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짐을 맡겼는데, 도둑이 들어 창고가 털린 뒤 창고지기가 '저한테는 책임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거 아닌가요?"(KT 고객 A씨)
870만 고객의 정보를 해킹당한KT(52,100원 ▼200 -0.38%)가 10일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와 함께 관련 경위, 보안강화 방화 등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경찰이 해킹 사고를 발표한 지 12일 만이다. KT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지는 약 한 달 만이다. 뒤늦게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도 마뜩치 않은 데다 이날 기자설명회 내용을 접한 KT 고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KT(52,100원 ▼200 -0.38%)는 거듭 사과한다면서도 설명회 대부분은 이번 사건이 다른 해킹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KT가 뛰어난 보안시스템을 기반으로 다른 해킹 사태들과 달리 신속히 인지해 신고했고, 이로 인해 범인을 전원 검거해 개인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표현명 KT 사장은 "더 빨리 파악하지 못한 것은 죄송하지만 이례적으로 경찰이 피의자를 전원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KT 보안시스템이 이상 징후를 포착한 데 힘입은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자체는 고객 피해보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KT의 표현대로 이번 사건이 '이례적'이어서였을까. 이날 설명회도 다른 고객정보유출 사고를 당한 기업들과는 달랐다.
해외 유수의 기업들은 개인정보 유출 뿐 아니라 제품 리콜 등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과해야 할 일이 있으면 최고경영자가 즉각 언론에 나와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인다.
멀리 해외를 보지 않더라도SK컴즈, 넥슨 등 그동안 국내 대규모 해킹 사태를 겪은 기업들은 모두 대표이사가 공식 자리를 만들어 사과했다. 지난해 4월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 때 정태영 대표는 노르웨이 출장 중 소식을 듣고 귀국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자리에는 표 사장과 송정희 부사장이 나왔다. KT 관계자는 "해킹사건은 이동통신 고객에 한정됐기 때문에 이통사업을 총괄하는 표 사장과, 그룹의 정보관리책임자인 송 부사장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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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행적으로 보면 KT 최고경영자는 언론 접촉을 꺼리는 '은둔형' CEO가 아니다. 경영 관련 기자간담회나 외부 특강, 포럼에 연사로 자주 얼굴을 내비쳐왔다. 사안의 경중을 따진다면 이날 설명회는 그 어떤 외부 일정보다 더 무거운 자리다.
해킹을 당한 것은 이미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이후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회사에 대한 고객 인식은 달라질 수 있다. 회사가 불명예를 수십년 안고 갈수도 있지만 위기에서 보여주는 회사의 진정성은 오히려 더 큰 고객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다.
국내 통신 맏형을 자처한 KT의 이번 고객정보 유출사건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번 사건에 대처하는 KT의 자세는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