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속도가 빠르네요.”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분기 점유율이 0%대로 떨어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지난 주. 기자와 얘기를 나누던 삼성전자 직원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0.8%. 올 초 나왔던 예상치 1.7%보다 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자 삼성은 적잖게 당황하는 눈치다.
2013년 한때 중국 시장 점유율 19.7%를 기록하며 1위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을 걷던 터라 더욱 뼈아프다. 프리미엄폰 시장은 애플에 밀리고 중저가폰 시장은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앞세운 중국업체에 내주는 ‘샌드위치’ 위기론이 수 년전부터 제기됐지만, 판을 바꾸긴 쉽지 않아 보인다.
스마트폰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인도시장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4분기, 삼성은 6년 만에 인도시장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자리를 샤오미에 내줬다. 작년 1분기만 해도 삼성 점유율의 절반에 그쳤던 샤오미가 불과 3분기 만에 삼성을 제쳐버린 것.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여전히 점유율 1위를 달리지만, 격전지로 꼽히는 양대 전략 시장에서의 부진은 위기를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됐다.
삼성전자는 해외 영업망 재정비와 현지 맞춤형 마케팅으로 빼앗긴 시장 입지를 되찾겠다고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시장의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잠정실적도 그렇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무선사업부)부문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낸 것으로 추정됐지만 증권업계와 투자자들은 ‘갤럭시S9’ 조기 출시에 따른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며 우려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9’ 차기작으로 내년에 ‘갤럭시S10’을 내놓는다. 스마트폰 신화를 써왔던 ‘갤럭시’ 브랜드가 두자릿수넘버로 갈아타는 시점에 점유율은 한자릿 수로 떨어진 역설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 건 삼성이 하드웨어 혁신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를 겨냥해 폴더블(접히는)폰 출시를 준비 중이다. 중저가 제품군이 중국업체 틈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의 최대 강점인 하드웨어·부품 소재 기술력을 살려 프리미엄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운다면 다시 한번 판을 바꿀 수도 있다.
휴대폰은 그 어떤 산업군보다 변화와 혁신의 속도가 빠르다. 점유율에 안주한 나머지 시장 변화에 맞는 기술과 서비스를 적시적기에 내놓지 못해 도태돼야 했던 과거 노키아, 모토로라 전례를 삼성이 다시한번 반면교사 삼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