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포스트 서정진, 셀트리온 재도약의 조건②

셀트리온(203,000원 ▼500 -0.25%)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2세 체제를 강조했다. 서정진 명예회장 이후 새로운 셀트리온, 셀트리온2.0을 기대해달라 당부했다.
셀트리온2.0은 서 명예회장이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이사회 의장을 맡은 두 아들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 속 적절한 투자 결정 등을 통해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란 청사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3월부터 장남인 서진석씨는 셀트리온, 차남인 서준석씨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두 아들이 그룹 핵심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에 의장으로 참여하며 사실상 그룹 경영 전반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지분 승계가 확실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2세 경영 체제가 출범한 셈이다.
올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셀트리온 2세 체제는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실적 성장세는 둔화됐고 주가는 반토막 났다. 최고의 파트너라고 극찬했던 소액주주는 등을 돌렸다.
2세 체제로 상장 3사 합병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관련 절차는 오히려 지지부진했다.
서 명예회장이 물러난 뒤 바로 위기에 부딪힌 셈인데, 이 과정에서 난관을 타개할 리더십이 필요하단 평가다.
일각에선 셀트리온의 현재 지배구조가 옥상옥 형태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는 게 아니냔 비판도 있다. 셀트리온은 기우성 부회장,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김형기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아 이끌고 있지만 서 명예회장의 두 아들이 각각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는 "서 명예회장이 그대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친족인 아들이 승계가 완료되기 전 이사회 의장을 맡은 구조로, 진정한 의미의 소유와 경영으로 볼 수 있을지 애매하다"며 "통상적으로 지분 승계를 완료한 2세가 경영에 참여하거나 이사회에 들어가는데 셀트리온 사례는 이례적인 구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명예회장의 두 아들이 이사회 의장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에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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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서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뒤 2세 경영의 리더십을 평가할 만한 역할이 그간 없었다"며 "시장에선 2세 경영을 토대로 신약 개발 등 신규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할 거라 기대했는데 아직 눈에 띄는 행보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2세 경영을 평가할 만한 시간이 부족했다 볼 수 있는데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이 영국 신약 개발 회사 익수다테라퓨틱스에 신규 투자한 게 눈에 띈다"며 "다만 그동안 높아진 시장과 주주들의 눈높이를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성과인지는 의견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셀트리온의 중장기 성장동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진 점이 2세 체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주력인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시장은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성장성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졌다. 코로나19(COVID-19) 치료제 렉키로나가 돌파구가 될지 기대했지만 해외에서 경구용(먹는) 치료제 연구가 속도를 내면서 타격을 받았다. 성장동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방향성을 확실히 잡아야 한단 분석이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소액주주 비대위원장 A씨는 "서 명예회장의 두 아들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 데 대해 소액주주들도 반대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올해 주주가치가 하락한 상황에서 이를 방치하고 주주들을 냉대하는 데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 명예회장도 소방수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방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2세 경영이 시작된 올해 2세 승계와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상장 3사 합병 작업에 어려움이 가중된 점은 아쉽다"며 "상장 3사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 신규 사업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