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리포트] AI 면접관 시대(下)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이 이달부터 본격화하면서 인사팀의 고민도 깊어진다. 학벌·스펙보다 직무 능력을 우선한다는 기조는 분명하지만, 이를 제대로 평가할 방법이 마땅히 없어서다. 정성평가의 대표 전형인 자기소개서는 챗GPT의 확산 이후 변별력을 잃었고, 짧은 면접만으로는 '일 잘하는 인재'를 가려내기 어렵다. 자칫 차별·편향 논란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이에 고성과자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역량을 분석하는 AI역량검사(이하 AI역검)가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이에 국내 1위 AI역검 개발사인 마이다스인의 채용혁신개발팀을 성남 판교 사옥에서 만나 AI역검이 어떤 방식으로 인재를 선발하는지 평가 방식을 확인했다. 마이다스그룹의 HR 전문기업 마이다스인은 2018년 국내 최초로 AI역검을 선보인 후 누적 고객사 1200곳, 응시자 300만명을 기록했다.
마이다스인의 AI역검은 △성향 파악 △전략 게임 △영상 면접 등 3단계로 지원자의 성과 역량을 측정한다. 성과 역량은 긍정성·적극성·전략성·성실성 등 4대 핵심 역량과 36개 세부 역량으로 구분된다. 의사결정·문제 해결 등 고차원적 인지를 담당하는 전전두엽 기능과 고성과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반응 특성을 빅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 도출했다.
◆ "학벌 좋으면 인재?…상관관계 낮아"

첫 단계인 성향 파악은 MBTI 등 기존 인적성 검사와 비슷해 보이지만, 성격·지식 측정이 아닌 성과 예측을 목적으로 설계됐다. 응답 내용뿐 아니라 반응 속도, 선택 패턴, 일관성까지 분석하고 복수 측정으로 왜곡된 응답을 막는다.
전략 게임은 게임으로 뇌를 자극한 뒤 의식적 통제가 어려운 즉각적 반응을 수집한다. 시간 제한 속에서 클릭 횟수, 반응 속도, 정답률 등을 종합 분석해 비인지 영역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A 지원자가 초반에는 실수가 잦더라도 점차 전략을 개선하며 꾸준한 집중력을 보이지만, B는 초반엔 빠르게 반응하다 시간이 갈수록 충동적이고 일관성 없는 결정을 반복한다면 A의 역량을 더 높게 평가한다.
유튜브 등을 통해 '게임 공략법'을 익히면 평가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박주영 프로는 "전략 게임은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니라 문제 해결 과정에서 드러나는 행동 패턴을 중심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공략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자체 검증 결과, 반복 응시해도 점수가 크게 오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영상 면접까지 마치면 기업엔 지원자의 종합 역량 결과표가 제공된다. 해당 지원자가 실제로 성과를 낼지 예측한 자료로 핵심은 '예측 정확도'다. 마이다스인이 한국경영학회와 16개 기업 재직자 404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AI역검과 성과 간 상관계수는 0.52로 나타났다. 반면 면접은 -0.04, 학벌 0.01, 자격증 0.03, 학력 0.07에 불과했다. 미국 노동부 가이드라인은 상관계수 0.35 이상이면 채용도구로서 효용성이 높다고 본다. 기존 선발 방식은 사실상 '0'에 가까워, 학벌이나 면접 성적이 좋다고 반드시 에이스로 성장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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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책임프로듀서는 "성과 평가 영향력을 추적한 결과 입사 초기에는 지식·기술이 어느 정도 변별력을 가지지만 6개월이 지나면 영향력이 거의 사라지고, 1년 이후부터는 역량만으로 성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며 "지식과 기술은 입사 초기 업무 적응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인 성과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AI역검이 서류와 면접 사이의 또 다른 절차로 자리 잡으면서 "채용 문턱이 더 높아졌다"는 구직자들의 불만도 있다. 이에 대해 장대성 팀장은 "기업 채용 기준이 역량 중심으로 바뀌면 대학 교육도 스펙 위주에서 역량 중심으로, 중·고등 교육도 입시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기업과 청년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역량 기반 채용 문화 확산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2018년 아마존은 AI 채용 시스템을 도입한 지 4년 만에 폐기했다. 이력서에 '여성'이라는 단어가 포함되면 감점을 주고, '실행했다'처럼 남성 개발자가 주로 쓰는 동사가 나오면 우대하는 등 성차별적 결과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AI가 지난 10년간 제출된 이력서에서 자주 등장한 용어 5만여개를 학습했는데, 남성 중심의 IT업계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AI 채용이 편향성을 드러내며 인재 선발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최근엔 AI가 오히려 채용 성과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른다. PSG글로벌솔루션즈와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은 7만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AI 면접과 사람 면접을 무작위로 진행했다. 그 결과 AI 면접관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구직자의 최종합격률이 사람 면접 대비 18% 높았고 한 달 이상 근속률도 17% 더 높아 사람 면접관보다 채용성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차별 경험 비율 역시 AI 면접은 3.3%로, 인간 면접(5.98%)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또 연구진은 "AI 면접이 사람 면접보다 채용 관련 정보를 더 많이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게임 기반 채용 솔루션을 개발한 파이메트릭스(Pymetrics)는 기존의 이력서 검토방식으론 여성의 50~67%가 불이익을 받는 반면, AI 채용 도입시 다양성이 20~100%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킴리 A. 하우저 오클라호마 주립대 교수는 "AI는 인간 의사결정 과정에 내재된 편견을 완화하고, 다양성과 채용 성공률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취약점을 사전에 점검하는 '레드팀'을 운영하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 AI 편향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미국에선 지난해 10월 기준 포천 500대 기업의 93%가 도입했을 정도로 AI 채용이 대세가 됐다.
AI 채용의 공정성·투명성·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 필요성도 제기된다.미국 일리노이주는 구직자에 AI 작동방식을 설명하고 영상공유·파기 등을 규정한 'AI 영상면접법'을 제정했고 뉴욕시도 AI 채용도구 이용시 편향성 사전 감사를 의무화한 조례를 마련했다.
최창수 국회도서관 법률자료조사관은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업과 공기업의 AI 채용기술 활용이 확산하고 있으나 공정성·투명성 확보를 위한 법률이나 규정은 없다"며 "AI 채용의 평가방법 및 알고리즘 작동방법을 구직자에게 사전 설명하고 편향성 방지를 위해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 직장인 이모씨는 취업준비생 시절 대기업에 지원했다가 AI(인공지능) 면접에서 몇 차례 탈락하자 큰 좌절감을 느꼈다. 체계적으로 AI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유료 프로그램을 검색하던 중 우연히 본 블로그에서 서울시가 취준생에게 무료로 지원하는 AI 역량검사를 발견했다. 이씨는 무료 프로그램을 활용해 최대한 반복 연습하고 AI 역량검사 결과를 면접 과정에서 적극 활용했다. AI 역량검사에서 나온 자신의 장점인 계획력과 목표추구성, 우선순위 설정 및 전략적 업무 배치 능력 등을 면접 때 최대한 어필했다.
이씨는 "'예상치 못한 상황(계획 틀어짐)에 대한 유연한 대응 전략'이 면접 질문으로 나왔는데 AI 역량검사 경험과 결과를 최대한 활용해 다양한 시나리오 기반의 대처법을 준비하고 강조하면서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HD현대중공업 취업에 성공해 현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업무를 담당한다.
AI로 인성과 업무 적합도를 판단하는 AI 면접이 취업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서울시의 AI 면접체험·역량검사 프로그램이 취준생 사이에서 인기다. AI 면접 준비를 돕는 유료 프로그램이 많지만 청년 구직자엔 비용 부담이 걸림돌이다. 서울시의 프로그램은 무료여서 비용 부담없이 AI 면접을 체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39세 이하 서울 거주 청년은 AI 면접체험(성향검사, 영상면접, 전략게임)과 역량 검사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청년층 고용 한파와 AI 활용 취업 트렌드 등의 변화에 맞춰 서울시가 '취업 사다리' 역할을 하자는 취지에서 2021년부터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1인당 월간 이용 가능한 수검 횟수를 지난해보다 2배 늘려 월 최대 10회까지 역량 검사를 지원한다. 연간 120회 바우처로 반복 학습이 가능한 셈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구직 청년에게는 159개 기업 면접 기출문제 1만여 개를 제공하고 AI 면접의 원리부터 실전 팁까지 알려준다.
역량 검사 응시 후 개인별 강약점, 역량 수준, 직군 적합도 등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심층 결과 분석지를 받을 수 있다. 자기소개서 작성법, 대면 면접 준비 방법, 개별 문제 진단 및 약점보완 전략, 역량별 맞춤 직군 등을 알려주는 전문 컨설팅 서비스도 지원한다. AI 역량검사 도입 기업 분석과 맞춤형 대응 전략, AI 역량검사 결과지 활용법 등을 다루는 특강과 채용설명회에도 참여할 수 있다.
AI 면접체험·역량검사 프로그램 이수 후 취업에 성공한 스토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매년 참여자가 늘고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용자수는 2023년 1만 3073명에서 지난해 1만5506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지난달 말까지 1만1733명이 이용했다. 이용자 만족도(5점 만점)는 2023년 4.70점에서 2024년 4.79점으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