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판사들, 美배심원 판결 신경쓰지 않아..일본 판결이 증거 - 블룸버그
애플과 특허전쟁을 치르고 있는 삼성전자가 지난주 일본 법원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다른 나라 판사들이 미국 배심원단의 평결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 현재 10개국에서 애플과 50건 이상의 소송을 벌이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앞서 일본 법원은 지난달 31일 애플이 '미디어플레이어 콘텐츠와 컴퓨터의 정보를 동기화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를 삼성이 침해했다며 낸 특허침해 사실확인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미 법원에서 배심원단이 애플의 손을 들어주며 삼성에 10억5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의 배상평결을 내린 지 일주일 만이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두 법원이 다룬 특허는 내용이 서로 다르지만, 일본 법원의 판결은 미국 밖에 있는 판사들이 미 배심원단 평결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배심원단의 평결이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다른 나라 법원에서는 법적 논거가 부족한 이들의 평결을 주목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과 애플의 소송이 벌어지고 있는 유럽과 호주의 변호사들도 미 법원에서 나온 배심원단의 평결이 어떻게 도출된 것인지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 판사 상당수는 이를 판례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주 로펌 킹앤드몰리슨의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인 존 스윈슨은 "미 법원 배심원단의 평결은 '논거 없는 결론'으로 무엇보다 설득력이 없다"며 "이런 평결은 법적으로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독일 로펌 빌트앙거의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인 피터-마이클 바이스 역시 "독일 특허 판사들은 영국이나 네덜란드 법원의 판결은 주목하겠지만, 유럽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 법원의 판결은 거의 영향력이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24일 미 법원에서 평결이 나왔을 때 애플과 삼성이 각각 밝힌 성명에도 배심원 평결에 대한 서로 다른 가치관이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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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당시 성명에서 "배심원단의 봉사에 감사를 드린다"고 했고, 삼성은 "미 배심원단의 평결은 전 세계 법원의 '최종 판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과 애플의 특허분쟁을 다루고 있는 각국 법원은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일례로 독일 법원은 지난해 삼성의 '갤럭시탭10.1'에 대해 판매금지 명령을 내렸는데, 미 배심원단은 이번에 갤럭시탭10.1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호주와 네덜란드 법원도 미 배심원단과 상반되는 판결을 내렸고, 영국 법원은 지난 7월 갤럭시탭은 애플의 아이패드와 혼동되지 않는다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의 특허소송이 비전문적이고 너무 상업적이라는 비판이 미 법원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로펌 테일러웨싱의 캐슬린 폭스-머피 변호사는 "미국은 특허소송에서도 배심원단 평결을 거치지만, 영국을 포함한 다른 많은 나라에서는 특허 전문 판사가 사안을 다룬다"며 "미 배심원단 평결에 관심은 있지만, 영국이나 다른 나라 법정에는 영향을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스윈슨 변호사는 "미 변호사들은 배심원단에 특정 제품의 상업적 성공 여부 등을 강조하지만, 이런 내용이 (다른 나라의)기술적인 특허 관련 판결에 영향을 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