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수익률 게임을 벌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시점이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매를 추종하는 것이 투자전략의 주류임에는 이견이 없지만 역발상으로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기관이 사는 종목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과거 2005년 당시에도 외국인이 파는 와중에 기관이 매수한 종목들의 수익률이 좋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최근 일주일간 투신의 매수 상위 종목 중에는대우증권(61,500원 ▼1,700 -2.69%), GS,대림산업(64,300원 ▲1,600 +2.55%), 동부화재,고려아연(1,473,000원 ▼8,000 -0.54%), 한솔제지 등이 눈에 들어온다고 밝혔다.
기관의 매매 전략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기간 조정이 온다면 그동안 대형주에 비해 약세를 지속했던 중소형주가 갭 메우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IT, 자동차 업종 등이 실적 개선을 모멘텀으로 강하게 상승했지만 부품이나 장비업체들의 수익률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려해 볼 만한 투자전략이다. 강성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3분기 이후 호실적이 기대되고 저평가돼 있는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를 권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