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시공사' 대리戰? 낯뜨거운 통신사들

[현장클릭]'시공사' 대리戰? 낯뜨거운 통신사들

전혜영 기자
2012.03.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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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기업 수준이 이것 밖에 안 됩니까. 한심합니다."('필수설비 공동 활용제' 공청회 참석자)

지난 9일 열린 필수설비 임대 제도개선을 위한 공청회는 한 마디로 '난장판'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해 필수설비 제공사업자(KT(51,900원 ▼400 -0.76%)), 이용사업자(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14,560원 ▲80 +0.55%)·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공사업체 2곳 등이 패널로 참석한 이날 공청회는 시작부터 욕설과 고성이 난무했다.

상대편 의견에는 대놓고 야유를 퍼부었고, 입맛에 맞는 의견이 나오면 "옳소"를 외치며 환호했다. 분위기만 보면 80년대 정치인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한 일부 참석자들은 끌려 나기도 했다.

이들이 다투는 이유는 광케이블, 통신용 관로, 전주 등 필수설비 때문이다. 지난 2000년부터 KT가 여유분을 후발사업자들에게 임대해주고 있는데 방통위가 개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관련 고시(필수설비 공동활용제)를 개정하려하자 사업자간 이해가 충돌한 것. KT는 고시 개정에 반대하고 있고 나머지 업체들은 개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선 지 수개월이다.

이날 난장판 공청회는 이미 예고됐다. 양측이 동원한 공사업체 직원 등 수 백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장소를 옮겼지만 100여 명 이상이 바닥에 앉거나 서서 공청회를 지켜볼 정도였다. 가히 작정한 듯 신경전을 벌였고 행사장 뒤쪽에 있던 KT 공사업체 직원들은 SK브로드밴드 측의 자리 선점에 격하게 항의하다 공청회 도중 대거 퇴장하기도 했다.

필수설비 임대는 경쟁 활성화를 위해 법으로 보장한 제도다.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서비스 질은 높이고 요금은 낮추자는 취지다. 소비자는 여러 업체의 서비스중 선택할 자유가 있는데 특정 지역을 누군가가 독점한다면 정부로서는 이를 해결할 의무가 있다.

이런 사안을 결정하기에 앞서 업체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개최한 공청회에 시설공사업체들을 떼로 불러 모아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규제기관을 압박하는 통신사들의 모습은 '낯 뜨거움' 그 자체다. 참석자들 사이에서조차 "지금이 어느 시댄데 이런 구시대적 행태가 벌어지는지 모르겠다"며 "이기주의의 결정판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통신사들은 공청회 내내 설비투자, 일자리 등을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필수설비 임대 제도가 투자나 일자리 축소로 이어진다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소비자 선택권에 대해서 모두 외면하는 것은 문제다. 통신사 모두 이기적인 '싸움질'을 멈추고 합리적인 선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기간통신사업자 다운 모습을 보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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