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이사, 장기수익률 원칙지키니 업계 '빅3'

올 이머징시장 국공채펀드 유망, 수탁액 1위보다 질적으로 1위 목표
2009년 5월 자산운용업계의 시선을 모은 '사건'이 발생했다. 독립운용사 대표가 KB금융그룹 계열 대표이사로 발탁된 것. 주인공은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이사다.
조 대표는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외환·채권딜러로 활약하다 1999년 설립 3개월밖에 안된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을 투자자들과 함께 인수하면서 운용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가 '한 가닥 한다'는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운용철학 덕분이다. 남의 자산을 맡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에게 어찌보면 기본적인 덕목이지만 그는 단 하루도 이를 잊은 날이 없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은 물론 간접투자시장에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바람이 거세게 불 때 KB자산운용은 이에 흔들리지 않고 기존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했다. 결국 '차·화·정'이 정반대 방향으로 갔을 때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조 대표는 KB금융그룹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업계 중위권을 맴돌던 KB자산운용을 3년도 안돼 업계 '빅3'로 올려놓았다. 그 사이 KB자산운용의 설정액은 25조원(일임 포함)까지 불어났고 연금·펀드를 비롯해 다수의 펀드가 수익률 1위 또는 상위에 올라 있다. 그를 최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나 지난 3년 간의 변화와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KB자산운용을 이끈 지 3년이 다 돼가는데, 소회가 있으시다면.
▶정말 바쁘게 3년을 보낸 것같습니다. 독립자산운용사와 달리 대형은행계 종합자산운용사는 비즈니스라인이 참으로 다양합니다. 주식, 채권을 비롯해 파생, 부동산, 인프라 등 다양한 자산을 운용하고 있어 여유가 없지요. 상품운용 외에도 금융그룹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일도 적잖습니다.
―KB자산운용을 맡은 후 어떤 변화들이 있었습니까.
▶지난 3년간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국내 주식형부문입니다. 펀드라인업을 글로벌 표준에 맞게 정비하고, 수익률 제고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덕분에 여타 운용사들은 대부분 수탁액이 줄었지만 우린 뛰어난 성과가 지속되면서 되레 늘어났습니다. 취임 당시 국내주식형 수탁액이 2조원대 초반이었는데 지금은 5조원을 넘어섰고 시장점유율도 2%에서 7%로 5%포인트 가까이 높아졌습니다.
―최근 머니투데이를 포함해 국내외 기관에서 각종 펀드대상을 휩쓸었습니다. 비결이 있으시다면.
▶운용사의 핵심은 '우수한 장기수익률'을 내는 데 있습니다. 좋은 수익률을 올리려면 좋은 인력을 갖춰야 하고, 그들이 소신있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CEO(최고경영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의 PICK!
펀드를 평가할 때나 사람(매니저)을 평가할 때 최소 3년 정도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지난해 상반기에 '차·화·정' 쏠림이 심했을 때 전반적으로 운용성과가 저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추종매매'를 하지 않고 기존 포트폴리오를 유지해 결과적으로 시장을 이기는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직접 운용에 참여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신 적은 없습니까.
▶그런 일은 없습니다. 저는 주어진 시간의 10% 정도만 시장을 분석하는데 할애할 수 있습니다. 매니저들은 시간과 열정의 100%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들이 소신껏 운용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요즘 노후를 걱정하는 이가 많습니다. 그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대부분 연기금으로 노후를 준비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연기금의 운용자산에서 주식관련 상품비중이 너무 낮다는 점입니다. 연금은 초장기 투자상품이어서 상당부분 주식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적정합니다. 미국은 과거 30년간 주식이 연평균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우리도 외환위기 이후 연평균 10% 이상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연기금과 연금상품은 편안한 노후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인프라펀드 수익률도 높던데, 현재 어떤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신가요.
▶인프라사업은 도로나 항만, 철도 등을 만들고 운용하면서 민간으로부터 사용료를 받는 BTO와 상하수도나 학교, 군부대시설 등 비상업적인 시설들을 만들어서 정부에 임대하는 BTL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최근 신재생에너지나 환경시설과 관련한 분야도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KB자산운용은 3가지 방식을 모두 운용하는데다 규모는 5조원에 달합니다.
―수익률은 어떤가요.
▶인프라펀드는 투자기간이 20년 이상인 장기 투자상품입니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투자결정이 쉽지 않고 대부분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기관고객이 투자합니다. 수익률이 연 7% 이상 나와 기관투자가들 입장에선 좋은 투자처죠.
―증시가 단기 급등하다보니 개인투자자들이 고민스러워 합니다. 올해 어느 펀드에 주목해야 할까요.
▶이머징시장(신흥시장)의 국공채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주식형보다 변동성이 낮으면서도 국내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통화가치 변동이 변수지만 장기적인 금리메리트를 감안한다면 좋은 투자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펀드환매 등으로 간접투자시장의 '레벨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선 투자문화가 바뀌어야 합다고 봅니다. 여전히 많은 투자자가 주식을 단기투자상품으로 인식하는 게 사실입니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에서도 투자기간이 너무 짧습니다. 조금 오르면 환매하고 다시 가입하는 식으론 장기투자를 이길 수 없습니다. 단기매매에 치중하는 극단적인 위험선호 투자자들과 함께 주식을 극도로 꺼리는 초안정형 투자자가 많은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KB자운용의 중장기 비전은.
▶직원들에게 항상 '질적으로 1등 회사가 되자'고 강조합니다. 주식, 채권, 인프라 등 여러 분야에서 질적 1위가 된다면 양적 1위는 시점이 문제겠지만 자연스레 따라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탁액 목표보다 이 점을 직원들에게 주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