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선박 적재량 늘고, 유가 오르면 더 비싸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안전 항행'을 이유로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그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장악과 서비스료 부과를 공개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보다 15배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제법 위반은 물론 동맹국 희생 속에 자국 이익을 챙기려 하느냐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호르무즈 해협 20% 통행세'가 원유 약 200만배럴을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VLCC) 1척당 3000만달러(약 4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주장하며 부과했던 '서비스료'보다 15배 많은 금액이다. 이란은 그간 선박 단위 정액제 방식으로 '서비스료' 지급을 요구했고, 최대 금액은 200만달러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해당 통행세는 국제유가 배럴당 80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으로, 원유 적재량이 늘어나 국제유가가 오르면 미국이 요구하는 '통행세'는 더 많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9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우려에 이날 장중 전일 대비 10%가량 급등한 배럴당 83.54달러까지 올라, 약 한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해상 재봉쇄를 알리며 "지금 이 순간부터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형평성' 차원에서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이 지역의 안전과 안보를 제공하는 업무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해협을 통해) 운송되는 모든 화물 가치의 20%로 돌려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군사작전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흔들린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지키는 비용을 미국이 아닌 중동·아시아 등 해협 의존도가 큰 국가에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해운 업계는 이런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업계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존 맥카운 해양전략센터(CMS) 선임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통상 화주들이 선사에 내는 운송 수수료는 화물 가치의 2~3% 수준"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20%의 수수료는 업계 표준보다 10배나 비싸 선사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령 일부 선사가 미군의 보호를 받기 위해 비용 감수를 원하더라도, 안전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호르무즈 통과 선박에 대한 보험 인수를 거부해 버리면 운항 자체가 원천 봉쇄될 수도 있다.

위법성 논란도 제기된다. 국제법상 호르무즈 해협은 선박의 자유항행이 보장된 '국제 수로'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 통과에 대한 수수료 부과를 반대한다. 단순히 해협을 통과한다는 이유만으로 강제적인 통행료를 도입할 법적 근거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통행세 부과를 비판했다.
미 해군참모대학의 제임스 크라스카 국제해양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통행세가 강제가 아닌 미군의 호송 서비스 참여 여부를 선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해 돈을 내는 형태라면 법적 테두리 안에 들어올 수는 있다"면서도 "법적으로 허용된다고 해서 그것이 권장할 만한 정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스스로 세운 국제 질서와 자유항행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 분석업체 제네타는 과거 1400년대부터 1800년대 중반까지 덴마크가 스웨덴 사이에 있는 외레순 해협에서 통행료를 징수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아이러니하게도 수백 년간 이어지던 덴마크의 이 관행을 강제로 중단시켰던 주체가 바로 미국이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