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코앞에서 6발 총격…삐뚤어진 짝사랑이 부른 끔찍한 망상 [뉴스속오늘]

"대통령님" 코앞에서 6발 총격…삐뚤어진 짝사랑이 부른 끔찍한 망상 [뉴스속오늘]

류원혜 기자
2026.03.30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제40대 대통령(왼쪽)과 그를 암살하려 했던 존 힝클리 주니어./사진=픽사베이, AP=뉴시스
로널드 레이건 미국 제40대 대통령(왼쪽)과 그를 암살하려 했던 존 힝클리 주니어./사진=픽사베이, AP=뉴시스

'탕탕탕탕탕탕'

1981년 3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힐튼 호텔에서 오찬을 마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가기 위해 리무진에 올라타려던 순간, 여섯 번째 총알이 그의 폐를 관통했다.

암살을 시도한 존 힝클리 주니어(당시 26세)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는 "배우 조디 포스터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 범행했다"고 주장했으며 정신이상 판정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1.7초에 총알 6발…대통령 덮친 총격
1981년 3월 30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총격 발생 전에 시민들에게 손인사를 하던 모습./사진=AFPBBNews=뉴스1
1981년 3월 30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총격 발생 전에 시민들에게 손인사를 하던 모습./사진=AFPBBNews=뉴스1

사건 당일 오후 2시27분쯤 레이건 대통령은 호텔에서 나와 리무진으로 향했다. 대통령 전용 출입구와 주차된 리무진까지는 불과 9m 짧은 거리였기에 대통령과 경호원들은 방탄복을 입지 않고 이동했다.

경찰은 사전 검문을 통해 안전이 확인된 이들만 접근을 허용했다. 하지만 인파가 몰리면서 검문을 통과하지 않은 사람들이 섞여 들어왔다. 힝클리도 실탄 6발이 장전된 권총을 숨긴 채 군중 속에 있었다.

레이건 대통령이 호텔 밖으로 나오자 한 기자는 질문을 던지려 했다. 기자가 "Mr. President!"(대통령님)라고 외치는 순간, 힝클리는 약 4m 거리에서 대통령을 향해 총알 6발을 발사했다. 1.7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첫 번째 총알은 백악관 대변인 왼쪽 눈 위를 뚫고 들어갔다. 두 번째는 경찰관 척추에, 세 번째는 맞은편 건물 창문에 박혔다.

레이건 대통령 바로 옆에 있던 경호원은 총성을 듣자마자 "Take off!"(출발해)라고 소리치며 다급하게 대통령을 리무진으로 밀어 넣었다. 네 번째 총알은 리무진 앞을 막아선 다른 경호원의 하복부에, 다섯 번째 총알은 리무진 방탄 유리에 맞았다.

1981년 3월 30일 존 힝클리 주니어가 쏜 총알에 백악관 대변인 제임스 브레이디와 경찰관 토마스 델라헌티가 부상을 입고 쓰러진 모습./사진=AFPBBNews=뉴스1
1981년 3월 30일 존 힝클리 주니어가 쏜 총알에 백악관 대변인 제임스 브레이디와 경찰관 토마스 델라헌티가 부상을 입고 쓰러진 모습./사진=AFPBBNews=뉴스1

도심 한복판에서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힝클리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리무진은 곧바로 출발했으나 레이건 대통령은 입에서 거품 섞인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리무진에 맞고 튕겨 나온 여섯 번째 총알이 열린 문틈 사이로 들어가 왼쪽 겨드랑이를 관통했기 때문이었다.

백악관으로 향하던 리무진은 조지 워싱턴 대학병원으로 방향을 돌렸다. 레이건 대통령은 4분 만에 병원에 도착해 응급 수술받았다.

레이건 대통령은 수술 직전까지도 아내에게 "Honey, I forgot to duck"(여보, 내가 몸 숙이는 걸 깜빡했어)이라고 농담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당시 그는 혈액 약 40%가 빠져나간데다 총알이 폐를 뚫고 들어가 심장으로부터 2.5㎝ 떨어진 곳에 박혀 있는 심각한 상태였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으나 피해는 컸다. 레이건 대통령은 12일 만에 백악관에 복귀했지만, 중태에 빠졌던 백악관 대변인은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다. 총알이 척추를 관통한 경찰관은 왼쪽 팔이 마비돼 은퇴했다.

대통령 저격한 이유…"조디 포스터 관심받고 싶어"
영화 '택시 드라이버'(1976) 속 배우 조디 포스터./사진=영화 '택시 드라이버' 스틸컷
영화 '택시 드라이버'(1976) 속 배우 조디 포스터./사진=영화 '택시 드라이버' 스틸컷

범행 동기는 충격적이었다. 힝클리가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이유는 배우 조디 포스터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힝클리는 영화 '택시 드라이버'(1976)를 보고 출연 배우였던 포스터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포스터가 다니던 예일대 주변에 숙소를 잡고 같은 수업을 청강하거나 기숙사 앞에 편지를 남기는 등 스토킹했다. 편지에는 '조디, 우린 함께 할 운명이야'(Jodie, you and I are destined to be together)라고 적었다.

하지만 눈길조차 받지 못하자 힝클리는 영화 속 장면처럼 대통령을 암살하면 포스터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거란 망상에 빠졌다. 처음에는 지미 카터 대통령을 노렸으나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체포되면서 암살 시도는 무산됐다.

힝클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1981년 당선된 레이건 대통령으로 암살 타깃을 바꿨다. 한 차례 실패를 겪었던 힝클리는 완벽한 성공을 위해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암살했던 리 하비 오스왈드에 대한 자료도 수집했다.

암살 시도 1시간 전 힝클리는 포스터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그는 '내가 이런 일을 하는 건 당신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않고는 버틸 수 없어서예요. 이 역사적 행위를 통해 당신의 존경과 사랑을 얻을 기회를 줘요. 난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라고 적었다.

무죄 선고→정신병원 수감…음악 활동하며 회고록 홍보
존 힝클리 주니어가 백악관 앞에서 찍었던 사진./사진=AFPBBNews=뉴스1
존 힝클리 주니어가 백악관 앞에서 찍었던 사진./사진=AFPBBNews=뉴스1

힝클리는 살인미수 등 13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정신이상 판정으로 무죄를 선고받고 정신병원에 수감돼 치료받았다.

그는 완치를 주장하며 여러 차례 석방을 요구했으나 매번 거절당했다. 이후 사건 36년 만인 2016년 보호관찰을 받는 조건으로 버지니아주 자택에서 노모와 함께 지내는 것이 허용됐다. 67세이던 2022년에는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됐다.

지난 1월 힝클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영상 속 모습./사진=유튜브 채널 'John Hinckley'
지난 1월 힝클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영상 속 모습./사진=유튜브 채널 'John Hinckley'

보호관찰 중 유튜브 채널에서 노래와 기타 연주 등을 선보였던 힝클리는 현재 가수로 활동 중이다. 2022년 7월에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으나 반발 여론 속에 공연을 취소했다. 당시 레이건 재단은 "힝클리가 석방되고 영리 목적으로 음악 활동을 한다는 사실이 슬프고 우려된다"는 성명을 냈다.

힝클리는 2024년 7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중 총격을 당하자 SNS(소셜미디어)에 "폭력은 올바른 길이 아니다"란 글을 남겨 비판받기도 했다.

그는 유튜브 채널에 꾸준히 영상을 올리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자신의 회고록 구매를 당부하며 "내 삶이 궁금하면 읽어보길 바란다.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던) 1981년의 나와는 다른 내 진짜 모습"이라고 홍보했다.

조디 포스터, 트라우마 시달려…힝클리 "반성하고 후회"
배우 조디 포스터. /AFPBBNews=뉴스1
배우 조디 포스터. /AFPBBNews=뉴스1

포스터는 힝클리 범행 이후 충격으로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그는 1982년 한 잡지에 기고한 '왜 나야?'(Why me?)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힝클리의 가장 큰 범죄는 사랑과 집착을 혼동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인터뷰 도중 사건이 언급되면 자리를 떠나거나 1991년 NBC '투데이 쇼'에 출연하기로 했다가 방송에서 힝클리가 언급될 거란 이야기에 촬영 직전 출연을 취소하기도 했다. 한 인터뷰에서는 "세상이 무너졌다.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난 안전 가옥에서 지내야 했다. 모든 곳에 경호원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힝클리는 2022년 미국 CBS 인터뷰에서 총격 피해자들과 포스터에게 사과하며 "내가 한 일을 반성하고 후회한다. 그들이 날 용서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내가 한 일에 대해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때 난 심각한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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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혜 기자

안녕하세요. 디지털뉴스부 류원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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