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이겼다" 정부 또 원칙 깼지만…풀리지 않는 의정갈등

"의사가 이겼다" 정부 또 원칙 깼지만…풀리지 않는 의정갈등

박미주 기자
2025.04.17 15:20

교육부, 원칙 깨고 의사집단 요구대로 내년 의대 정원 3058명 발표
시민·환자단체 등 반발 거세…"정부가 의사집단에 굴복했다" 비판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확정한 17일 오후 대구의 한 의과대학으로 학교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확정한 17일 오후 대구의 한 의과대학으로 학교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정부가 내년 의과대학 정원을 2024년 대비 동결 수준으로 회귀하는 안을 발표하자 각계에서 "정부가 원칙을 깨고 또 의사집단에 굴복했다"는 비난이 잇따른다. 정부가 한 발 물러섰지만 의사단체는 여전히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의정갈등이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아 정부를 향한 비판이 더 크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7일 "2026학년도 의대 모집정원을 2024학년도 입학정원 수준으로 조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증원 전인 3058명이 된다.

이 같은 결정은 교육부가 기존에 발표했던 원칙에 어긋난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7일 '3월 말까지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의대 정원을 2024년 대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대생 전원이 복귀하기는커녕 지난 16일 기준 40개 의대 평균 수업 참여율이 25.9%에 불과했는데도 교육부는 원칙을 깨고 의대 정원 회귀안을 발표했다.

이에 정부의 의료개혁안을 지지해온 환자·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2026년 의대 모집인원에 대해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법 심의 중 사회적 논의 없이 기습적이고 일방적인 동결 방침을 발표했다"며 "끝내 오늘 정부는 모집인원을 확정해야 수업 참여 학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장담할 수 없는 의대 운영 대학총장모임(의총협)의 건의를 핑계 삼아 2026년 의대 모집인원 동결을 공식화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대생 복귀도 의대 교육 정상화도 의료기관의 정상화도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은 채 결국 의사 집단에 무릎을 꿇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이번 정부의 모집인원 동결 결정은 의사 집단의 특혜를 특권으로 공식 승격해준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소한 정부가 스스로 밝힌 조건대로 완전하지 않은 의대생 복귀와 교육 정상화 없는 2026년 의대 정원 동결은 매번 정책 추진과정에서 의사집단에 무릎 꿇는 굴욕의 과거를 재현하는 것일 뿐,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동결될 것으로 알려진 1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건물로 학생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 뉴스1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동결될 것으로 알려진 1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건물로 학생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 뉴스1

환자단체연합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늘(17일)은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포기한 날이자,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시켜 준 상징적인 날"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의대생이 전원 복귀해 교육이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 포기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3058명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이날 "교육부의 의대정원 원점 발표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중증질환자가 그동안 참고 견뎌온 고통은 물거품이 되었고 이미 이 사태로 생명을 잃은 분들의 희생만 강요한 정부 관계자들은 책임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정부는 지난 2월 의정갈등이 시작된 이래 수차례 원칙을 어기며 의사집단에 물러선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병원장에는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전공의들에는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의료법에 따라 '면허 정지' 등의 처분을 내리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수개월 뒤인 지난해 6월 복지부는 결국 꼬리를 내렸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6월 브리핑을 열고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명령과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의료현장으로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또다시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행정처분 절차가 재개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추가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 전공의에는 수차례 '수련특례'를 부여했고 의대생들엔 집단휴학을 승인했다. 그래도 대다수 전공의는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았고 의대생도 여전히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국장은 "정부가 의사집단에 굴복했다. 의료계 요구에 계속 뒷걸음질 쳐 마지막 악수를 뒀다"며 "의료개혁 추진도 어려워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도 "정부가 기득권층인 의사들의 주장에 굴복했다"며 "스스로의 약속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은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통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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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 기자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 보건정책, 제약업계 등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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