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기업들과 불필요한 마찰 방지, 알 권리 보장
-조사기간과 목적, 범위 구체적 통보
-조사종료 후 3개월 내 진행상황 통지
-공문에 없는 조사에 대해 거부권 부여
느닷없이 들이 닥쳐 '현장조사 왔다'고 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왔는지, 언제까지 조사할 것인지 말이 없었다. 자료를 가져 간 뒤엔 몇 달 동안 연락도 주지 않았다. 무혐의 처리가 됐는지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되는지 알 수 없어 마냥 기다려야 했다. 찜찜해서 지인들을 동원해 어떻게 돼 가는지 알아보려고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했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가 털어 놓은 체험담이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백용호)가 이 같은 기업들의 불만을 반영해 피조사업체의 권리를 보장하고 조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달부터 이른바 '미란다 원칙'을 적용한다고 9일 밝혔다.
'미란다 원칙'은 공정위의 조사를 받는 피조사업체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조사 개시 전에 조사기간, 목적 및 범위를 구체적으로 통보하는 것을 말한다.
미란다 원칙의 고지는 조사당일 공문과 함께 첨부문서를 제시해 구두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과 범위 내에서 진행하며 조사종료 후 3개월 내에 진행상황을 알려주게 된다.
만약 피조사업체가 조사공문을 확인하고 공문에 적시된 내용의 조사가 아닌 경우에는 이를 거부할 수도 있다. 또 조사 공무원의 잘못이나 비리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신고할 수도 있다.
최초에 제시한 공문의 조사범위가 ‘불공정거래에 관한 건’이지만 추가로 담합 혐의가 있어 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경우 기간연장을 신청하고 공문을 다시 발부 받아 현장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아울러 조사과정에서 불필요한 마찰을 막기 위해 조사 공무원의 권한과 의무도 알리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 공정위가 직권으로 현장조사를 할 경우 조사기간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고 조사범위도 ‘불완전거래 등 공정거래법 전반’으로 포괄적으로 표기해 마구잡이식 조사를 했던 관행을 바꾸기 위한 조치다.
조사결과도 3개월 이내에는 반드시 통보하도록 해 기업들이 결과를 몰라서 애 태우지 않도록 했다.
공정위는 직권조사가 조사자 위주로 장기간 진행되면서 ‘피조사업체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미란다 원칙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자료은닉 등을 막고 조사의 효율성과 편의에 보다 비중을 뒀지만 이제는 피조사자의 입장도 배려키로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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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원 공정위 부위원장은 "억울한 일이 없도록 규제완화의 정신에 입각해 기업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시키려는 노력"이라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과정의 일환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미란다 원칙 도입에 대해 기본적으로 환영하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제대로 안 됐었다"며 "공정위가 조사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투명하게 제대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