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그 멀고도 험난한 상장사의 길

골드만삭스, 그 멀고도 험난한 상장사의 길

뉴욕=강호병특파원
2011.06.08 06:54

[강호병의 뉴욕리포트]비밀주의 선입관에 상장사로 변신 녹록치 않아

지난 5월6일 열린 골드만삭스 2011 정기주주총회. 1999년 5월 상장한지 딱 12년째 공개적으로 열린 주총이다. 이번에도 단골손님인 에블린 Y. 데이비스가 참석, 과도한 임원보수와 법률비용, CEO 거취문제 등을 일일이 따졌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에게 '미스터'라는 호칭도 붙이지 않고 그냥 '로이드, 로이드'라며 몰아 세웠다.

그녀는 골드만삭스 차기 CEO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후보이름까지 거론하며 블랭크페인 CEO에게 "사퇴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다. 블랭크페인 CEO는 불편해 했지만 대놓고 화내진 못하고 쓴웃음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이날 주총은 청문회장을 방불케 했다. 월가소수주주와 NGO주주들이 적극 참석, 주주권과 투명한 정보공개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한 NGO CEO는 미국 중산층 가구소득 비교통계까지 자세히 들이대며 경영진 5명에게 지급된 1410만달러 보수가 과도하다고 몰아세웠다.

정치자금 지출내역을 밝히라는 요구도 나왔다. 심지어 골드만삭스가 기후변화 문제로 부터 어떤 위험을 안고 있는지 공개하라는 주총과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주장도 나왔다. 이같은 주주들의 송곳 질문과 요구를 방어하느라 골드만삭스 CEO는 진땀을 뺐다. 월가를 호령하는 최고 투자은행으로서는 정말 체면이 서지않는 현장이었다.

골드만삭스가 예전처럼 소수의 파트너들이 지배하는 비상장조직으로 남아있었다면 결코 보지 못할 풍경이다. 자금을 더 끌어들여 회사를 키우기 위해 오너십 문호를 일반인에게 개방했지만 공개 상장회사로서 다가온 의무와 여론적 역풍은 생각보다 컸다. 기존 폐쇄성을 버리고 개방성을 갖춰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적지않은 정체성 혼란을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전엔 지금보다 더 많은 보수를 경영진이 챙겼지만 여론 도마에 오르기는 커녕 오히려 영예로 여겨졌다. 반감이 없진 않았겠지만 골드만삭스니까, 비상장 조직이니까 당연시 되는 부분이 있었다. 골드만삭스의 파트너가 된다는 것, 그것은 출세의 상징이자 월가에 입성하는 젊은 은행가에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상장후 골드만삭스 파트너의 빛은 바랬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조사한 바에 의하면 1999년 골드만삭스가 상장할 당시 221명의 파트너가 있었으나 지금은 39명만 남아있다. 공개 상장회사로서 외부 주주 이해를 먼저 챙겨야할 처지가 되면서 파트너들의 가져갈 몫과 영향력이 줄어든 탓이 크다.

1999년 상장때 60%에 이르던 내외부 480여 파트너들의 지분율은 지금 10%도 안되는 선으로 낮아졌다. 오너십 면에서 골드만삭스는 파트너 회사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공개후 파트너들이 자신의 지분을 모두 같은 방향으로 집중투표하기로 돼 있어 실제 의결권은 더 줄어든 상태다.

다른 상장 투자은행과 달리 골드만삭스는 지금도 파트너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파트너는 매 2년마다 100여명의 후보가 7개월여에 걸친 경쟁을 통해 비밀리에 선정된다. 누가 후보인지도 모르고 따로 인터뷰를 하는 과정도 없다. 파트너들이 눈여겨 봤다가 논의해서 선정할 뿐이다. CEO와 그 후계자, 중역은 파트너가 맡는 것이 원칙이다.

이같은 파트너 시스템은 골드만삭스로 하여금 남다른 성과를 내게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세상과 불화를 낳는 원천이기도 하다. 파트너십이 본래 비밀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몇달간에 걸친 연구를 통해 비즈니스 관행을 혁신하겠다는 장문의 리포트를 내놔도 잘 믿어주지 않는다. 감독당국과 수사당국 역시 조사의 끈을 조일 동기가 커졌다. 지난해 모기지관련 증권 부당판매 혐의로 증권거래위원회에 의해 제소되고 합의가 끝나기 무섭게 검찰이 관련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크게 보면 골드만삭스는 클럽같은 사적 조직에서 주주 이해에 충실한 공개 상장사로 변신해나가고 있다. 주주 요구에 반응한다는 것 자체가 이전에 없던 일이다. 그러나 뭔가 음모적인 비밀결사체 같다는 세간의 선입관은 그 과도 여정을 순탄하게 만들어줄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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