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바이오산업, 효율에서 효과로 패러다임 변화할 때"

"韓 바이오산업, 효율에서 효과로 패러다임 변화할 때"

김상희 기자
2025.02.20 14:59

[인터뷰] 정태흠 아델파이벤처스 대표

정태흠 Adelphi Ventures 대표가 26일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2024 키플랫폼' 총회에서 '바이오 혁명 시대의 확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정태흠 Adelphi Ventures 대표가 26일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2024 키플랫폼' 총회에서 '바이오 혁명 시대의 확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지난해 비만약 위고비가 국내 출시되며 큰 화제를 일으켰다. 앞서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방송인 킴 카다시안 등 유명인들이 효과를 봤다고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제품이다. 흔히 덴마크 하면 낙농업을 주요 산업으로 떠올리지만, 노보 노디스크가 덴마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한때 노보 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기도 했으며, 명품 기업 LVMH를 제치고 시가총액 유럽 1위 기업이 되기도 했다. 지금도 덴마크 경제 성장률의 상당 부분을 노보 노디스크가 맡고 있다.

사회가 고령화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앞으로 바이오 시장은 더 커질 게 확실시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도 바이오산업을 꼽는다. 한국은 바이오산업에 필수인 제조업, IT 분야에서 세계 최고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활약하는 바이오산업 투자 전문가 정태흠 아델파이벤처스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이 기존 효율 중심에서 효과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주요 변화는 무엇인가?

▶미국이 생물보안법과 관세 정책을 활용해 자국 중심주의를 강화하면서 바이오산업을 강력 추진한다는 점이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샘 알트만 오픈AI 대표와 함께 최대 5000억 달러의 스타게이트 펀드 조성을 통한 AI(인공지능) 활용 암 조기 진단과 맞춤형 백신 개발 과제를 발표하며 AI 기술이 가져올 의료 분야 혁신을 예고했다. 그는 AI로 혈액 속 종양을 분석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유전자 서열을 분석해 맞춤형 mRNA 백신을 약 48시간 안에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픈AI의 이사이기도 한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올해 세계경제포럼에서 AI 등 혁신 기술의 발달로 2~3년에 한 번씩 위고비와 같은 기적의 약이 출시될수 있다고 발표했다.

-올해 바이오산업 투자는 어떻게 전망하나?

▶돌아보면 바이오산업은 2020년, 2021년 역대급 활황이었지만 2022년과 2023년 폭락과 침체기를 겪었으며, 작년은 2023년보다 소폭 호전에 그쳤다. 개인적으로 과거 2년간 연초마다 바이오 투자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고 했었지만 충분히 상승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2025년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는 전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021년의 정점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재진입해 본격 상승되는 시점은 2026~2027년으로 전망된다.

- 최근 바이오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동향과 전망은 어떠한가?

▶빈익빈 부익부라고 할 수 있다. HSBC 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바이오텍 벤처 자금은 2023년 212억 달러에서 2024년에 281억 달러로 증가했지만, 자금조달 회사수는 2023년 573건에서 지난해 569건으로 감소했다. 특히 1억 달러 이상 자금 조달 건수는 2023년에서 2024년 사이에 70% 증가해 106건에 달했다. 과거 2022년과 2023년에 자본 시장이 축소되면서 벤처 회사들은 신규 투자보다는 기투자 업체 라운드를 통해 자사 포트폴리오를 유지했다. 지난해에는 큰 시장을 목표로 거대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경험 있는 창업가가 이끄는 스타트업의 선호가 시작됐고 올해 그 추세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치벤처파트너스를 비롯한 대형 VC(벤처캐피털)들은 신약 개발을 타깃으로 한 뉴코 설립(컴퍼니 빌딩)에 집중하고 있으며, 테크 VC들은 바이오 섹터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브레인-컴퓨터 인터페이스와 신약 개발 AI 등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AI 가 바이오 시장의 각광을 받는 데 대한 견해는?

▶2024년에 1억 달러 이상 투자 유치한 헬스케어 AI 업체가 39개로 다수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신규 분야라는 이유로 과도한 투자가 단기간에 집중됐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나하면 AI 업체의 실적은 기대보다 실망스러우며, 대부분이 기능을 상업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장기적 관점에서는 헬스케어 AI 분야 투자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가?

▶2028년 키트루다(Keytruda)의 독점권이 만료되는데 연간 매출 규모가 40조 원이고, 이외에도 향후 3년간 총 150조 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신약 독점권이 만료 예정이다. 따라서 이를 대체할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사안이다. M&A(인수합병)나 라이선스가 매우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이오산업에서 최근 중국의 부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나?

▶작년 9월 서밋테라퓨틱스가 키트루다보다 우수한 폐암 임상 시험 결과를 발표하며 주목받았는데, 이는 무명의 중국 기업 아케소(Akeso)에서 라이선스 한 약물이라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중국은 2024년 글로벌 빅파마 라이선스 계약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2020년 5%에서 급격한 성장을 보였으며 GSK, 머크(Merck),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등이 중국 기업들과 각각 1조 원 이상의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텍이 전임상 자료를 만드는 데 12개월이 걸리는 반면, 중국에서는 3개월 만에 완료하는 등 연구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 바이오산업은 어떤 과제에 직면해 있나?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기존 빅파마가 개발한 약물의 바이오마커 효율(efficiency) 개선 전략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1억 달러 이상의 선 지급금을 받고 빅파마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기업 수에서 중국이 17개, 한국이 2개에 불과할 정도로 중국 기업들에게 밀리고 있다. 중국은 빅파마에서 개발 경험이 많은 인력들이 상하이 바이오클러스터로 돌아가 빅파마와 라이선스를 증가시키고 있다. 이들은 '슈퍼미투(Super Me-Too(혁신신약의 화학구조를 일부 변경해 새롭게 출시한 신약))' 개발 전문가들로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상대적으로 이러한 인력이 부족하다. 한국 모든 회사가 기존의 효율성 극대화 전략을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진지하게 재검토하고, 보다 근본적인 혁신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하나의 사례로 최근 미국 인실리코메디신이 AI와 양자컴퓨팅을 이용해 110만개 약물 데이터를 학습 후 KRAS 단백질 표적 항암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했다.

한국 바이오업계는 퍼스트인클래스(혁신신약)를 추구하는 좀 더 본질적인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회사의 신규물질이 가능성이 있다면 미국에서 뉴코 설립도 문이 열려있다. 이제 글로벌로 나아가며 신약개발 본연의 목적을 추구하는 효과(effectiveness) 중심의 신약개발 패러다임으로 발전할 단계이다. 아델파이 펀드에서 AI 공간생물학 회사인 오믹인사이트를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하고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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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김상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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