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과 기무라 타쿠야, 그리고 정주영 ·정몽구 부자

원빈과 기무라 타쿠야, 그리고 정주영 ·정몽구 부자

이항영 MTN 전문위원·안정숙 MTN 작가
2010.08.2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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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찾아라 영화속 대박종목/ <화려한 일족>과 현대제철

[편집자주] 주식 탐구 25년 경력의 이항영 MTN 전문위원과 주식으로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에도 열두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주식초보이자 영화광인 안정숙 MTN 작가가 '영화 속 한켠에 숨어있는 대박 종목을 찾겠다'며 의기투합했습니다. 최신 영화는 물론 고전영화와 하이틴 무비, 미드와 일드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트렌드를 읽어내고 돈 되는 정보를 캐냅니다.

영화 <아저씨>를 봤다. 제목 그대로 등장인물 대부분이 아저씨였다. 그러나 딱 한사람 아저씨가 아닌 이가 있었으니 아저씨라 부르기엔 차마 입이 안 떨어지는 그, 꽃미남 총각 원빈이었다.

아무렇게나 기른 더벅머리도 원빈이기에 엣지 있는 스타일로 보였고, 영화 내내 입었던 까만색 양복도 그이기에 지루하지 않았다. 원빈이 주인으로 있는 전당포라면 아무리 허름하고 위험해도 세간살이 모두 맡길 수 있으리라.

영화를 보는 내내 원빈만 보였다. 의지할 곳 없는 소녀 소미와 아내와 아이를 잃고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전당포 아저씨 태식과의 다소 무리수를 둔 우정도 좋다. '2% 아쉬운 스토리지만 그래도 액션은 괜찮네'라는 애매모호한 평가도 군말 없이 넘기자. 대신 물 오른 그의 연기와 30대 중반을 향해 가면서도 시들지 않는 미모(?), 여기에 이제는 원톱 배우로 불려도 손색없는 원빈의 존재감만 느낀다 해도 <아저씨>는 충분히 성공한 영화다.

◆<아저씨>의 원빈과 <화려한 일족>의 기무라 타쿠야

장황하게 원빈이야기를 늘어놓긴 했지만 사실 오늘은 드라마 얘기를 하려고 한다. 그것도 옆 나라 일본 드라마, 소위 '일드'라고 부르는 거 말이다. 그러면 왜 원빈이야기를 꺼냈냐. 그 일드의 주인공이 바로 일본의 원빈으로 불리는 기무라 타쿠야이기 때문이다. 기무라 타쿠야의 빛나는 외모에 가려져 있던 더 빛나는 연기력을 볼 수 있는 작품 <화려한 일족>이 오늘의 주인공 되겠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 무관심한 이들에게도 기무라 타쿠야는 결코 낯선 이름이 아닐 것이다. 1990년대 초 혜성같이 등장해 20년 넘게 일본은 물론 아시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 그룹(지금은 미중년 그룹) SMAP의 멤버로 원빈을 닮은 외모가 화제가 됐었기 때문이다.

당시 '원빈이 기무라 타쿠야를 닮았나, 기무라 타쿠야가 원빈을 닮았나'를 두고 말들이 많았는데, 기무라 타쿠야가 5살 많은 형으로 밝혀지면서 원빈이 기무라 타쿠야를 닮은 걸로 결론이 나기도 했었다.

아무튼 기무라 타쿠야는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도 곧잘 해 하느님은 공평하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는데 일본 드라마 사상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그 드라마중 하나가 바로 2007년 TBS를 통해 방영된 <화려한 일족>이다. <화려한 일족>은 <하얀거탑>으로 잘 알려진 작가 야마사키 토요코의 작품으로 대재벌 만표(万俵) 가문을 통해 일본 경제의 격동기를 극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만표그룹의 전신인 한신은행의 구조조정 과정과 그 틈새에서 희생되는 한신특수제강 이사인 아들, 만표 텟베이(기무라 타쿠야)와의 갈등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정경유착으로 진행됐던 당시 일본 은행들의 M&A와 대표적인 기간산업, 제철업의 이모저모가 자세히 묘사돼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제철산업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공부하는 차원에서라도 이 드라마를 꼭 한번 보길 바란다.

아무튼 드라마 속에서 텟베이가 운영하는 한신특수제강은 제국철강으로부터 선철을 공급받아 철 가공품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제국철강의 횡포로 선철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자 텟베이는 선철을 직접 만들어 내는 고로 건설에 목숨을 걸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이와 똑같은 이유로 고로사업에 사활을 건 이가 있었다. 바로 고 정주영 회장이다.

◆정주영·정몽구 부자와 현대제철 고로의 꿈

건설, 자동차, 조선을 그룹의 축으로 삼은 고 정주영 회장은 선철을 제공하는 와의 협상에서 항상 불만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텟베이와 마찬가지로 철강제품의 안정적 공급처를 스스로 확보하는 고로건설에 애착을 가지게 했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고로 확보를 위한 노력은 국내외의 압력으로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그 꿈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에 이르러서야 이뤄지게 되었다.

일본에서 이 드라마가 한창 방영되던 2007년. 대한민국 당진에서는 현대제철(34,950원 ▲2,800 +8.71%)의 고로 건설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정몽구 회장의 관심도 대단해서 일주일에 평균 2∼3일씩 현지에 내려가 공장건설과 설비를 점검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현대제철이 고로를 완공하고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한 것은 2010년 올해지만 고로사업에 대한 꿈은 이미 30년전부터 이어져오고 있었던 것이다.

당진 고로에 대해 당초 증권업계는 올 3분기 중에 손익분기점에 이를 것으로 보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러나 결국 2분기에 수익을 실현하게 됐는데 가동률 상승, 제품가격의 인상추세로 마진율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2012년까지 현대제철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고로사업의 비중은 약 35%,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 정도로 예상된다고 한다. 현대제철의 2기 고로는 11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상당수의 증권사가 1기 고로의 양호한 수익성과 2기 고로 기대감으로 현대제철의 목표가를 상향 조정한 상태다.

이제 현대제철은 포스코와 직접 비교도 가능해졌다. 푸루덴셜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를 합산한 기준으로 포스코대비 매출은 약 56%, 수익성 지표는 30% 수준으로 나온다. 그러나 2010년 8월 현재 현대제철의 시가총액은 여전히 24% 수준으로 최소한 1/3 수준은 가야한다는 판단이다.

현대제철, 웬만한 투자자라면 한번씩은 매매를 해봤을 것이다. 주가도 많이 올랐는데 최근 2년 동안 100%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정작 그만큼의 수익을 낸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적게는 3∼4%, 많아야 10∼20% 정도 수익을 내고 만족했을 것이다. 이유는 주가가 많이 올랐다, 혹은 떨어졌다라는 식의 가격논리로만 접근했기 때문이다.

철강, 제철과 같이 무거운 주식을 매매할 때 중요한 것은 하루하루의 주가 흐름이 아니라 그 산업의 속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아무리 전기로와 고로의 차이를 설명하더라도 일반 투자자들이 알기란 쉽지 않다.

조그만 시황변동에도 크게 휘청거리는 차트분석보다는 산업에 대해 공부하고 업황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제철회사에서 일하지 않는 이상 이 또한 쉽지 않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간접경험이다. 하루종일 차트만 보고 있다고 해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 때로는 드라마 한편, 영화 한편을 보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은데 <화려한 일족>이 바로 그런 드라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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