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전략 '확실성'에 집중…허가·후기 자산 중심 대형 딜 지속
기술이전은 협업·옵션 확대…초기 기술 리스크 분산 구조 뚜렷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기술자산 확보 전략에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여전히 대형 계약을 통한 자산 확보는 이어지고 있지만, 위험관리에 한층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 속 글로벌 제약사가 보유한 주요 블록버스터 제품 특허 만료가 임박한 만큼, 확실한 매출이 보장되거나 임상 성과가 입증된 자산에 선택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초기 단계 기술은 협업·옵션 구조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글로벌 제약·바이오 M&A 및 기술이전 사례의 키워드는 '선별과 분산'이었다. 인수합병(M&A)은 확실한 매출 또는 개발 성과가 보장되는 영역에 집중되고, 기술이전 계약은 직접 도입이 아닌 협업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M&A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4건의 대형 계약이 쏟아졌다. 일라이 릴리가 센테사를 78억달러(약 11조5300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바이오젠(아펠리스), 뉴로크린(솔레노), 길리어드(투불리스) 등이 잇따라 M&A 소식을 알렸다. 나란히 20억달러(약 2조9500억원) 이상의 대규모 계약이다.
해당 계약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확실성'이다. 이미 허가 품목을 보유하거나, 개발 분야 차별화 성과를 통해 시장가치를 평가받은 기업들이 피인수 대상으로 선택됐다.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초기 유망물질 보유사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던 과거 행보와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로 바이오젠이 56억달러(약 8조3000억원)에 인수한 미국 아펠리스 파마슈티컬스(아펠리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C3 사구체병증 또는 원발성 면역복합체 막증식성 사구체신염(IC-MPGN),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치료제 '엠파벨리'와 황반변성에 따른 지도모양위축 치료제 '사이포브레'를 보유한 기업이다. 두 품목의 지난해 합산 순매출은 약 7억달러(약 1조원) 수준이다.
뉴로크린 역시 프래더-윌리 증후군(PWS)으로 인한 과식증 치료제 '바이캣 XR'을 보유한 솔레노 테라퓨틱스를 29억달러(약 4조2800억원)에 품에 안았다. 지난해 3월 허가 후 2분기 미국에 출시된 바이캣 XR은 3개 분기만에 2억달러(약 3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며 경쟁력을 입증한 상태다. 특히 2040년대까지 지속 가능한 특허권을 통해 향후 시장 경쟁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
이밖에도 길리어드가 ADC 신약과 기면증 치료제를 보유한 독일 투불리스를 50억달러(약 7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투불리스의 핵심 자산은 난소암 및 비소세포폐암 1b/2상 중인 'TUB-040'이다. ADC에서 난이도 높은 표적으로 분류되는 나트륨-인산염 공동수송체(NaPi2b)를 타깃하는 항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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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에 실패한 타깃이지만, 투불리스는 앞선 임상서 우수한 객관적 반응률을 확인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세포치료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사 인수에 100억달러(약 14조8700억원)를 투자한 길리어드가 선택한 항암분야 동력이라는 점이 주목받는 중이다.
일라이 릴리가 선택한 센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 'ORX705'는 기면증과 특발성 과다수면증을 적응증으로 안정적 2상 데이터를 확보했다. 특히 약물의 핵심 기전인 OX2R 작용제 계열은 다양한 신경정신과 질환으로 확장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받는 중이다. 대사질환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확장을 본격화 중인 일라이 릴리에겐 차별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반면, M&A에 비해 불확실성이 큰 기술이전 계약은 직접 도입 보단 협업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성사된 9건의 기술이전 계약 가운데 완전한 직접 도입 사례는 일부에 그쳤다. 일라이 릴리가 인공지능(AI) 신약 개발사 인실리코 메디슨의 전임상 후보물질을 인수한 것을 비롯해 버텍스의 할로자임 제형변경 플랫폼 독점 라이선스 확보 등이 대표적이다.
나머지 계약은 기존 계약의 개발 단계 검증을 마친 이후 협력 범위를 확대하거나 초기 단계 공동 프로젝트 수준에 머물렀다. 협업 수준에서 출발하는 만큼, 전체 계약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사례도 많았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기술수출에 무게 중심을 둔 국내업계 사업화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 기술수출 실적을 달성한 국내 업계지만, 올해 들어서는 아직 조단위 대형 신규 계약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을 협의 중인 국내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최근 행보만 놓고 보면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확실한 자산을 보유한 M&A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데 힘을 싣는 반면,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기술도입 측면에선 다소 소극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수년간 누적한 기술수출 성과와 이전 계약의 진전 등을 통해 체급이 커진 국내사들의 눈높이 역시 높아진 만큼, 시장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계약 소식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