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과잉 처방 여전…독감 진료 10건 중 8건에 소화기 약제 처방

항생제 과잉 처방 여전…독감 진료 10건 중 8건에 소화기 약제 처방

박미주 기자
2026.06.11 12: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단순 독감 진료에 항생제 처방 약 3만4000건
항생제 처방률, 내과는 낮고 이비인후과는 높아
적정 의약품 사용 관리 필요성 제시

사진= 건보공단
사진= 건보공단

독감(인플루엔자) 진료 시 항생제와 소화기계용 약제를 과잉 처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약물 오남용을 줄이려는 노력과 급여기준 정비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독감으로 진단받은 성인 환자 140만1178건을 대상으로 항생제와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 현황을 분석했다고 11일 밝혔다.

분석 결과 항생제 처방률은 평균 27.7%(중앙값 12.4%)이나 전체 독감 진료의 18.3%인 저위험 에피소드(합병증 등이 없는 단순 독감 진료, 25만6823건)는 항생제 투약 필요성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13.3%에서 항생제가 처방됐다. 이는 항생제 투약의 과잉사례로 볼 수 있다.

독감 환자 대상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률은 평균 77.2%(중앙값 91.4%)였다. 대부분의 독감 진료 시 소화기계용 약제를 기본으로 함께 처방하는 관행적 사용 양상이 확인됐다.

항생제 사용이 진료기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항생제를 처방받은 에피소드는 항생제를 처방받지 않은 에피소드에 비해 진료기간이 평균 약 13% 더 긴 경향을 보였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환자 연령별로는 18세~40세 미만에 비해 40세~65세 미만은 13%, 65세~75세 미만은 24%, 75세 이상은 29% 진료기간이 더 길어, 고령일수록 회복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건보공단
사진= 건보공단

저위험 에피소드의 항생제 처방에 영향을 미치는 기관 특성을 분석한 결과, 진료과목과 의사 연령이 주요 요인으로 확인됐다.

진료과목별로는 기타 과목에 비해 이비인후과가 저위험 에피소드에 항생제를 처방할 교차비(Odds Ratio, OR)가 3.08배로 가장 높았다. 일반과(약 1.65배)와 소아청소년과(약 1.53배)가 뒤를 이었다. 반면 내과는 약 0.69배로 가장 낮았다.

의사 연령별로는 45세 미만 의사에 비해 65세 이상 의사의 처방 가능성이 약 2.03배 높았다. 55~65세 미만 의사는 약 1.34배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임에도 진료 과목과 의사 연령에 따라 항생제와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 양상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진료과목별로는 항생제의 경우 내과(19.0%)의 항생제 처방률이 가장 낮았고, 소아청소년과(37.5%)와 이비인후과(32.4%)는 높은 수준을 보였다. 소화기계용 약제의 경우 이비인후과(84.6%)는 높지만 소아청소년과(62.9%)는 낮았다.

의사 연령별로는 45세 미만 의사의 항생제 처방률(23.3%)이 낮고, 65세 이상(33.2%) 의사에서 높은데 반해,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률은 45세 미만 의사 (83.9%)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동일한 성인 독감 진료에서도 진료과목과 의료진 특성에 따라 약제 처방 행태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의료인들이 환자를 위해 방어적으로 항생제와 소화기계용 약물을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며 적정진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영민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합병증이 없는 단순 독감 단계에서의 선제적인 항생제 처방이 전체 치료기간을 단축하는 데는 큰 실익이 없다"며 "환자의 상태에 따른 정교한 적정 진료와 함께, 약물 오남용을 줄이려는 의료계와 국민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합병증 없는 인플루엔자에 대한 항생제 치료와 관행적인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에 대해서는 급여기준 정비 등이 필요하다"며 "국민들이 불필요한 약물 복용으로 인한 건강상 문제를 겪지 않도록 하는 것도 보험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미주 기자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 보건정책, 제약업계 등 담당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