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전국 17개 시도 단위별로 집결···투자자 협의체 구성해 3차 청와대 집회 검토
"동양증권의 완전사기 판매를 인정하고 정부는 개인투자자 보호에 앞장서라."
동양증권에서 판매한 동양그룹 계열사 채권, 기업어음(CP)등에 투자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개인투자자 수천 명이 9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 집결했다. 지난 3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피해를 보상하라며 규탄 시위를 가진 이후 두 번째다.
동양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금감원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감독당국이 동양증권의 사기판매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지고 조속히 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경섭 동양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동양 사태는 사실상 금융당국의 묵인 하에 기업이 서민을 상대로 금융사기를 친 것이나 다름없다"며 "금융당국은 이들의 사기행위를 그대로 방치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주최 측 추산으로 총 2000여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금감원 주변에는 경찰 9개 중대 700여명과 경찰차 10여 대, 구급차 등이 배치됐다.
서울 부산, 강릉 등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인 투자자들은 각 지역에 위치한 증권사에서 모여 버스를 대절해 집회 장소로 집결했다. 동양증권에서 마련해 준 버스를 타고 집회 장소로 모였다는 투자자들도 있었다.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한 목소리로 동양증권 직원들의 불완전판매와 금감원의 관리 부실에 대해 성토했다.
이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 도쿄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배윤씨는 "동양증권 직원이 채권이라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계약서 한 장 없이 계약을 해버렸다"며 "사태가 이 지경이 된 이후에도 직원은 미안하다는 말만하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배 씨는 지난해 여름 동양 계열 채권에 2000만원을 투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투자자도 "동양증권 직원이 상품에 가입하라고 하면서 동양 그룹 계열사에 투자하겠다는 얘기를 한 이후 어떤 계열사에 투자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며 "이는 불완전판매가 아닌 사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동양의 대국민 사기극을 즉각 엄벌하라' '경영진의 꼼수를 금감원은 처벌하라' '금감원의 직무유기 책임져라' '현재현을 구속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긴 시간 자리를 지키며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오열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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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측과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집회장에는 최수현 금감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와 "금감원장 나와라"라는 구호가 30여 분간 울려 퍼졌다. 연단에 선 한 투자자는 "금감원장이 건물 안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밖에 나와서 투자자들에게 해명하고 대책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금감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비대위는 금감원이 피해자 대표를 구성해서 면담을 요청할 경우 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즉각 협의체 구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현장에서 비대위 대표를 맡고 있는 이 대표를 피해자 대표(가칭)로 추대키로 결정했다.
협의체 구성이 완료되면 투자자들은 조만간 대규모 3차 집회에 나설 계회이다. 협의체는 동양사태 해결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다음 집결지를 청와대 앞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