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덩치를 키우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느냐를 먼저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요. 초대형IB로 허용되는 업무나 규제 완화가 대규모 증자를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당근일까요"
정부가 증권사 자기자본 기준 3조원, 4조원, 8조원으로 초대형IB 기준을 두고 신규업무 등 단계별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한 데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시장에서 언급됐던 법인지급결제 허용이나 예금자보호상품 허용 등의 규제 완화는 빠져 기대치에 못 미친데다 대규모 증자를 할 만큼의 메리트 있는 규제 완화책인지도 의문이란 지적이다. 다자간 비상장주식 매매, 중개업무나 부동산 담보 신탁 등 신규 업무의 경우 추가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지만 대규모 자본을 확충할만큼의 인센티브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증권사들의 대형화나 증권업계 구조 개편 등의 영향은 분명 나타날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인 의지가 충분히 드러났고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자기자본 10조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 육성을 유도하겠다는 목표도 확실히 표명했다.
4조원, 8조원이라는 기준에도 정부의 고심이 옅보인다. 가시적인 후보군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당장 4조원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후보군으로 꼽히는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의 증자나 M&A(인수합병) 가능성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고 8조원 기준이 가능한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대우 합병법인의 움직임도 눈길이 쏠린다. 덩치를 늘려야 하는 증권사들이 있는만큼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하이투자증권 인수전 흥행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책 의지와 방향만으로 주식 중개에 집중된 단순한 사업구조나 차별성없는 가격경쟁 등 해묵은 증권업계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시각은 없다. 지난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가 시행된 이후 증권사들은 정부가 유도한 기업금융 활성화보다는 ELS(주가연계증권)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을 확대 등을 통해 손쉽게 돈을 버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앞서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 인수전이 치열하게 전개됐던 것은 정부가 제시한 자기자본 기준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시장 경쟁에서 밀리면 안된다는 증권사들간의 절실함 때문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타이트한 규제 아래 자본 규모에 따라 일부 규제를 풀어주고 신규 업무를 허용한다고 해서 차별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규제를 전향적으로 풀고 경쟁을 강화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