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절박함 사상최대 기술수출 원동력"

"벼랑끝 절박함 사상최대 기술수출 원동력"

대담=송기용 산업2부 부장, 정리=김명룡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2016.01.05 03:20

[머투초대석]사상최대 신약기술 수출 이끈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한미약품 뿐 만 아니라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한미약품 뿐 만 아니라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가 회사 말아먹는 것 아냐?" 2015년 1월1일한미약품(557,000원 ▲42,000 +8.16%)집무실에 앉아 있는 이관순 사장 귓가에 주변의 질타가 환청처럼 맴돌았다. 이 사장은 "당시는 새해가 밝는 게 너무나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회사 실적은 부진한데 연구·개발(R&D)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4년 R&D비용은 1525억원으로 매출의 20% 수준이었다. 매출 7000억원대 작은 제약사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수준이었다. 더욱이 몇 가지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시험이 본격화되면서 R&D 비용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었다. 연구성과가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천억원을 투자한 신약후보물질을 다른 제약사에 팔아 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회사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이었고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임금 동결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일해준 직원들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런 위기 상황에서 절박함으로 기술수출에 나섰는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7개의 신약을 글로벌 제약기업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에 기술수출했다. 기술수출 계약금만 8000억원이고, 임상시험 성과에 따른 단계별 기술료인 마일스톤까지 포함하면 총 8조원 규모로 국내 제약산업 역사상 유례없는 엄청난 성과를 올린 것이다.

이 사장은 "수천억원의 기술수출 자금이 들어오고, 이 자금으로 새로운 R&D 투자를 하는 선순환 사이클에 접었다"며 "올해는 한미약품 뿐 아니라 한국 제약·바이오사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에서 이관순 사장을 만났다.

- 유례없는 기술수출 성과입니다. 운이 좋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 신약개발은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그런 잣대로 봤을때는 운이 좋은 것이 맞습니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의 기술수출 성과가 별로 없어서 더욱 그런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좋은 성과가 나온 것은 분명히 아닙니다.

- 굴지의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을 수출한 한미약품만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 우리 기술이 완벽하진 않아도 적어도 타사의 경쟁기술보다는 좋은 기술을 보유해야 합니다. 매년 수조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붓는 다국적제약사와 경쟁하려면 이들과 차별화된 기술이 있어야죠.

- 한미약품의 연구개발이 타사와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 한미약품처럼 작은 회사는 다국적제약사보다 의사결정이 빠릅니다. 빠른 의사결정으로 개발 시간을 줄여야만 신약의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다국적제약사는 의사결정을 하는데 6개월씩 걸리는데 우리는 실수를 하더라도 바로바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 R&D가 잘못되는 것만 실패가 아니라 의사결정 시기를 놓치는 것 역시 실패'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의사결정 속도가 빠를 수 있지만 위험부담이 커졌을텐데요.

▶ 결정을 빠르게 하면 당연히 리스크는 커집니다. 하지만 리스크 때문에 개발이 늦어지게 되면 신약의 가치는 훨씬 더 줄어들게 됩니다. 우리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신약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내부자원이 빈약하기 때문에 '속도내기'로 경쟁력을 갖출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죠.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고민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대신 의사결정구조를 단순화해 최대한 빠르게 결정을 하기위해 노력했고요.

- 만일 실패했다면 의사결정에 따른 책임은 누가 졌을까요?

▶ 경영진이죠. 임성기 회장님이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며 연구진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실패를 빠르게 인정한 것도 신약개발의 원동력이 됐다고 봅니다. 실패를 포용하고 또 다른 연구개발 동력으로 발전시킨거죠. '최선을 다한 실패는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한미약품만의 내부 문화'가 없었다면 성과도 없었을 겁니다.

- R&D 연구 도중에 기술개발에 실패한 사례도 많았나요?

▶ 1주일에 한 번 맞는 C형간염치료제를 한 달에 한 번만 맞으면 되도록 개발했었습니다. 임상2상시험까지 하면서 개발비도 적잖이 들었지요. 그런데 미국에서 '소발디'라는 먹는 C형간염치료제가 나오면서 주사제가 더 이상 경쟁력이 없어졌습니다. 투자한 금액과 시간이 아까웠지만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서 바로 접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연구개발진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 기술 수출 전례가 많지 않아서 다국적 기업과 협상하는 것도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 한국 제약사나 바이오 회사의 기술이 좋지만 다국적 제약사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매년 열리는 유명 학회나 투자설명회를 쫓아다녔는데, 처음에는 한미약품 역시 찬밥신세였습니다. 하지만 임상시험데이터를 꾸준히 보내고, 발표도 했더니 점차 우리 기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올해(2015년)는 메이저 제약사들이 서로 밥을 먹자고 해서 해외학회에서 저녁식사를 3번이나 한 적도 있었어요.

- 다국적제약사를 상대로 기술수출 협상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입니다.

▶ 기술수출이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다국적제약사에는 그런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내가 좋은 물건(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내 물건이 탐 나면 값을 좀 매겨봐라' 이런 방식으로 배짱 좋게 대처했어요. 우리가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 기술수출한 파이프라인의 개발이 잘 될 것 같습니까?

▶ 한미약품 파이프라인을 가져가서 실제로 개발할 의지가 강한 회사를 택했다고 생각합니다. 계약금을 우리 수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우리 뜻을 상당부분 관철했어요. 단순히 기술을 팔았다기보다는 동업자를 구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담직원들을 꾸려 기술수출한 기술의 임상이 빠르게 진행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 한미약품 행보에 업계 관심이 쏠리는데, 올해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신약이나 R&D 역량에 대한 글로벌 제약기업의 관심과 신뢰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현재 임상 중인 신약 외에도 개발 초기단계에서 경쟁력 있는 약물을 상당수 개발하고 있다. 기술수출 자금이 들어오고 이 자금이 기술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접어들었고, 전보다 여유도 생긴만큼 기술수출협상 역시 유리하게 펼칠수 있게 됐습니다.

- 다른 기업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전략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 우리가 자체 개발한 기술은 물론, 외부의 유망한 물질을 도입하고 함께 개발해 나가는데도 관심이 많습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단순히 한미약품의 파이프라인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 자본을 나눔으로써 한국의 신약개발 붐을 일으키는데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가 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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