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시멘트 등 공급과잉 해소, 환경·에너지안보 다목적
중국 정부가 에너지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철강· 시멘트· 피혁제조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분야의 낙후시설 2000여 곳을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를 통해 △에너지 소비 감소는 물론 △고질병으로 지적됐던 철강·시멘트 등의 과잉설비 문제를 해결하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이겠다는 포석이다. 이에 관련업계뿐 아니라 경제·환경 전문가들도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제철소 175곳 닫으면 조강능력 5%↓=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8일 제철소, 시멘트공장을 비롯해 에너지소비가 많은 공장을 오는 9월 말까지 폐쇄하겠다며 2087개의 대상 명단을 내놨다. 시멘트공장 762곳, 제지공장 279곳, 제철소 175곳에 피혁공장 84곳 등이다.
폐쇄 대상 공장들은 기한까지 폐쇄작업을 마무리 못하면 은행대출, 수출신용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최악의 경우 전력도 끊긴다. 공업부는 사안의 민감함을 고려한 듯 특별한 공지 없이 명단만 공개하고 각 지방정부와 협의를 거쳐 공장을 선별했다고 밝혔다. 각 산업별 생산량 감소분과 일자리 감소분은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노후한 부실 공장들을 폐쇄, 업계가 자연스럽게 구조조정되고 철강·시멘트와 같은 건설자재 공급과잉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에 9일 관련주 주가가 상승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철강업계의 경우 폐쇄 대상 설비의 생산력은 고로 3252만톤, 전로 876만톤으로 중국 조강 생산능력의 4~5% 수준이다.
◇단호한 정부, 왜= 최근 수년간 중국 중앙정부는 노후공장의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이들 공장이 창출하는 일자리와 주택 등 기반시설을 포기할 수 없어 이에 저항했다.
중앙정부는 이번만큼은 단호한 입장이다. 온실가스 등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낙후 설비를 방치할 경우 생산 효율성뿐 아니라 환경오염이 가중되고 에너지 안보도 취약해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국(IEA)은 중국이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에너지소비국이 됐다고 지난달 밝혔다. 이에대해 중국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에서는 이미 2006년 미국을 넘어섰다. 또 수입 에너지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당국에게 에너지 정책은 국가안보 차원의 핵심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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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5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철권'을 휘두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국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 6일 에너지 다소비 공장에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관행을 중단하라고 22개 성에 지시했다.
◇에너지 소비·탄소 배출도 줄여야= 중국은 올해 산업 각 부문의 에너지 소비를 2005년 대비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까지 4년간 14.4%를 감축했다. 중국은 또 2020년까지 산업별 탄소배출량을 2005년 수준의 40~45%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목표달성 여부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상반기 에너지 효율성은 전년보다 0.09% 나빠졌다. 지난해 하반기 온실가스 배출량도 단일국가 기준 사상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산업생산을 위해 공장가동이 늘었고, 공장을 돌리려면 전력이 필요해 발전소에서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태웠다. 게다가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동차 보급이 늘고 각종 생활용품도 증가, 탄소배출량이 증가 추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노후공장 폐쇄 조치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IEA는 중국이 에너지 효율화와 탄소배출 저감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향후 10년간 탄소배출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 IHS캠브리지 에너지연구소의 저우 시저우 연구원은 "정부의 공장폐쇄 방침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강력한 조치"라며 "하지만 에너지 소비를 2005년 대비 20% 줄인다는 목표는 하반기에도 여전히 힘겨운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