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물 같은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 있는 곳 아닌가요?"
수조원의 자금을 굴려 기업을 사고파는 사람들. 기업을 인수한 뒤에는 피도 눈물도 없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이들. 위험한 투자의 대명사. 사모펀드(PEF)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일 것이다.
국내에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12년째다. 그동안 국내 사모펀드는 충실하게 성장했다. 총 출자약정액은 58조원까지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PEF에 의해 약 7조원 규모의 홈플러스 매각이 성사되기도 했다. 질적으로 양적으로 국내 사모펀드의 활동범위와 역할이 눈에 띄게 커졌다.
평가는 엇갈리겠지만 그동안 사모펀드가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에 투자를 통해 숨통을 터주고, 한계기업을 인수한 뒤 본궤도에 올려놓는 역할을 하면서 사모펀드의 필요성을 직접 증명했다.
할리스커피, 동양매직처럼 오히려 사모펀드가 인수한 뒤 고용을 늘리고 실적 향상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 사례도 적잖다. 동양매직은 꾸준히 고용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할리스커피는 200명 정도였던 직원이 600명 이상으로 3배 정도 늘었다.
물론 사모펀드가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만 한 건 아니다. LG실트론으로 대표되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있었고, 최근에는 씨앤앰 투자로 인한 디폴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투자에 자금을 댄 연기금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손실이 불가피하다.
프랜차이즈처럼 소비자를 상대로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를 사모펀드가 인수한 뒤 가격인상을 통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손익구조가 개선되는 것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 가격인상으로 느껴질 수 있어서다.
공과가 있겠지만 IB(투자은행) 시장을 취재하면서 만난 사모펀드 관계자들은 괴물이라기보다는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었다. 이들도 밤을 새워 수많은 자료를 모으고 철저한 평가를 통해 기업 가치를 산정하고, 딜(거래)을 성사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일이 틀어질 경우 괴로워했다.
다만 '사적인 투자'라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다보니 괴물 같다는 오해가 생긴 건 아닐까. 사모펀드가 국내 경제에 빛과 소금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신이 있다면 더 이상 꽁꽁 숨어만 있을 이유는 없다.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만 진짜 모습을 알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