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50년의 승부수…'하드웨어 엔지니어 CEO' 존 터너스 누구

애플 50년의 승부수…'하드웨어 엔지니어 CEO' 존 터너스 누구

윤세미 기자
2026.04.21 15:55
애플 차기 CEO로 낙점된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AFPBBNews=뉴스1
애플 차기 CEO로 낙점된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AFPBBNews=뉴스1

"스티브 잡스는 아이콘 하나까지 직접 확인했다. 팀 쿡은 공급망, 전략, 재무에 집중한다. 존 터너스는 진짜 엔지니어다."-애플 베테랑 임원의 말(블룸버그)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애플이 새 최고경영자(CEO)로 존 터너스(50)를 낙점했다. 완벽주의 혁신가와 공급망 전문가의 뒤를 잇는 하드웨어 전문가 CEO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이는 애플의 리더십 계보가 또 한 번 성격을 달리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잡스가 "무엇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며 아이폰 같은 새로운 제품과 비전을 제시했다면 쿡은 "어떻게 팔 것인가"에 집중하며 공급망을 다듬고 애플을 세계 최고 수준의 수익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반면 터너스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아는 인물로 평가된다. 제품 아이디어를 완성품으로 구현하는 과정, 즉 설계·엔지니어링·제조의 전 과정을 꿰뚫고 있는 '현장형 리더'인 셈이다.

대학교 수영선수에서 애플 맨으로

터너스는 인생의 거의 절반을 애플에 몸담아온 정통 내부 인사이자 아이폰과 맥 등 애플의 핵심 제품을 설계해온 현장 출신의 엔지니어다.

블룸버그,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터너스는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수영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졸업 작품으로 사지마비 환자가 머리 동작만으로 기계 팔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설계했다. 1997년 대학 졸업 후엔 가상현실(VR) 스타트업 버추얼리서치시스템을 거쳐 2001년 애플의 제품 디자인 팀에 합류하며 25년 애플 맨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초기에는 맥 모니터를 개발했고 이후 아이패드 제품 디자인을 감독했으며, 맥 개발 전체를 책임지는 역할로 확장됐다. 2013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을 거쳐 2021년에는 수석 부사장 자리에 오르며 임원이 됐다. 아이폰 17 라인업과 초슬림 디자인의 아이폰 에어, 599달러의 보급형 노트북 맥북 네오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최근에는 쿡 대신 맥북 네오 발표 행사에 직접 나서고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하는 등 대외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팀 쿡 애플 CEO/AFPBBNews=뉴스1
팀 쿡 애플 CEO/AFPBBNews=뉴스1
"온화한 협력자이자 뛰어난 소통가"

터너스가 애플의 차기 CEO로 낙점된 배경에는 그의 안정감과 정치적 감각이 있단 분석이 나온다. 동료들은 터너스를 "온화한 성품을 가진 협력자"이자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뛰어난 소통가"로 묘사했다. 승진 당시 개인 사무실을 마다하고 개방형 공간에서 팀원들과 함께 남은 일화도 전해진다.

완벽주의적 성향에선 잡스와 공통점도 발견된다. 터너스는 2024년 모교 졸업식 연설에서 커리어 초반이던 어느 날 밤 모니터 뒷면에 사용되는 나사골이 애플이 지정한 25개가 아니라 35개인 걸 발견해 공급업체와 언쟁을 벌였단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터너스가 협업을 중시하고 갈등을 조율하며 과도한 리스크를 피한다는 점에서 쿡의 리더십과 닮았단 평도 많다. 터너스는 2018년 대당 약 40달러의 비용이 발생하는 카메라 부품을 고가 모델인 아이폰 프로에만 탑재하자고 제안하며 실용적 경영 철학을 드러냈다. 한 베테랑 임원은 "쿡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한다면 터너스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하드웨어 팀과 소프트웨어 팀 간 뿌리 깊은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한 건 터너스의 큰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크레이그 페더리기 소프트웨어 수석 부사장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인텔 칩에 의존하던 맥을 자체 칩으로 전환시켰다. 페더리기를 설득해 아이패드 전용 운영체제 개발도 이끌어냈다. 데스크톱식 멀티태스킹 등 아이패드의 주요 기능들은 그런 설득의 산물이다. 스타일러스, 키보드, 자기 충전·페어링 시스템 같은 액세서리 생태계도 그가 주도했다.

물론 실패 사례도 있다. 맥북 프로의 터치 바, 이른바 '버터플라이 키보드' 등은 사용자 불만을 낳으며 결국 철회됐다. 비전 프로 출시 과정에서는 에어팟과의 호환 문제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다만 이런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반적으로 제품 품질 개선과 안정성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애플=AI 지각생' 오명 벗겨낼까

터너스는 현재 AI 기반 홈 디바이스 3종, 카메라가 장착된 웨어러블 안경, 폴더블 아이패드와 아이폰 등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하드웨어 중심 전략을 유지한다면 터너스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애플의 CEO로서 AI 시대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애플은 인간처럼 대화하는 챗봇으로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을 선도하는 경쟁사들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터너스는 2023년 CNBC 인터뷰에서 애플이 AI에서 뒤처졌다는 지적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여전히 애플은 경쟁력 있는 AI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50년간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으로 소비자 기술의 흐름을 주도해왔지만 앞으로의 50년은 전혀 다른 방식의 변화를 요구받게 될 수 있다. 기술 전문가들은 AI 발전이 스마트폰의 중심적 역할 자체를 흔들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과감한 시도를 자제해온 터너스의 성향이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구기관 IDC의 한 임원은 로이터에 "훌륭한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은 비교적 명확한 문제지만 개발자와 기업이 실제로 채택할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잡스의 영감과 쿡의 효율성을 모두 지켜본 터너스가 애플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 나갈지 주목된다.

스티브 잡슨 애플  CEO/AFPBBNews=뉴스1
스티브 잡슨 애플 CEO/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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