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바이오 발목 잡는 상폐 리스크, 해법은①

바이오 기업이 빵 공장이나 버섯농장, 기숙학원을 인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성장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업계에서 본업과 무관한 M&A(인수합병)가 늘어나는 것은 억지로 매출을 늘려 상장폐지(상폐)를 면하려는 꼼수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바이오 업계에선 우리 주식시장의 상장폐지 조건이 신약 개발 기업에 적합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올해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774원 ▼21 -2.64%)와 앱클론(61,800원 ▼900 -1.44%) 등 10개 바이오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새로 지정됐다. 지난해 8개보다 더 많다. 이 중 이오플로우(1,490원 0%) 등 일부 기업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며 투자자 불안을 키웠다. 2020~2021년 바이오 호황기에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이 많은데, 이들의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상장폐지 위기가 불거지고 있다.
실제 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앱클론과 피씨엘(302원 0%),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셀루메드(1,422원 ▲12 +0.85%), 애니젠(7,380원 ▼20 -0.27%), 에스씨엠생명과학(912원 ▼15 -1.62%), DXVX(4,610원 ▼210 -4.36%)는 매출액 또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요건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이 만료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닥 기업은 연간 매출액 30억원 미만,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 50% 초과가 3년간 2회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받는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매출액 요건은 5년, 법차손 요건은 3년간 관리종목 지정을 유예한다. 관리종목 기업은 지정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이후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바이오 중에선 마땅한 매출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 적지 않다. 일부 바이오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있단 소문만으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닥뜨리기도 한다.
한 바이오 기업 CFO(최고재무책임자)는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가 5년이 지나면 당장 매출액 30억원을 맞추기 위해 이런저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등 본업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분야로 진출하거나 아니면 매출 실적이 있는 외부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이 쉬운 접근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바이오 기업의 인수합병을 보면 의아한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 앞서 셀리드(2,780원 ▼70 -2.46%)는 베이커리 공장을 인수했고, 미코바이오메드(2,675원 ▲50 +1.9%)(더바이오메드)는 기숙학원 지분 100%를 매입했다. 올리패스(1,651원 0%)는 민간 임대 아파트를 인수해 부동산 임대업을 하려 했다가 자금 문제로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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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기업의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인수합병은 대체로 매출액 요건 등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이뤄진다. 하지만 이 같은 선택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일부 기업은 투자 과정에서 꼼꼼하게 점검하지 못하고 외부 기업을 인수했다가 기대한 효과를 보지 못하기도 한다. 자금만 허비한 꼴이다.
진단 회사 셀레스트라(350원 0%)(옛 클리노믹스)는 지난해 매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약 185억원을 투입해 뉴오리엔탈호텔을 인수했다. 또 버섯재배 자동화시스템을 보유한 가금농산 지분 40%를 매입했다. 외부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공격적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자금을 모았다. 하지만 결국 감사 범위 제한 및 계속기업 불확실성으로 인한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빠졌다. 현재 거래 정지 상태다.
앞서 올리패스는 화장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매출 증대에 나섰지만, 2023년 허위 광고에 따른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 때문에 화장품 사업을 접어야 했고, 이후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는 데 애를 먹었다. 결국 감사의견 '한정'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관련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고 혁신 기술의 탄생을 촉진하기 위해 전 세계에 없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도입했는데, 매출액이나 법차손 요건 때문에 신약 개발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며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에이비엘바이오처럼 우수한 토종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이나 플랫폼 기술이 더 많이 나오려면 상장 유지 제도를 완화하는 등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