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맹' 부상하지만...'다극화 시대'는 아직 멀었다
미국 일극체제가 일부 약화된 '부분적 일극체제' 시대

1990년대와 21세기 초반에는 미국의 글로벌 지배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어떤 힘의 지표를 보더라도 미국의 압도적 우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17세기 중반 근대 국제체제가 탄생한 이래 군사, 경제, 기술 영역 모두에서 동시에 이렇게까지 앞서 나간 나라는 없었다. 한편 미국과 동맹을 맺은 국가들은 대다수의 가장 부유한 국가들이었으며, 이들은 미국이 주도적으로 구축한 일련의 국제기구와 제도에 의해 하나로 묶여 있었다.
미국은 근대 이후 역사에서 그 어떤 강대국보다 외부의 제약을 덜 받으며 외교정책을 수행할 수 있었다. 중국, 러시아, 그리고 다른 야심 찬 강대국들이 체제 내 지위에 불만을 품었지만 그들은 이 체제를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미국의 힘은 많이 약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 사이 20년 동안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값비싼 개입 실패, 파괴적인 금융위기, 국내정치의 양극화 심화, 고립주의 충동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4년간의 집권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 와중에도 중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지속하며 그 어느 때보다 목소리가 커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이 더 이상 수정주의 세력을 막지 못하고 자신이 구축한 국제질서를 집행할 수 없다는 신호이자 미국의 우위가 끝났음을 알리는 조종(弔鐘)으로 보였다.
대부분의 관찰자들이 보기에 일극(一極) 체제는 결정적으로 끝났다. 많은 분석가들은 중국경제의 규모를 지적하며 세계가 양극(兩極) 체제로 바뀌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분석가들 대부분은 더 나아가 세계가 이제 다극(多極)으로 전환하기 직전이거나 이미 다극으로 전환됐다고 주장한다.
중국, 이란, 러시아는 모두 이 견해를 지지하며, 반미 수정주의를 주도하는 이들이 마침내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체제를 재구성할 있는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인도와 가난한 다른 많은 국가들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으며, 수십 년간의 초강대국 지배를 끝내고 마침내 그들 스스로의 길을 찾아 나갈 자율성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많은 미국인들 조차도 이제 세계가 다극체제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의 연이은 보고서와 미국의 보다 조심스러운 외교를 지지하는 좌우파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세계가 더 이상 일극체제가 아니라는 생각보다 더 널리 받아들여지는 진실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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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잘못된 것이다. 세계는 지금도 양극이나 다극 체제가 아니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없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지배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적 힘의 서열에서 최상위에 있으며 중국과 다른 모든 국가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 더 이상 어떤 특정 지표 하나를 선택해 이러한 현실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올바른 지표들을 사용하면 분명히 보인다.
근대 국제체제의 시작부터 냉전시기까지 다극 및 양극체제의 국제정치를 형성했던 힘이 오늘날의 세계에는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일극의 지속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그 힘이란 '밸런싱' 즉 동맹을 통한 '힘의 균형' 회복이다. 과거와 달리 이젠 다른 국가들이 동맹을 맺거나 군대의 힘을 합치는 것만으로는 미국의 힘에 맞설 수 없다.
미국의 힘은 여전히 전 세계에 존재감을 갖고 있지만 이전보다는 작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관점을 바꿔 봐야 한다. 그렇게 보면 미국 주도의 일극 체제가 성격이 바뀌었을 뿐 일극 체제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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