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자 대한민국! 미래 희망 키우는 새싹]<3>글로벌? 우리는 우주로 달린다…美우주대회 1등 韓고교생들

[목차]
<1>청년창업? '낭랑18세'에 창업 준비하는 무서운 아이들
<2>10대 화이트해커 "우리는 미래의 사이버 보안 사령관"
<3>글로벌? 우리는 우주로 달린다…美우주대회 1등 韓고교생들

#'과학의 날’, '정보통신의 날',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 '우주의 날', 이중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지 않은 날은 무엇일까? 답은 '우주의 날'이다.
지난 2013년 1월 30일,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11번째 우주강국대열 합류한 우리나라도 나로호 발사일을 '우주의 날'로 제정, 체계적인 우주개발체계를 마련하자고 주장하는 당돌한 청소년들이 있다.
이상민(인하사대부고, 3학년), 조청호(용인외대부고, 2학년), 서형민(유콘국제학교, 2학년) 학생이 바로 그들이다. 미래 우주공학자 꿈을 키워가는 1997년 IMF 외환위기에 태어난 세대다.
이상민 군은 현재 한국청소년항공우주학회장을 맡고 있다. 조청호 군은 지난 4월, 뇌공학 교수들도 어렵다는 '인공지능'에 대한 책(만들어진 생각: 고등학생들이 생각하는 미래 인공지능의 발전방향)을 공저로 펴냈다. 이들의 일상은 치열한 대학 입시 경쟁에서 내신 1등급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들과 사뭇 다르다. 학업에 당장 도움이 안 되는 국내외 우주 논문 읽기에 밤새기가 일쑤다.
그런 덕에 이들은 지난 4월 8~11일, 나흘간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열린 '콘래드 혁신 정신 챌린지 대회'에서 '스파이럴 솔루션'이란 팀명으로 출전, 수압·원심력만으로 배설물을 처리하는 '무동력 우주변기'를 제안해 항공우주 부문 우수상을 국내 처음으로 수상했다.
지난 11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만난 이들은 보기 보다 제법 어른스러운 답변을 내놓을 줄 알았다. 때로는 철학적인 답변을 내놔 주위를 놀라게 했다. 대선배 격인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함께 자리해 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의견을 경청했다.
[참석자]
이상민(18·인하사대부고 3학년)
조청호(17·용인외대부고 2학년)
서형민(17·유콘국제학교 2학년)
조광래(58·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손 내미는 곳 없지만, 내 꿈을 향해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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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회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이)제출할 아이디어가 실제로 현실에서 구동 가능한지 여부를 보여주기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 작업이 필요했어요. 이른바 스카이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국내 유수의 대학에 모두 부탁해 봤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죠. 함께 경쟁한 해외 다른 팀 얘기를 들어보니 우리와 정반대로 대학이 먼저 나서서 도와주겠다고 손을 내민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해요. 부러웠죠.
-(조)이번 수상실적은 대학 입시와는 무관해요. 대학진학이 목표였다면 학원에서 수능 문제 하나를 더 푸는 게 낫죠. 전 세계에서 인정을 받는 상인 데 우리나라 대학에선 인정을 안 해줘요. 국내 대학은 '외부스펙'을 안 보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TV·라디오 광고에서 서로 자기 대학이 최고의 '글로벌 인재양성소'라고 하니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아요.
▷각자의 꿈은.
-(서)값싼 로켓엔진 혹은 새로운 형태의 로켓을 개발하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요.
-(조)관심 있는 분야가 많아서 지금 고민중이예요. 분명한 건 핵심이 되는 문제, 전 세계 어떤 누구도 풀지 못한 문제에 해답을 내놓는 학자가 되고 싶다는 거예요.
-(이)다른 나라는 로켓 동호회 등 아마추어들의 활동이 왕성해요. 콘래드 대회 때 미국 출전팀이 로켓을 직접 만들어 나온 것으로 보고 놀랬죠. 우리나라에선 그럴 여건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우주 관련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일을 앞으로 하고 싶어요.

-(조광래)서 군의 목표는 분명하군요. 그렇다면 비추력(로켓 추진제의 성능을 나타내는 기준이 되는 값)에 대해서 잘 알겠죠. 비추력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요. 실험실이 터지고 불나고...이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요. 엔진 1개를 개발하는 데 2만초 연소실험을 하죠. 0.2초 단위로 추진력을 늘려가는 실험을 이어가요. 인간 그 이상의 인내를 요구하는 실험들이 많죠. 그리고 조 군은 지금 당장 방향을 정하지 않았다고 조급해 할 필요가 없어요. 무한대의 상상력을 발휘해 봐요. 우리 연구원에는 지구에서 화성을 가는 최적의 방법을 연구하는 친구도 있어요.
▷꿈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공상과학영화 있나.
-(서)1997년 개봉작인 '콘택트'를 흥미롭게 봤어요. 지구가 우주공간에 점 하나 정도의 존재가 아닌, 태양계에서 커다랗고 위대한 발자취를 남길 그런 존재라는 메시지를 주죠. 온 몸에 전율이 흐를 정도의 감동이었어요.
-(조)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는 인공지능부터 언어를 처리하는 컴퓨터의 유기적인 관계까지 제가 이제껏 꿈꿔온 모든 게 등장해요. 무엇보다 드넓은 우주공간에서 지구는 작은 행성에 불과한 데, 여기서 '우린 어떤 의미의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던 영화로 기억해요. 제일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지막에 주인공이 태아의 모습으로 뭔가에 감싸져 우주에 '둥둥' 떠있는 모습이었죠 .
-(조광래)우리 연구소는 우주와 관련된 영화를 단체관람해요. '인터스텔라'도 그래서 봤죠. 영화를 보는 내내 제가 갖고 있는 지식과 비교해 가며 '이건 맞고. 저건 다르네'식으로 보긴 했는데, 저도 유년시절 우주의 끝이 어딘가를 생각하며 두려워서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많았어요.
#우주기술 '오픈소스화'될 것…지구 밖 행성자원거래 시장 활짝

▷오는 2030년, 우주기술은 어떻게 달라질까.
-(서)그때는 지금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로켓을 생산할 수 있고, 외부 행성에 나가는 것도 훨씬 더 자유로울 거에요. 또 민간기업이 우주기술시장에 뛰어들어 성숙된 시장이 마련될 거에요. 민간기업은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죠. 때문에 지구밖 자원거래가 활성화될 거에요. 외부 행성 자원은 희소성이 커 시장에서 각광을 받을 겁니다. 지구에 없던 자원 거래 시장이 지금의 주식시장처럼 활성화 되겠죠. 그러면 매일 아침 우리는 TV를 통해 "화성 A원소 값이 얼마 치솟았다"는 뉴스를 접하게 될 거에요.
-(조)지금까지 우주기술 개발은 군사력과 관련성이 깊어 국가가 이끌었죠. 하지만 2030년에는 개개인이 참여하는 분산형 모델로 발전해 갈 거에요. 우주기술 관련 아마추어들의 활동이 광범위해지고 있고, 스페이스X처럼 로켓을 직접 개발하는 민간기업들이 하나씩 나오고 있어요. 이들이 인터넷이란 공간에서 오픈소스로 기술을 주고 받고 크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목표를 정해 우주기술의 진보를 꿰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우주개발의 패러다임이 열릴 겁니다.
-(이)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지속적인 인간 동면 상태가 가능하잖아요. 이처럼 생활과 밀접한 곳에 우주기술이 적용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거예요. 우주기술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사람의 생활 패턴을 모두 바꿔놓을 거라고 생각해요.
-(조광래)우리 연구원의 현재 핵심임무는 우주개발기술을 민간에 이전하는 거예요. 차세대 중형위성개발사업은 민간기업에 기술이전을 한다는 전제로 진행되고 있죠. 앞으로는 여러분들이 추측한 데로 민간 위주의 우주기술 개발 구도가 될 거에요.

-(서)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오픈소스화' 돼 모든 기술이 공유될 거에요. 그러면 로켓엔진속도만큼 빠른 진화를 거듭할 겁니다. 이는 곧 우주 기술 개발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같은 국가 연구소가 아니라 민간기업들이 주도하게 된다는 의미인 거죠.
-(조)미국에서 로켓·인공위성 개발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실수가 용납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분석하는 모습은 현재 우주기술력과 비교할 때 매우 낙후돼 보였어요. 그래프와 지표에만 의존해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아날로그 방식으로 찾으니까요. 저는 가까운 미래에는 문제가 발생한 부분이 어디이고, 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내는 시스템을 개발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자가진단시스템'이죠. 마치 사람의 신경망같은 거에요. 그때까지 없다면 제가 만들 거에요. 전 세계 최초로. 향후 우주 로켓·위성 기술은 안정적인 하드웨어에서 컴퓨터 SW(소프트웨어) 분야의 획기적인 아이디어 1~2개로 순위가 뒤바뀌게 될 거에요. 그렇다면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인 한국이 우주 선진국을 추월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봐요.
-(조광래)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미국에선 물을 사서 먹었어요. 그땐 참 희한한 모습이었죠. 그런대 지금은 제가 물을 사먹고 있어요. 이처럼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 여러분 세대에선 더 큰 임팩트로 다가올 거예요. 저는 지금도 개인적으로 고성능 로켓 엔진을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만드는 방법이 없을까, 혹은 반중력(중력의 반대 성질, 중력을 차단·제어하는 힘으로 쓰임) 현상을 이용해 우주여행을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등을 생각해봐요.

#우주기술, 이념대립에서 인류 화합 도구로
▷우주기술로 인류가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건 무엇인가.
-(조)국경을 나눠 살고 있는 인류가 거대한 하나의 공동체 즉, 지구촌을 이뤄서 사는 거에요. 우주기술 개발을 통해 우리는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봅니다. 보는 시야가 이전보다 더욱 넓어지는 거죠. 이런 변화는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가치관이나 철학에 변화를 줄 거예요. 냉전시대, 국가 간 이념대립으로 '으르렁' 되던 시절에 우주기술 개발 목표가 달라지면서 이런 변화를 촉진하게 될 겁니다.
-(이)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다시 되짚어 보는 것 아닐까요. 곧 현실화될 우주여행을 통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인류는 새로운 답을 내놓게 될 겁니다. 두 번째는 과학기술 저변이 지금보다 훨씬 더 넓어질 거라는 거죠. 그때는 한국과학창의재단같은 과학문화 저변기관들이 모두 사라지게 되겠죠.
-(조광래)중국의 경우, 우주기술개발 목적을 논할 때 상투적인 표현을 많이 써요. 국가 최고 지도자나 하부 연구자들 모두 "왜 우주기술을 개발하나?"라는 질문을 받으면 똑같은 대답을 해요. "인류평화를 위해서 한다." 지금 우리가 웃듯 저도 그때 그 얘기를 듣고 웃었어요. 그런대 한편, 생각해 보면 그것이 어쩌면 맞는 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인류가 다 같이 평화롭게 공존·번영하기 위해 기술개발을 하는 게 아닌가.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현실적인 꿈이자 이상이고 목표일 거예요. 다시 말해 우리가 우주개발을 왜 하나, 그것은 삶의 질 향상에 목적이 있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