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사이버보안 업계의 맏형 격인 안랩(65,600원 ▲1,300 +2.02%)은 1995년 3월 설립돼 2001년 9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올해로 설립 만 27주년, 상장 만 21주년을 맞이했다. 최근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6600억원,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600개 종목 중 시총 순위는 84위다. 그런데 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국내 주요 증권사들과 제휴해 종목·업종 분석 보고서를 모으는 와이즈리포트에는 안랩 분석 보고서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증권사 리서치에서 매수·보유·매도 등 투자의견과 목표가를 제시한 정식 분석 보고서를 낸 것은 2011년 7월, 즉 지금으로부터 11년4개월 전이 마지막이다.
안랩 외에도 시총 1800억원 대에 차세대 방화벽 등 네트워크 보안 전문기업으로 꼽히는 윈스(11,270원 0%)에 대한 분석 보고서가 올 3월 나오긴 했지만 이후 8개월간 추가 보고서는 없다. 모바일 솔루션 강자 라온시큐어(9,240원 ▼170 -1.81%), 데이터센터 최적화 솔루션 사업과 보안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파이오링크(8,450원 ▼20 -0.24%) 등 시총 규모가 900억~1000억원에 이르는 종목들도 각각 2019년 5월, 2015년 6월 보고서가 나온 후 현재까지 3년, 7년 이상 정식 보고서가 없다.
세계 최초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 기술을 상용화해 관련 시장 국내 1위로 올라선 파수(3,940원 ▲45 +1.16%)와 DRM 시장의 또 다른 상장사 소프트캠프(1,317원 ▼22 -1.64%), NAC(네트워크 접속제어) EDR(엔드포인트 탐지·대응) 부문 1위 기업으로 꼽히는 지니언스(17,590원 ▼280 -1.57%), 통합보안관제 시장에서의 1위 점유율을 꾸준히 지켜온 이글루(5,200원 ▼10 -0.19%), '알약' '알집' 등 스테디 셀러 보안 솔루션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확장해온 이스트소프트(16,720원 ▼470 -2.73%) 등의 정식 보고서도 안 보이는 건 마찬가지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40개 종목 중 증권사 리서치의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이 형성된 종목은 채 10%가 안된다. 나머지 90% 이상 종목이 컨센서스 없이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는 걸 감안해도 소프트웨어 업종, 특히 그 중에서도 보안업종의 소외는 심각하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종을 주로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가끔씩 보안업종 보고서를 써주는 정도"라며 "보안업종을 오래 담당해 온 애널리스트는 거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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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의 소외가 장기화된 이유에 대해 공공 의존도가 높은 정보보호 업종의 특성상 혁신이 제한됐기 때문이라고 보는 목소리가 있다. 국내 정보보안 시장에서 국가·공공기관으로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에 달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공부문에 제품·솔루션을 납품하려면 정해진 규격대로만 만들어야만 했기 때문에 혁신 제품을 만드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혁신을 못하니 국내 시장에만 머물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지 못하니 투자자 외면을 받은 셈"이라고 했다.
최근 정보보호 산업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을 받고 정부도 혁신기술 솔루션이 신속하게 공공시장에 납품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등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지금 정도로는 부족하다. 업계의 혁신과 시장 확대를 도모하는 추가적 노력을 통해 더 이상 국내 정보보호 기업이 지금처럼 소외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