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 신드롬으로 게임 마니아들은 물론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흥분하고 있다. 포켓몬 고 출시로 대박이 난 곳은 닌텐도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닌텐도의 주가는 출시직전인 6일 대비 93%가 올랐고 시가총액은 3조9356엔(약 42조1000억원)으로 20조원이 증가했다.
닌텐도의 급등으로 이 주식에 투자한 헤지펀드들도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 가운데 10억 달러 규모의 홍콩 소재 헤지펀드인 오아시스 매니지먼트는 투자금의 약 4%를 닌텐도에 투자해 수천억 달러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 매니지먼트가 주목받는 것은 높은 성과뿐만 아니라 현재의 닌텐도를 있게한 세스 피셔 대표의 노력때문이다.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피셔 대표는 닌텐도 지분을 2013년 처음 인수했다. 이후 3년동안 그는 지속적으로 공개 서한, 대중 프레젠테이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기존의 콘솔 게임 사업에만 갇혀 모바일 게임 사업에 진출하기를 꺼려하는 닌텐도를 압박해왔다.
피셔 대표는 콘솔 게임 시장에 비해 모바일 게임 시장의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점, 닌텐도를 통해 슈퍼마리오나 돈킹콩 등의 콘솔 게임을 즐겼던 세대들이 이제는 모바일 게임으로 옮겨갔다는 점 등의 논리를 들어 닌텐도를 설득하는데 성공,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닌텐도와 오아시스 매니지먼트의 경우 기업 가치를 높여 헤지펀드가 수익을 낸 윈-윈(Win-Win)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모든 행동주의 펀드의 사례가 이처럼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국내 정서상으로는 오히려 '기업사냥꾼'이나 '단타 투자자'로 인식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 성장률이 과거대비 정체됐고 누적된 현금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치를 활용한 자기자본이익률(ROE)의 개선속도가 더뎌지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다.
반면 현재 국내기업들은 경영권 승계의 갈림길에서 많은 2, 3세 경영진들이 신규사업 진출 등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있다. 성장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신선한 시각과 조언이 필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에서도 기업가와 투자자 모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의 출현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