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국임박 종편, SO에 "채널달라" 전방위 압박…중소PP 계약기간 내 폐업당할 판
2011년 가을에 때 아닌 '혹한'이 닥쳤다. 이른바 '글로벌미디어그룹'으로 성장 기회를 부여받은 종합편성채널사용사업자(PP) 등장에 '폐업' 위기에 처한 영세PP들의 얘기다.
종편PP는 지상파방송과 맞먹는다고 하지만 엄연히 PP다. 케이블방송사업자(SO)로부터 채널을 받아야만 방송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공급업체라는 얘기다. 물론 거대 언론사가 대주주다.
SO는 아직 몇번 채널에서 방송을 내보낼지 결정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일부 종편PP는 이미 '12월1일' 개국을 대외에 선언하고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물러설 곳이 없다는 '배수진'을 쳤다고 하기엔 고개가 갸웃 거려진다. 시험방송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방송을 틀겠다'는 그들이 10년, 15년 하던 방송사업을 하루아침에 폐업해야하는 PP보다 더 절실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SO가 운영하는 아날로그 채널은 대략 70개 전후. 채널은 현재 포화상태라 종편PP 4개와 보도전문PP 1개, 그리고 중소기업전용홈쇼핑 사업자까지 새로 채널을 배정하려면 최소 기존 PP 6개가 빠져야한다. 그 외 PP들도 영향을 받는다. 채널이 밀릴 경우 연쇄적으로 채널 번호가 바뀐다. 나름 수년간 동일 채널로 시청자에게 알려졌던 채널 입장에선 분통 터질 일이다.
무엇보다 졸지에 길거리로 나 안게 될, 즉 사업을 중단하게 될 6개 PP는 하소연할 길이 없다. 한 개별PP 관계자는 "SO 계열의 대형 PP들은 '설마 한 가족인데 우리를 내보내겠냐'며 상대적으로 느긋하지만 우린 사정이 다르다"며 "SO와의 채널 계약서 한 장 말고는 믿을 게 없는데 그나마도 길어야 2개월"이라고 토로했다.
SO도 난감한 눈치다. 새 종편PP가 시청률 상승에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채널을 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 채널들은 모두 올 연말까지 계약돼있다. 물론 SO는 종편PP 등장을 감안해 '계약기간이 변동될 수 있다(내년 초 이전 계약 해지)'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하지만 연말까지 프로그램 공급계약 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채널을 뺄 경우 법정 분쟁이 불거질 수 있다. PP들이 채널 변경에 따른 경제적 손실 책임을 따져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SO 관계자는 "기존 PP들과의 계약 때문이라도 12월 개국에 맞춰 채널을 배정하기 힘들다고 종편PP측에 말해왔다"며 "케이블산업 15년을 함께 해온 PP들인데 하루아침에 방 빼라고 말하는게 우리로서도 내키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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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PP는 규제기관인 방통위 입을 쳐다본다. 정책적으로 도와주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방통위는 공식적으로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채널배정은 SO업계의 편성권과 관련한 고유 영역으로 사업자간 사적거래다. 정부가 관여할 법적근거가 없다. 무엇보다 무리하게 나설 경우 종편PP를 위해 일반PP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현 정부의 대중소 상생 기조에도 위배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종편과 SO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아직 방통위가 직접적 개입을 하고 있지 않다"며 "사업자간 의견이 많이 좁혀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달 안에 채널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종편PP들은 '한국종합편성채널협의회'를 구성해 SO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에선 SO가 결국 12월1일 개국에 '백기'를 들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거대 언론사가 밀어붙이는 신규사업에 시작부터 태클을 건다면 그 뒷감당을 어찌할거냐는거다. 업계 관측으로는 15~20번 전후대 번호에 종편PP가 배치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 없는 일반PP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도 있지만 종편PP 개국 일정에 맞추기 위해 연간 단위의 계약까지 파기하는 것은 상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채널을 배정받지 못하면 결국 사업을 못하는 것인데 일반 시장경쟁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