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와 '이슬람 핵폭탄' 손잡은 사우디-파키스탄 협정 [PADO]

'오일머니'와 '이슬람 핵폭탄' 손잡은 사우디-파키스탄 협정 [PADO]

PADO 국제시사문예지
2025.09.27 06:00
[편집자주] 미국의 외교정책이 지그재그로 움직이고 있고, 이스라엘은 미국의 동맹국 중 하나인 카타르 수도 도하를 폭격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이 군사동맹을 맺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카타르를 공습하고, 미국은 방관만 하고 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 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 9월 19일자 기사는 사우디와 파키스탄의 협력이 매우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것임을 역사적으로 짚어가며 양국이 가진 장점, 즉 오일머니와 핵무기가 현재와 같은 불확실한 정세 속에서 손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2025년의 국제정치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이 파키스탄의 움직임입니다. 파키스탄은 인도와 공중전을 벌이더니 갑자기 미국에 접근하고, 이번에는 사우디와 군사협정을 맺어버렸습니다. 2억4000만의 인구를 가진 인구대국이면서 이슬람 국가로선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파키스탄입니다. 아직 핵무기를 멀리 투발할 탄도미사일 기술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장거리 탄도미사일만 갖춘다면 세계적인 군사강국이 될 것입니다. 오랫동안 인도와 대치해와서 재래식 군사력도 강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불투명해진 정세 속에서 사우디와 파키스탄 양국이 '더 많은 친구를 만드는' 외교의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데, 우리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외교도 미국과의 동맹을 주축으로 하고 있지만,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이 어떻게 흔들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도 여러 선택지를 만들어놔야 할 것입니다. 우적(友敵)을 혼동해서는 안되겠지만, 친구는 많이 만들어놔야 할 것입니다. 일본,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 유럽, 인도 등과의 외교 관계를 강화해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키아벨리는 비르투(virtu: 자기역량)와 포르투나(fortuna: 행운)를 구분하면서 한 나라의 운명이 비르투가 아니라 외부적 행운 즉 포르투나에만 의존하다가 이 포르투나가 배반할 때 어떻게 파멸하게 되는지를 '군주론'에서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을 몇 주간 막아내지 않았다면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포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버텨내는 것을 보고 여러 나라들이 지원하기 시작했고, 그 덕에 우크라이나는 멸망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도 포르투나만이 아니라 비르투를 강화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2025년 9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국방 협정 체결 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와 샤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포옹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2025년 9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국방 협정 체결 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와 샤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포옹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1998년 5월, 인도가 파키스탄 국경 인근에서 핵실험을 실시한 지 불과 몇 주 뒤, 파키스탄 총리 나와즈 샤리프는 당시엔 사우디의 왕세자였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에게 전화를 걸었다.

샤리프 총리가 맞대응 차원에서 핵실험을 감행한다면—이는 파키스탄의 군사적 위용을 과시하겠지만 서방의 대규모 제재를 불러올 것이 분명했는데—사우디아라비아는 과연 이 이슬람 형제국을 지지할 것인가?

며칠 뒤 파키스탄의 핵실험이 뒤따르자 답은 곧 분명해졌다. 하루 5만 배럴에 달하는 사우디 석유가 무상으로 제공되었고, 파키스탄은 이어진 제재를 버틸 수 있었다.

이번 주,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동생—가 군 최고 실력자인 아심 무니르 참모총장과 함께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찾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파키스탄이 지원을 받으러 간 것이 아니라 지원을 제공하러 간 것이다. 미국의 무기와 기술에 깊이 의존해온 사우디는 핵무장을 한 파키스탄과 방위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파키스탄이 인도와 충돌한 지 불과 몇 달 뒤의 일이었다.

양국의 공동선언은 제약 없이 행동하는 이스라엘, 타격을 입은 이란,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미국으로 인해 중동의 판도가 흔들리는 가운데 발표됐다. 9월 9일, 이스라엘이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카타르 안에 있던 하마스 정치 지도부를 타격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방관했다. 카타르 수도 도하 한복판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걸프 지역 지도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협정의 세부 사항은 여전히 모호하고, 사우디 당국자들은 시점이 우연일 뿐이라고 강조했지만, 그 함의는 분명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중동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면, 사우디는 오랜 동맹국이자 여러모로 기민한 친구와의 관계를 다시 다지고자 했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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