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핵심 기조는 하나다. 실제 살고 있는 집 한 채는 확실히 보호하고, 살지 않는 집과 다주택·고가 주택에는 세금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로이터, 블룸버그 같은 외신에도 비중 있게 보도됐다. 로이터는 "한국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부유층 주택 보유자에게 더 높은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고 전했고 블룸버그도 고가 투자 주택에 대한 증세 소식을 다뤘다. 그런데 외신들이 함께 짚은 대목이 있다. 이 증세가 실제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황종덕 머니투데이 북미지역 총괄 담당 기자는 머니투데이 공식 유튜브(YouTube) 채널M 'Let美Inside' 코너를 통해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의 핵심을 짚고 미국 대도시들이 비슷한 정책을 시행했을 때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분석했다.
개편안의 골자는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실거주 여부'로 바꾸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실거주 1주택 공제를 14억원으로 확대하는 대신 비거주 1주택 공제를 9억원으로 줄이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60%에서 70%로 올렸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는 '보유' 혜택을 없애고 거주 기간(연 8%)만 인정하되 공제 한도를 신설했으며, 2027~2028년 2년간 다주택자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뒤 2029년 원상 복귀하는 일정이다. 일시적 2주택 처분기한은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해 2026년 8월 4일 취득분부터 적용한다. 정부의 의도는 명확하다. 세금 부담을 못 견디고 매물을 내놓게 만들어,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 주택 보유자의 물량을 시장에 풀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나리오, 미국에서 이미 여러 차례 실험된 적이 있다.
첫 번째 사례는 로스앤젤레스(LA)다. LA는 2023년 4월부터 'Measure ULA', 이른바 맨션세를 도입했다. 500만 달러(현재 물가 반영 기준 약 540만 달러)를 넘는 주택 거래에 4%, 1000만 달러(약 1090만 달러)를 넘으면 5.5%의 거래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내용이다. 거둔 세금은 서민 주거 지원에 쓰겠다는 목적이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UCLA 루이스 센터의 2026년 연구에 따르면 맨션세 도입 이후 500만 달러 이상 주택이 실제로 팔릴 확률은 약 55% 감소했다. 상업·산업·다가구 자산까지 포함하면 고가 거래 건수 자체가 30~50% 줄었다. 세수도 당초 목표했던 연 6억~11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2억8000만~3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매물이 잠기니 세금도 걷히지 않은 것이다.
더 흥미로운 변화는 따로 있었다. 부동산 매체 더 리얼 딜(The Real Deal)의 2026년 7월 조사에 따르면 맨션세 도입 전 고가주택 개발업자들의 사업 비중은 신축 매매 80%, 리모델링 20%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리모델링 60%, 신축 40%로 완전히 역전됐다. 팔면 세금 폭탄을 맞으니 아예 기존 집을 헐고 다시 짓는 방식으로 '평생 거주'를 택한 것이다. 이 세금은 문턱을 넘는 순간 전체 금액에 세율이 적용되는 구조여서 '벼랑 끝 가격(Cliff Pricing)' 관행까지 생겨났다. 540만 달러를 1달러만 넘어도 거래 전체에 4%가 부과돼 세금 차이가 20만 달러 이상 벌어지다 보니, 매도자들이 일부러 가격을 문턱 바로 아래로 낮춰 신고하는 것이다. 세금이 무서워서 판 게 아니라, 세금이 무서워서 안 팔았다는 것이 LA가 보여준 첫 번째 교훈이다.
독자들의 PICK!
두 번째 사례는 샌프란시스코다. 샌프란시스코는 부유층에 대한 세금 부담이 미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다. 그런데도 초고가 주택 시장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레드핀(Redfin)의 2026년 3월 자료를 보면 샌프란시스코의 초고가 주택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2% 늘었다.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다. 같은 기간 일반 주택 판매 증가율은 3.8%에 그쳤다. 반면 초고가 주택의 매물(재고)은 오히려 15.2% 줄었다. 살 사람은 있는데 팔 사람이 없는 공급 가뭄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위 초고가 주택 매매가는 680만 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워싱턴 D.C.도 비슷하다. 2026년 2분기 D.C.의 초고가 주택 판매는 전년 대비 4.5% 증가했고, 초고가 기준 가격 자체도 5.6% 올랐다. 전국적으로도 초고가 주택 가격 상승률(4.7%)은 일반 주택(1.5%)보다 세 배 가까이 빠르다. 이유는 세금이 아니라 '희소성'이다. AI 붐으로 부를 쌓은 자산가들이 세금 부담을 개의치 않고 '가장 확실한 입지'에 자금을 밀어 넣고 있다는 것이 레드핀의 분석이다. 금융 시장에서 이른바 '질 가치로의 도피(Flight to Quality)'라고 부르는 흐름이다.
반대 사례는 텍사스와 플로리다다. 두 주는 주 소득세가 없어 자산가에게 세금 부담이 가장 적은 곳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오스틴, 탬파, 마이애미는 최근 미국에서 가장 뚜렷한 가격 조정을 겪은 지역들이다. 2026년 상반기 기준 오스틴과 탬파는 전년 대비 5~6%대 하락을 기록했고 마이애미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공급이다. 팬데믹 시기 집값 급등을 본 건설사들이 이 지역에 신축 주택을 대거 공급했기 때문이다. 세금이 낮아서가 아니라, 살 수 있는 대안이 시장에 충분히 풀렸기 때문에 기존 집주인들도 가격을 낮춰야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플로리다에는 공급 말고 한 가지 이유가 더 겹쳐 있다. 바로 보험료다. 2026년 기준 플로리다 평균 주택보험료는 연 8458달러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탬파·마이애미 일부 콘도는 관리비가 2년 만에 월 650달러에서 1400달러로 두 배 넘게 뛰었다. 2021년 서프사이드 콘도 붕괴 사고 이후 3층 이상 콘도는 구조 안전 점검과 적립금 완납이 의무화되면서 가구당 1만~20만 달러가 넘는 특별부과금까지 겹쳤다. 이 상황에서 플로리다 집주인들이 보인 반응이 핵심이다. 세금이나 규제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매달 나가는 보험료와 관리비, 앞으로 예정된 특별부과금을 다 더해본 뒤 매도를 선택한 것이다. 그 계산에서 '들고 있으면 손해'라는 답이 나오면 미국인들은 애착이나 상징성보다 그 계산을 따랐다.
이것이 LA·샌프란시스코의 자산가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LA·샌프란시스코에서는 '팔면 손해'라는 계산이 나오니 안 팔았고, 플로리다에서는 '들고 있으면 손해'라는 계산이 나오니 팔았다. 여기서 8·3 대책과의 결정적 차이가 드러난다. 플로리다에서는 비용이 오직 '들고 있는' 쪽에만 붙는다. 보험료와 관리비, 특별부과금은 매년 나가는 보유 비용이고, 집을 팔 때 내는 세금은 일반적인 양도소득세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8·3 대책은 다르다. 종부세라는 보유 비용만 올리는 게 아니라,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를 통해 양도세라는 매도 비용도 함께 올린다. '들고 있어도 세금, 팔아도 세금'인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는 보유 비용을 아무리 올려도, 매도 시점에 더 큰 손실이 기다리고 있다면 자산가의 계산기는 오히려 '버티는 쪽'을 가리킬 수 있다. "세금을 충분히 올리면 판다"는 명제는, 그 세금이 매도 시점의 부담은 그대로 두고 보유 시점의 부담만 키울 때 성립한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조이면 매물이 나오기는커녕 '지금 파는 것보다 들고 버티는 게 낫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다.

미국 자산가들에게는 세금 부담을 피할 합법적 우회로가 여럿 있다. 부동산을 팔고 다른 부동산으로 갈아탈 때 양도세를 유예해주는 '1031 교환(1031 Exchange)' 제도와 자산 명의를 신탁으로 옮겨 세무·법적 규제망을 우회하는 수단이 여전히 활용된다. 다만 1031 교환은 2026년 2월 기존 규제가 만료된 뒤 3월부터 더 넓은 범위의 '주거용 부동산 보고 규정'이 시행되면서 법인·신탁 명의로 현금 매수하는 거래에도 실소유자 신고 의무가 생겨 예외 요건이 이전보다 좁아진 상태다.
한국에는 이런 장치가 마땅치 않다. 과거 종부세를 피하려 신탁회사에 명의를 넘기는 편법이 있었지만 세법 개정으로 원소유자가 보유세를 그대로 내도록 막힌 지 오래다. 부동산을 팔고 다른 부동산으로 갈아탈 때 세금을 유예해주는 제도도 없다. 대신 한국 자산가들에게 남는 선택지는 전세보증금을 낀 채로 자녀에게 증여하는 부담부증여와 보유 주택을 전세나 반전세로 돌려 확보한 보증금으로 종부세를 감당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신탁과 1031 교환으로, 한국은 부담부증여와 전세 전환으로 버티는 구조다. 방법은 다르지만 도착지는 같다. 팔지 않고 버티는 결론이다. 우회로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국 자산가들도 LA·샌프란시스코에서는 매도 대신 버티기를 선택했다. 우회로가 더 좁은 한국에서 비슷한 정책을 쓰면 동결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사례를 종합하면 8·3 대책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세 갈래로 예측해볼 수 있다. 첫째, 핵심지 쏠림이 심해질 수 있다. LA와 샌프란시스코가 보여준 패턴이다. 세금이 무거워도 공급이 막힌 핵심지에서는 자산가들이 팔지 않고 버텼고 오히려 신고가를 경신했다. 강남·한강변 등 공급이 막힌 지역에서는 세 부담을 '버틸 만한 비용'으로 받아들이는 수요가 오히려 몰리면서, 서울 외곽이나 지방의 '애매한 두 번째 집'부터 먼저 정리되는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 둘째,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 있다. 뉴욕시 임대차 가이드라인 위원회 자료를 보면 2026년 임대주택 보험료가 10.5%, 재산세가 2.6% 뛰었다. 임대료 규제가 있는 뉴욕에서도 집주인들의 비용 압박이 계속 임대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도 종부세·재산세 부담이 커지면 집주인들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려 세금을 세입자에게 넘기는 유인이 커지면서, 정작 상급지에 거주하려는 무주택 임차인의 주거비만 오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셋째, 공급이 뒤따르지 않으면 가격 자체는 쉽게 잡히지 않을 수 있다. 오스틴·탬파가 보여준 패턴이다. 세금 부담이 거의 없는데도 신축 공급이 쏟아지고 보험료·관리비 부담까지 겹치자 집주인들은 계산기를 두드려 스스로 가격을 낮췄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신규 공급 신호가 이번 개편안에 뚜렷하게 담기지 않은 이상, 종부세·양도세만으로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번 대책이 미국의 실패 사례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실거주 1주택자 공제를 오히려 늘려준 점, 다주택자에게 2년의 매도 유예기간을 준 점은 LA·샌프란시스코의 정책에는 없던 안전판이다. 다만 미국의 여러 도시가 보여준 반복된 패턴, 즉 출구 없는 증세는 버티기를 낳고 공급 없는 증세는 가격을 못 잡는다는 패턴만큼은 정책 설계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황 기자는 자산을 가진 사람은 세금이 무섭다고 파는 게 아니라, 계산기를 두드려 유리한 쪽을 택한다고 짚었다. LA·샌프란시스코의 자산가도, 플로리다의 집주인도, 부담부증여를 고민하는 한국의 다주택자도 이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이 계산을 어느 쪽으로 기울게 만드느냐가 정책 설계의 진짜 관건이다. 세금을 올린다고 자산가들이 순순히 집을 내놓지는 않지만, 그 계산이 손해로 바뀌는 순간에는 어디서든 순순히 판다는 것. 미국의 여러 대도시가 몇 년에 걸쳐 확인해준 사실이다. 8·3 대책이 그 계산을 얼마나 정교하게 건드렸는지에 따라 실제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머니투데이 공식 유튜브 '채널M'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채널M은 미국에 상주하는 기자가 발 빠르게 수집한 정보들을 싹싹 긁어모아 말해주는 경제 비하인드 스토리를 'Let美Inside' 코너를 통해 전달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진짜' 경제 이야기가 더 궁금하시다면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