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새봄의 시작과 함께 과학기술계는 지난 8일 미래를 함께 그려갈 새 수장 후보자를 맞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2대 장관 후보자에 조동호 카이스트(KAIST) 교수가 발탁됐다. 덕망 있는 성품에 3G(3세대)부터 5G까지 이론과 실력을 겸비한 이동통신 고수로 통한다. 새로운 출발은 늘 설렘으로 다가오듯 그에게 거는 현장의 기대가 상당하다. 11일 국립과천과학관에 임시로 마련된 집무실로 첫 출근한 조 신임 장관 후보자도 새로운 기대로 가슴이 두근거릴거라 생각한다.
과기정통부 1막 2장을 열기에 앞서 지난 걸어온 여정을 돌이켜보면 신규 사업과 투자는 많았는데 진전을 이룬 성공사례가 기대보다 적다. 왜 일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우선 “정책 완성도가 낮다”는 점을 꼽는다. 곽노성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특임교수는 “과기정통부 정책 발표자료를 보면 대부분 추진방안일 뿐 필요성, 세부 실행안에선 구색 갖추기 차원으로 간단히 기술돼 있다”며 “적절한 분석 없이 급하게 만든 정책이 효과를 거둘 리 없다”고 꼬집었다.
때로는 우리 행정문화에서 높은 직급 공무원의 의견은 검토과정이 생략된다. 틀려도 넣는다. 최근 미세먼지로 인한 인공강우 실험이 대표적이다. 시작 전부터 과학적으로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무시됐고 강행됐다. 사실관계나 논리보다는 윗사람의 생각이 더 중요해서 벌어진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정책에서 이런 자세는 실패의 보증수표다.
지금 규제혁신이 화두다. 혁신 생태계 구축·발전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게 맞다. 다만 개입은 해결할 문제에만 국한하고, 해소되면 빠져나와야 한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더 깊게 개입하려 든다. 이를테면 과기정통부는 최근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5G에 기반한 VR(가상현실) 콘텐츠를 제공하는 ‘VR체험트럭’,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 등을 임시허가했다. 그러나 정작 5G 요금제에선 제동을 걸었다. 지난 5일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이 인가 신청한 5G 요금제를 되돌려 보냈다. 통신사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가격통제 규제 관행을 되풀이한 것이다. 곽 교수는 “민간 기업 간 가격·품질 경쟁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하는 게 시장원리”라며 “개별 주체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장벽을 없애고, 해당 산업의 큰 그림만 제시하는 게 정부의 역할임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에 임명되면 과기정통부 모든 정책들을 재점검할 것이다. 들여다보면 일자리 늘리기 차원에서 단기적인 ‘반짝 개선’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효과와 실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들도 있다. 그런 사업들이 차라리접는 게 낫다.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기존 정책과 사업들을 효율화하는 리모델링 정책. 1막2장에 들어선 과기정통부에 적합한 리더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