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 신원 노출 피해 마스크 착용<br>홍콩 정부, 긴급법 발동 복면금지법 시행<br>중국, 2억대 CCTV 통해 '디지털 감옥' 구축<br>미국선 사생활 침해 우려 등으로 사용 금지

넉 달째 계속되는 홍콩의 반(反)정부 시위에서 시위대가 필수로 챙기는 물품이 두 개 있다. 마스크(혹은 방독면)와 우산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경찰 카메라나 거리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얼굴이 찍히지 않기 위함이다. 얼굴이 노출되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안면인식 기술이 몇 초 만에 시위 참가자의 신원을 확인해 경찰에 통보할 수 있다. 마스크 없이 시위에 나섰다가는 즉시 체포될 수 있는 것이다.
홍콩 정부가 시위를 막기 위해 꺼내 든 카드도 '복면금지법'이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4일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계엄령이나 마찬가지인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발동해 시위대의 복면 착용을 전면 금지했다. 일반 시민이라도 공공장소에서 경찰이 요구하면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징역 1년형에 처해진다. 홍콩 시민들은 "과거 식민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시민들은 정부 조처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스크와 가면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시내 곳곳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안면인식을 막기 위해 CCTV나 스마트 가로등을 부수거나 페인트를 칠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가이 포크스(영국 의회를 폭파시키려 했던 인물로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다)' 가면을 쓰거나,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홍콩 시민들이 정부 방침을 비웃듯 거리를 행진했다"면서 "시위대의 규모와 다양성은 (복면금지법 등) 위험에도 민주화 요구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디지털 감옥' 구축한 중국=시민을 감시하는 홍콩 정부 뒤에는 세계 최대·최고 수준의 감시망을 구축한 중국이 있다. 중국 정부는 '하늘의 그물'이라는 뜻을 가진 톈왕(天網)이라는 범죄 용의자 추적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약 2억대의 CCTV를 통해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또한 공안부 주도로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중인데, 13억 중국인 누구의 얼굴이라도 3초 안에 90%의 정확도로 식별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홍콩 유명가수 겸 배우인 장쉐여우(張學友)의 중국 콘서트에서 수십 명이 체포돼 화제가 됐다. 수배범이 콘서트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다가 행사장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의 안면인식 시스템에 걸린 것이다. 중국은 또 현재 모든 공항과 기차역 등에서 안면인식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오는 12월 1일부터는 모든 이동통신과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의 안면 정보를 요구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휴대폰이나 인터넷 서비스를 쓰려면 먼저 자신의 얼굴 정보부터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종차별·사생활 침해·빅 브라더 우려 커져=중국과는 반대로 서구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이 가진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범죄 예방 등 긍정적인 효과보다 사생활 침해, 국가권력의 통제 강화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우려에서다. 올해 5월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는 미국 최초로 경찰의 휴대용 카메라를 통한 안면인식 시스템 사용을 금지했다. 이후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비슷한 내용의 법을 통과시켰으며, 오레곤과 뉴햄프셔 등 다른 주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영국에서도 경찰의 안면인식 기술사용이 논란이다. 영국 경찰은 2015년 6월 런던과 사우스웨일스 등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했는데, 범죄 용의자가 아닌 일반 시민의 얼굴 데이터를 무작위로 수집해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피부색이 짙을수록 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등 인종차별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면인식에 저항하라'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영국 인권그룹 리버티(Liberty)는 "거리에 설치된 수많은 카메라가 시민들 모르게 생체정보를 빼가고 있다"면서 "누군가 카메라를 통해 감시하고, 얼굴 정보를 모은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