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김상경 박사팀 주도…빠르고 정확한 다중 PCR 진단 기술개발

국내 연구진이 바이러스를 진단하는 실시간(RT)-PCR(polymerase chain reaction·중합효소 연쇄반응) 검사 시간을 약 1시간으로 단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한번에 여러 종류의 유전자(DNA)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도 함께 선보였다. 최근 주목받는 ‘다중진단 시장’에 기초 기술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분자인식연구센터 김상경·정승원 박사팀은 실시간 PCR를 수 차례 하지 않고 한 번에 수십 종까지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고위험 바이러스 검출에 쓰이는 RT-qPCR 기법은 RNA(리보핵산)를 DNA(유전자)로 만드는 과정인 역전사를 하고, 실시간 PCR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금까지 환자가 어떤 질환에 걸렸는지 알기 위해선 앓고 있는 증상을 듣고 이에 적합한 진단기를 선정해 검사했다. 하지만 결과가 분명하게 나오지 않을 경우 다른 유전자에 작용하는 진단기기를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랐다. 이 때문에 비용과 시간도 많이 걸렸다.
연구팀은 생물의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작은 RNA 즉, 마이크로 RNA(miRNA) 분석에 최적화된 미세입자를 개발했다. miRNA는 화학적으로 RNA와 같은 성질을 갖지만 그 길이가 매우 짧아 기존 방식으로 RT-qPCR을 설계할 수 없다.
연구팀은 짧은 RNA에 특화된 고리 형태의 프라이머(중합체 합성에 필요한 짧은 절편)를 입자 내에 고정해 역전사한 후 그 입자에서 PCR 반응까지 완료하는 형태를 고안했다. 이를 통해 miRNA 분석의 복잡한 단계를 줄여 통상 4~6시간 정도 걸리는 RT-qPCR 기법의 소요 시간을 1시간 이내로 단축할 수 있었다.
또 현재 RT-qPCR는 3~4종의 유전자 신호만을 다른 형광색으로 각각 나타나도록 해 구분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로 5종 이상의 유전자를 구분하는 다중분석은 할 수 없다.
이에 KIST 연구진은 개발한 다공성 미세입자(직경 500마이크로미터(㎛))의 각 입자에 식별가능한 패턴을 새겨 넣었다. 이런 미세입자 여러 개를 한 번에 넣고 반응하는 신호를 읽으면 입자 수만큼 광범위한 동시 분석이 가능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를테면 고열 및 몸살 등을 앓는 환자가 이 기술로 검사를 받으면 코로나19 외에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 A형, B형 등 다른 질환에 걸렸는지 여부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20종 이상의 바이러스 DNA를 검출할 수 있는 칩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이번 기술에 대해 “여러 개의 유전자 마커로 단일질환의 진단 정확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증상이 유사한 여러 감염병이 유행할 때 감염원을 정확히 감별하는 데에도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오센서 및 바이오일렉트로닉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