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방송통신결합상품 고시 개정 '난항'

[단독]방송통신결합상품 고시 개정 '난항'

진달래 기자
2016.02.23 03:00

불공정 경쟁 핵심 개선책 '상품별 할인격차 금지' 신설조항 부처간 이견

정부가 방송·통신 결합상품의 불공정 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한 개선책에 제동이 걸렸다. 개선책의 핵심인 '상품별 현저한 할인율 격차 금지' 조항을 포함한 고시 개정이 관련 부처간 이견으로 미뤄지고 있는 것. 유료방송업계에서는 최소한의 규제 장치로 해당 고시 개정이 빠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21일 방송통신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결합판매의 금지행위 세부유형 및 심사기준' 개정을 안건으로 열릴 예정이었던 규제개혁심사가 연기됐다. 회의 참여자인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에서 낸 부정적 의견으로 피력하면서 안건 논의가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시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제정·공포될 수 있다. 결합상품은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유료방송 등을 묶어서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불공정 경쟁 폐해 해결해야" VS. "과도한 사후규제로 간주"=공정위 등 관계 부처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할인율을 정부가 일일이 사후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을 표했다. 또한 할인율을 규제하면, 오히려 할인율이 내려가 소비자가 비싼 돈으로 상품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방통위가 행정예고한 해당 개정안에는 상품별 할인 근거를 명시토록해 현저하게 다른 할인율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들이 담겨있다.

방통위와 관련 업계는 이런 의견을 두고 방송·통신 결합상품 시장의 불공정 경쟁 현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6월 기준 유료방송 가입자 중 결합상품 이용 비중은 42%까지 성장했다. 이 가운데 이동전화를 포함한 경우가 41%에 이른다. 그만큼 케이블사업자(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보다는 통신사업자가 우위에 있는 유료방송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통신사업자들이 묶음 상품 중에 유료방송인 IPTV(인터넷TV)만 집중적으로 할인해왔다는 점이다. 방송 저가화는 장기적으로 방송 콘텐츠산업이 제 값을 못받게 만든다. 방송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 방통위와 미래부가 내놓은 결합상품 개선책 중 이번 고시 개정이 '핵심'으로 꼽히는 이유다.

◇케이블업계는 울상 "동등할인도 관철 못했는데, 최소한의 규제"=유료방송 업계에서는 고시 개정이 난항에 부딪힌 상황이 당혹스럽다. 특히 모든 상품의 할인율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동등할인'까지 주장했던 케이블업계는 최소한 장치가 빠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케이블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저한 할인율 격차를 막는 이번 고시 개정이 늦어지거나 취소된다면, 저가 경쟁으로 인해 방송 시장은 더욱 혼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업자마저도 IPTV 상품 저가화가 방송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할인율 격차 조정을 합리적 개선안으로 받아들인 상황이다. 최근 SK텔레콤이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공방에 이런 입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SK텔레콤은 정부의 이런 개선책으로 결합상품 강화로 인한 시장 독점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한편 KT와 LG유플러스 측은 저가화의 폐해를 인정하는 입장을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고시 개정 의도와 시장 상황을 규제개위 참석자들에게 최대한 정확히 설명하고 긍정적 답변을 얻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며 "지난해 발표한 개선책이 적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기된 규제개혁심사는 다음달 다시 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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