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왓슨'(인공지능 닥터)을 만들겠습니다."
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59)은 올해 NIPA의 최대 중점 사업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내세웠다. 그 중에서도 IBM '왓슨' 대항마로 개발 중인 '닥터앤서'를 첫손에 꼽았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맞춤형 정밀 의료 진단 서비스로, 서울아산병원 등 44개 의료기관 및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김 원장은 "주로 서양인 데이터를 활용한 IBM 왓슨을 인종과 환경이 다른 우리나라 환자들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인들에 최적화된 AI 진단 서비스를 개발, 국가 성장동력으로 키워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한국이 2020년 약 40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디지털 헬스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김 원장의 야심이다.
NIPA는 올해 SW(소프트웨어)·ICT(정보통신기술) 분야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더욱 많이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업무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해외 주요 거점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전문 시장정보 등을 얻을 수 있고 현지 거점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위성 사무실(Satellite Office)' 사업이 대표적이다.
NIPA는 지난 17일부터 시행된 규제샌드박스 ICT 분야 지원 실무기관이기도 하다. 국내 ICT 업계가 제도적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 신산업·신서비스 확산에도 역량을 발휘한다는 계산이다.
지난 16일 서울 가락동 집무실에서 김 원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해 10월 NIPA 신임 원장으로 취임했다.
-올해 진흥원의 중점 사업 계획을 말해달라.
▶올해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이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사업이다. AI 기반 맞춤형 정밀 의료 서비스 '닥터 앤서' 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사울 아산병원을 비롯해 44개 의료기관·ITC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분야 선두주자인 IBM 왓슨은 미국을 비롯한 서양인들의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인종과 환경 요인이 다른 우리나라에 그대로 데이터를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 국내 도입된 왓슨 프로그램이 호평만 받진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인에 특화된, 그 시장을 겨냥한 디지털 헬스 AI 솔루션이 절실하다. 장기적으로는 '닥터앤서'가 북한에도 진출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겠나.
우리나라는 의료·ICT 분야에서 각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닥터앤서'는 주요 병원에서 8대 질환(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심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치매, 뇌전증, 소아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데 활용된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2020년까지 약 400조원 수준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반도체 시장과 맞먹는 규모다. 과감하게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관련 산업이 국가 대표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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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부사장을 역임한 민간 기업 출신 NIPA 원장이다. 3개월간 공공기관을 이끌면서 느낀 소감은.
▶ NIPA로 옮겼다고 다른 점은 별로 없다. 삼성에서도 AI와 IoT(사물인터넷) 등 미래 성장 동력을 준비하는 역할을 했다. NIPA에서도 ICT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게 주 업무다. 기업인으로서 축적된 산업계 DNA를 국가적 과제에 녹여 속도감 있는 변화를 주도하겠다. 그래서 우리나라 ICT 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도록 일조하는 게 내게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한다.
-민간 출신으로서 외부에서는 조직 혁신에 대한 기대도 있다. 고려 중인 조직문화 개선 방안이 있다면.
▶ 동시 다발적으로 협업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 요즘은 기술과 시장변화가 너무 빠르다. 한 부서가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새로운 전략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필요하면 언제든 상호 협업해 아이디어를 내고 성과를 만드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춰가겠다. SW·ICT 산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체계도 만들겠다.
-휴대전화, 반도체 산업이 이끌었던 우리나라 ICT 시장이 침체기에 빠졌다. 이를 벗어날 해법이 있다면.
▶ AI, 블록체인, VR(가상현실)·AR(증강현실)과 같은 새로운 SW와 서비스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가령 한 스타트업이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을 선보인다고 할 때, 국내 시장 규모는 5000만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도나 중국에도 동시에 출시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시장은 수십억명이 된다. 인프라와 자본력이 풍부한 대기업에게는 어렵지 않는 전략이지만 중소기업들은 상황이 다르지 않은가. NIPA는 국내 전문기업들이 내수시장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게 도울 거다. 진출 대상국의 시장여건, 경쟁환경, 규제 등 기업에게 꼭 필요한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해외 거점 '위성 사무실(Satellite Office)'을 구축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을 미리 준비해 온 지사처럼 우리 중소기업들이 활용하는데 중점을 두겠다. 올해 안에 7~8개 거점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17일부터 ICT 규제샌드박스 시행이다. 공식 지원기관으로서 역할과 준비 상황은.
▶ NIPA는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려는 기업들에게 컨설팅을 제공하고, 소비자들이 서비스 이용 시 발생되는 문제에 대한 상담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ICT생태계본부 조직을 신설했다. ICT생태계본부는 ‘산업규제전략팀’과 ‘규제샌드박스팀’으로 구성된다. 적극적으로 규제 샌드박스 제도 운영을 지원해 신산업·신서비스 확산 생태계 마련에 보탬이 되겠다.
-얼마 전 조직개편을 통해 'AI융합신산업본부', '전략기획단'을 신설했다. 배경을 설명해 달라.
▶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ICT 산하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립했는데 AI, 블록체인을 포함한 ICT 산업 진흥 전담기관 역할을 부여받았다. AI융합산업본부는 AI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제안, 인재양성, 인프라지원 등의 업무를 추진하고 AI 관련 산업 성장을 지원한다. 전략기획단은 대형 ICT 국정과제를 발굴하는 정책 씽크탱크 역할을 하게 된다.
-여러 ICT 신기술 중 유망 분야를 꼽는다면.
▶ AI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 가장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분야기도 하다. AI를 이용한 조선해양·디지털 헬스·VR(가상현실) 등의 산업을 국가 혁신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 블록체인 산업도 무시할 순 없다. 암호화폐(가상통화)가 아닌 온전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됐을 때의 이익을 찾을 수 있어야 생태계가 조성된다. 그런 기업과 블록체인 응용 기술을 발굴, 육성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