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시장 몰리는 개인투자자…10개 중 4개 적자 '투자주의보'

장외시장 몰리는 개인투자자…10개 중 4개 적자 '투자주의보'

김도윤 기자
2018.04.10 16:00

개인거래비중 90% 이상인 K-OTC 거래대금 1년새 5배↑…자의적 요건에 부실기업 수두룩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장외주식시장)에 유입되는 개인투자자 자금이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거래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이 적자를 내고 있어 투자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6개 기업 중 52개, 적자=10일 본지 조사에 따르면 현재 K-OTC에서 거래 중인 116개 기업 중 52개가 영업손실 혹은 순손실을 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적자기업의 비중은 44.8%인데 이는 K-OTC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종목별 최근 재무제표(2016년)를 기준으로 했다. 116개 기업 중 연간 매출액이 10억원 미만인 곳은 8개, 자기자본이 10억원 미만인 곳은 5개다.

K-OTC는 2000년 개장한 장외주식시장이다. '제3시장'이란 이름으로 출범했고, 2005년 '프리보드'로 이름을 바꿨다. 2014년 지금의 이름으로 확대 개편했다.

K-OTC 시장은 올해 주식 양도소득세 면제 등 호재를 맞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억원보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4년 K-OTC 시장 출범 뒤 누적거래대금은 1조원을 넘어섰다. 현재 전체 종목의 시가총액은 15조원 이상이다.

올해 '테슬라 요건'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카페24처럼 K-OTC에서 스타종목이 등장한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누스 등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일부 기업의 주가 상승세도 가파르다.

다만 코스피와 코스닥보다 거래되는 종목의 안전성은 부실하다는 평가다. K-OTC 시장 진입요건은 감사의견 '적정', 매출액 5억원 이상, 전액자본잠식이 아닐 것, 정관상 주식양도에 제한이 없을 것 등이다.

매출액 5억원을 넘으면 일부 자본잠식 기업도 진입할 수 있다. 시장 진입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등 평가를 거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된 기업이나 재무건전성을 갖추지 못한 기업도 일부 눈에 띈다.

K-OTC 진입 이후 해제 요건은 더욱 간소하다. 실적 기준으로 연간 매출액 1억원, 반기 매출액 3000만원 이상이면 해제 요건을 벗어난다. 일각에선 퇴출 요건이 자의적인 데다 부실기업의 거래를 제한하는 장치로 비교적 허술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00년 이후 354개 퇴출…"공시 보고 투자해야"=K-OTC 거래 기업은 연간 두 차례 이상의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종종 확인된다.

실제로 2000년 장외주식시장 개장 이후 정기공시서류 미제출 사유로 퇴출된 기업은 83개다. 이를 포함해 법률에 의한 해산사유 발생 등으로 퇴출된 전체 기업은 354개다. 현재 거래되는 기업보다 약 3배 많다.

이 가운데 13개 기업은 전액자본잠식, 19개 기업은 최종부도나 은행과 거래 정지 사유로 퇴출됐다. 반면 2000년 개장 이후 장외주식시장에서 코스닥 등 다른 증권시장 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15개다.

더구나 K-OTC 종목 거래는 증권계좌를 보유한 개인투자자 누구나 코스피, 코스닥처럼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K-OTC 시장은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이 90%를 훌쩍 넘을 정도로 투자자 쏠림 현상이 심하다. 기관투자자 등의 안정적인 수급이 뒷받침되지 못한 상황에서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IPO 시장 활황을 맞아 K-OTC에서 거래되면서 코스닥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외종목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다만 일부 기업의 경우 재무건전성이나 사업안정성 등에서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는데도 거래량이 대폭 늘어나는 사례가 있어 선의의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까봐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K-OTC 주식을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과 같은 종류의 주식으로 생각하고 투자에 임할 수 있지만, 시장 운영 주체나 의무사항, 자격요건 등에선 차이가 많이 난다"며 "K-OTC를 운영하는 금융투자협회가 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K-OTC는 무분별하게 개인끼리 거래하는 사설 장외시장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담보하기 위해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것"이라며 "일부 종목의 거래에 대해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부정거래예방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장외에서 거래되는 종목의 경우 무엇보다 사업보고서를 비롯한 공시 정보에 기반 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소문을 듣고 투자하는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도윤 기자

미래 먹거리 바이오 산업을 취재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