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경조사에서 사라진 화환… '제약사' 영업은 죽을맛

'의사' 경조사에서 사라진 화환… '제약사' 영업은 죽을맛

김지산 기자, 안정준 기자
2016.10.27 05:35

[청탁금지법 시행 한달] 의료진에 '캔커피' 감사표시도 못해

부산대학교병원 원무창구에 내 걸린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배너/사진제공=부상대병원
부산대학교병원 원무창구에 내 걸린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배너/사진제공=부상대병원

9월28일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영업을 맡고 있는 A제약사 영업사원의 일상은 크게 바뀌었다. 회사에서 허용한 의사와 식사비가 크게 줄어든 건 감내할 만했다. 정말 당황스러운 건 의사들이 자신을 만나주지조차 않는 현실이었다.

이 영업사원은 "만나는 순간 무슨 범죄에 엮이듯 나를 기피하는 의사들을 보며 직업에 회의를 느낀다"며 "잠재적 범죄자 취급 당하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현행 약사법 시행규칙에서 의료인을 상대로 허용하는 접대 목적의 식사비는 10만원. 반면 김영란법은 3만원이다. 김영란법은 기존 법과 적용 영역이 겹칠 때 기존 법을 우선 적용하도록 했다. 이 원칙대로라면 대학병원 의사들도 10만원 이내에서 식사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학병원 의사들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들이라는 게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운신의 폭을 좁힌다.

대부분 제약사들은 혹시 모를 불똥을 피하기 위해 대학병원 의사들을 상대로 한 식사비 한도를 3만원으로 설정했다. 문제는 3만원짜리 밥조차 대접할 기회조차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인들의 경조사 현장에 넘쳐나던 화환도 이젠 옛 말이 됐다. B제약사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은 물론, 개인병원 의료인들에게 화환을 아예 보내지 않는다. C제약사는 김영란법이 제한한 경조사비(10만원) 한도 내에서 경조비와 화환을 소화한다. 사실상 화환발송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C제약사 소속 영업부서 관계자는 "대학·종합병원은 제약사 영업에 매우 중요한 대상인데 영업활동이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며 "만나서 소통하는 최소한의 활동이 어렵다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전략을 새로 짜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사제지간에 '캔커피' 하나도 주고 받을 수 없게 된 것과 비슷한 일이 병원에서도 일어난다. 환자나 환자 가족이 의료진에 최소한의 감사 표시도 해선 안된다.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병원 곳곳에 진료와 관련된 작은 사례도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구를 부착해 둔 상태"라며 "커피 등을 건네는 환자분들도 이전보다 확 줄었다"고 말했다.

사립대학교 의대와 관련 있는 민간 병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민간 병원에서 근무하지만 대학 교수 자격을 갖고 있으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성균관대학교 교수를 겸임해 이중지위 신분인 의사가 다수 있다"며 "상황이 애매할 경우 무조건 법을 따르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법무실을 통해 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도 전달된 상태"라고 말했다.

김영란법 덕에 '청탁'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병원 교수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입원 절차나 수술 일정 등에 대한 청탁이 빈번했지만 이제는 청탁이 거의 없어졌다"며 "들어오는 청탁에 대해서도 법 위반에 대해 설명해주면 다들 수긍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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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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