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법원에 선임 요청… 오너일가 '경영권유지' 의혹 확산

동양그룹 계열사인동양네트웍스가 김 철 대표(38)를 법정관리 관리인으로 선임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는 동양그룹 법정관리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된 인물이어서 관리인 선임을 둘러싸고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동양 '75년생 예술학도'에게 구조조정 맡겼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양네트웍스는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관리인으로 김 대표를 선임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네트웍스는 조만간 김 대표의 법정관리인 지정을 공식 요구할 계획이다.
동양네트웍스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티와이머니대부(현 회장 지분율 80%)가 최대주주(29.73%)로 오너 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실상의 가족기업이다. 현 회장의 장남인 현승담씨가 지난 6월 대표로 선임돼 김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로 돼 있다.
법정관리 신청 후 해외 출국설이 나돌고 있는 승담씨는 4개월 여 만에 동양네트웍스 대표직을 사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동양네트웍스 법정관리 대표자심문에도 단독 출석한다.
김 대표는 동양그룹 내부에서 그룹 구조조정과 법정관리 결정에 관여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1975년 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중퇴한 김 대표는 승담씨를 중심으로 한 그룹 후계구도에 깊숙이 관여하고 자산 매각, 법정관리 의사결정 등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김 대표의 법정관리인 지정과 승담씨의 대표직 사퇴 등 일련의 과정을 오너 일가의 전략적 행보로 풀이하고 있다. 현 회장은 "경영권은 이제 아무 의미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동양네트웍스를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징후가 뚜렷해서다.
동양그룹 창업주 고 이양구 회장의 부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법정관리 신청 전 동양네트웍스에 증여키로 한 오리온 주식이 여전히 무상대여 상태로 남아 있는 것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이 이사장은 법정관리 신청 직전인 지난 달 24일 동양네트웍스에 무상대여했던 오리온 주식 15만9000주(2.66%)를 증여로 바꾼다고 밝혔다. 그룹의 유동성 위기 극복과 구조조정에 동참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동양네트웍스가 지난 1일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까지 증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양네트웍스는 "증여를 위한 관련 절차가 필요한 데 급박하게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면서 중단됐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법정관리 개시 결정 이후 이 이사장이 최대 채권자로 올라서고 회생 과정에 오너 일가가 관여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동양네트웍스는 은행 차입금이 200억 원 남짓에 불과하고 내년 하반기에 갚아야 할 회사채 규모도 100억 원에 불과하다"며 "이 이사장의 최대 채권자의 지위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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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결정을 지켜봐야 하지만 김 대표의 관리인 지정 과정에선 적지 않은 논란이 일 전망이다. 2006년 도입된 통합도산법의 기존관리인유지(DIP) 제도에 따르면, 부실 책임이 크지 않고 경영 능력이나 경력에 큰 하자가 없을 경우 기존 대표가 관리인으로 선임된다. 하지만 동양그룹 채권단은 기존 경영진의 관리인 선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법원에 전달할 계획이다. 동양네트웍스의 경우 200억 원 남짓의 은행권 여신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