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갈등 심상찮더니…中, 남중국해서 네덜란드 군함 쫓아냈다

반도체 갈등 심상찮더니…中, 남중국해서 네덜란드 군함 쫓아냈다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5.28 14:10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비롯한 인민해방군 함정들이 2018년 4월 동중국해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AFP=뉴스1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비롯한 인민해방군 함정들이 2018년 4월 동중국해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AFP=뉴스1

중국 인민해방군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네덜란드 군함을 퇴거시켰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중국과 네덜란드의 기술·무역 갈등이 빚어진 가운데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중국 전략안보 싱크탱크는 과거 아시아 안보 문제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던 일부 유럽 국가들이 서태평양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이스천 중국인민해방군 남부전구 대변인은 28일 남부전구 공식 위챗계정을 통해 "27일 네덜란드 해군 호위함 '데 로이터'가 불법적으로 중국 서사군도(파라셀군도) 해역에 침입하고 함재 헬기를 여러 차례 이륙시켜 중국 영공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부전구는 해·공군 전력을 조직해 법과 규정에 따라 음성 경고와 경고성 전자 교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 (데 로이터를)해역 밖으로 퇴거시켰다"고 했다.

중국 남부 하이난에서 300km 가량 남쪽에 위치한 서사군도는 중국이 실효지배 하는 곳이다. 중국이 군사기지와 활주로, 레이더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군과 해경이 상시 주둔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은 다낭에서 약 350km 동쪽에 위치한 이곳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중국 점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남중국해의 북부 관문인 동시에 잠수함과 항모의 활동 거점으로 전략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이번 충돌은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 전단이 필리핀 동쪽 태평양 해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진행하던 시점과 맞물려 발생했다. 랴오닝함 전단은 이번 충돌에 앞서 남중국해에서 장기 작전을 수행했다.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데 로이터함은 지난 22~24일 마닐라에 기항해 필리핀 해군과 통신·기동 훈련을 실시했다. 또 다음달 24일부터 열리는 환태평양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하와이로 향할 예정이었다.

[파라셀군도=AP/뉴시스] 중국이 베트남, 대만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베트남명 호앙사군도)의 트라이튼섬(중국명 중젠다오)에 활주로를 짓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해당 주장을 뒷받침하는 상업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 2023.08.18
[파라셀군도=AP/뉴시스] 중국이 베트남, 대만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베트남명 호앙사군도)의 트라이튼섬(중국명 중젠다오)에 활주로를 짓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해당 주장을 뒷받침하는 상업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 2023.08.18

남부전구는 네덜란드 해군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자이스천 대변인은 "네덜란드 측 행위는 중국의 영토 주권과 해상·영공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했으며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이번 행위는)극히 쉽게 오해와 오판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네덜란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충돌이 중국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 통제 문제와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출 제한 등을 둘러싸고 무역 갈등을 겪는 가운데 발생했단 점에 주목했다.

넥스페리아는 중국 민영기업 원타이커지(이하 원타이)가 2018~2020년 단계적으로 200억위안(약 4조45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네덜란드 전력반도체 기업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넥스페리아는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자산동결 처분을 받았다. 표면적 이유는 '공급망 안정화'였지만 중국 현지 언론에선 당시 원타이를 블랙리스트 기업 명단에 올린 미국의 결정과 무관치 않단 해석이 나왔다.

네덜란드가 반도체 집적회로를 소형화할 핵심 설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건 2019년부터다. 이후 미국은 중국의 AI·첨단 반도체 개발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공조를 강화했고 네덜란드도 규제를 확대했다. 이처럼 누적된 반도체 관련 갈등이 군사 충돌로 확장되는 모양새가 연출된 셈이다.

중국 전략안보 싱크탱크인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SCSPI)은 보고서를 통해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오랜 식민 역사를 갖고 있으며 역내 다수 국가와 긴밀한 군사·정치·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네덜란드 등을 포함해 과거 아시아 안보 문제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던 일부 유럽 국가들이 서태평양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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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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