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 종합

4년 만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부활하면서 서울 핵심지에서 막판 절세 매도가 집중됐다. 양도차익이 큰 강남·서초·용산 일대에서는 토지거래허가 신청까지 급증하며 중과 시행 직전 거래가 몰리는 모습이었다.
10일 관계 부처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양도할 경우 양도세 중과가 다시 적용된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가 각각 추가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최고세율은 82.5%까지 올라간다.
실제 세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머니투데이가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에게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서울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를 16억원에 매입해 56억원에 매도한다고 가정할 경우 1주택자의 양도세는 약 2억42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반면 다주택자 중과가 적용되면 세 부담은 최대 31억4000만원까지 늘어난다. 양도차익 40억원 가운데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은 8억6000만원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중저가 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6억원대에 취득해 13억원 수준에 매도하는 경우 1주택자는 비과세 등으로 세 부담이 크지 않지만, 다주택자 중과가 적용되면 수억원대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 중과 시행 전 거래를 마치려는 다주택자들이 막판 매도에 나선 배경이다.
실제 중과 유예 종료 직전 토지거래허가 신청도 급증했다. 새올 전자민원창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8일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700건으로 집계됐다. 휴일 영향으로 900건 안팎까지 치솟았던 지난 4일·6일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서울과 경기 일부 자치구에서는 양도세 중과 유예 적용을 받기 위해 막판까지 토허 신청 접수가 이어졌고, 일부 구청에는 주말에도 민원인이 몰렸다.

특히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전체 신청 건수가 116건에 그쳤던 중구를 제외하면 서초구의 토허 신청 증가율이 44.2%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강남구(31.7%), 용산구(31.6%)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원구는 4월 토허 신청 건수가 1068건으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았지만 증가율은 1.3%에 그쳤다. 금천구(6.4%), 관악구(9.5%), 중랑구(10.4%) 등도 서울 평균 증가율(17.7%)을 밑돌았다. 절세 목적의 막판 매도 수요가 양도차익이 큰 핵심지에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거래 증가에도 집값 상승세는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15% 올라 전주(0.14%)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강남구를 제외한 대부분 자치구에서 상승세가 나타났다. 급매물이 일부 소화됐지만 가격 조정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상승 흐름 속에서 거래만 늘어난 셈이다.
독자들의 PICK!
시장에서는 중과 재개 이후 거래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세 부담이 커진 만큼 매도 대신 증여나 보유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6914건으로 올해 고점이었던 3월 21일(8만80건) 대비 약 15% 감소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 부담을 피하려는 매물이 이미 상당수 시장에서 소화된 만큼 당분간 매물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토지거래허가 제도와 강력한 대출 규제로 수요층도 제한돼 거래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인 A씨는 최근 서울 아파트 매물을 거둬들였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와 대출 제한으로 현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만 매수할 수 있는 구조인데다 거래까지 뜸해졌기 때문이다. A씨는 "지금 가격에 팔리지도 않는데 양도세 중과까지 다시 적용되면 세금 부담만 커진다"며 "당분간 그냥 보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다주택자 B씨는 양도세 중과 재개 전에 일부 주택을 자녀 증여로 돌렸다. 시장에 내놔도 쉽게 팔리지 않는 데다 계속 보유하자니 세 부담이 커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이 '매물 잠김'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양도세 중과를 피해야 한다는 압박이 사라진 만큼 매물 출회가 줄어드는 동시에 향후 시장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만큼 거래 강도는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의 규제 강도는 이런 꽉 막힌 상황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세금 강화 움직임이 오히려 풍선효과를 불러온 것과 지금은 시장이 처한 상황 자체가 다르다는 인식이다. 문 정부 시절과 달리 현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 상황과 맞닥뜨리고 있다. 정부의 규제 역시 대출부터 세금, 거래까지 부동산 시장과 연관된모든 투기 요소를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향후 부동산시장이 투자 수요가 강한 강남권과 실수요가 강한 서울 외곽지역의 '이중시장' 구조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남권 거래는 둔화되는 반면 전세품귀의 탈출구를 찾는 실수요가 집중되는 10억~15억원 이하 중저가 시장은 가격 상승과 함께 거래가 상대적으로 활발할 것이란 분석이다.
매물 감소 조짐은 이미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10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체 아파트 매물은 5월8일 기준 6만9175건으로 10일 전(7만2359건)보다 3184건(-4.4%) 줄었다. 한 달 전(7만7010건)과 비교하면 7835건(-10.2%), 두 달 전(7만5534건) 대비로도 6359건(-8.4%) 감소했다.
특히 서울 외곽지역의 매물 감소 속도가 빠르다. 구로구(-17.7%), 강북구(-16.0%), 성북구(-15.8%), 중랑구(-15.8%), 노원구(-13.2%) 등은 최근 한달간 매물 감소율이 모두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강남구(-2.5%), 용산구(-2.9%) 등 초고가 지역은 상대적으로 매물 감소가 덜했다.

거래량에는 어떤 흐름이 나타날까? 과거 문재인 정부가 양도세 중과를 시행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급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첫 중과가 시행된 2018년 4월 이후 1년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만5415건으로 직전 1년(12만8241건) 대비 49.0% 감소했다. 월 평균 거래량 역시 1만687건에서 5451건으로 반토막 났다. 중과세율이 강화된 2021년 6월 이후에는 감소폭이 더 컸다. 2021년 6월~2022년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만2509건으로 직전 1년(8만1751건) 대비 60.2% 줄었고 월평균 거래량도 6813건에서 2709건으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 재개 이후 이전보다 한층 강해진 거래 감소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 때와 가장 비슷한 점은 높은 세율 때문에 집주인들이 팔지 않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라며 "80% 가까운 세금을 내고 누가 팔겠느냐는 인식이 강해지면 결국 매물 잠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당시에는 금리가 낮고 입주 물량도 많았지만 지금은 공급 부족이 훨씬 심하다"며 "매물까지 잠기면 결국 실수요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는 세금 때문에 못 팔고 1주택자는 대출 규제로 갈아타기가 어려워 매물이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여름까지는 보합권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는 시장 상황 악화로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췄지만 현재는 다시 정상화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향후 보유세 부담까지 커질 경우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더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전 양도세 중과 때와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수요 규제를 꼽았다. 김효선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저금리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도 지금보다 훨씬 약했고 대출 가능한 환경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며 "지금은 고금리와 DSR, 토지거래허가제 등이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에 매수 수요 자체가 극히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이어 "강남·서초 등 초고가 시장은 거래 자체가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실거주 목적의 부동산 매수 수요는 10억~15억원 이하 중저가 시장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 매물 감소와 전셋값 상승이 매수 전환을 자극하고 있어서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전월세 물건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세와 매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지역은 실거주 목적 매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12억~15억원 이하 아파트 수요가 서울 외곽과 경기 비규제지역으로 확산되며 키맞추기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향후 비거주 1주택자나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까지 검토할 경우 시장 양극화가 더 심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부 고가 주택 매물은 세 부담을 우려해 출회될 수 있지만 반대로 집주인의 실거주 복귀와 전세 물량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며 임대차 시장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인만 소장은 "정부는 강남권 집값 안정만 볼 게 아니라 실수요가 몰리는 10억~15억원 이하 시장을 봐야 한다"며 "전세난이 심화하면 결국 실수요자들은 집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진은 10일 서울 시내 부동산에 양도세 중과유예 종료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2026.05.10./사진=김진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1018405134811_5.jpg)
여야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시행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양도세 중과 재시행으로 집값이 치솟을 것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값 안정을 바라지 않는 악의적인 선동이라며 맞섰다.
장동혁 대표는 10일 SNS(소셜미디어)에 "강남만 빼고 서울 집값이 싹 다 다시 올랐다. 이재명식 '서지컬 스트라이크'(특정 목표만 정밀하게 타격하는 것)인가"라며 "죽도록 미워하는 강남은 떨어졌으니 이재명은 웃고 있으려나"라고 썼다.
이어 "오늘부터 부동산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면 더 오를 것이다. 너도나도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전월세 시장은 이미 갈 데까지 갔다. 전세는 씨가 말랐고 월세는 작년보다 몇십만원씩 올랐다. 강북구는 26만원 올라서 99만원, 용산구는 69만원 올라서 무려 313만원"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선거만 끝나면 보유세 올리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폐지할 거다. 진짜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며 "이재명은 곧 죽어도 '부동산 정상화'라고 우긴다.이게 '정상'이라고 믿는 정신 상태가 '비정상'"이라고 밝혔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힘을 보탰다. 나 의원은 "과거 문재인 정권의 끔찍했던 부동산 실패가 '비극'이었다면 징벌적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이재명 정권의 아집은 국민을 두 번 죽이는 '잔혹극'으로 반복되고 있다"며 "다주택자 때려잡겠다며 호기롭게 칼을 빼 들었지만 정작 피눈물을 흘리는 것은 애꿎은 세입자와 무주택 서민들"이라고 했다.
함인경 국민의힘 대변인 역시 서면논평을 통해 "집은 죄악시하면서 빚내서 주식시장으로 가라는 듯한 위험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내 집은 막고 빚투는 괜찮다는 발상으로 국민 개개인의 삶을 어디까지 흔들 셈인가"라고 했다.
민주당도 즉각 맞섰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민의힘을 향해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길 바라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국민의힘은 집값 안정을 바라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집값은 폭등해서도 폭락해서도 안 되며 안정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기본적 입장"이라며 "국민의힘의 황당한 논리에 대한 우리 당의 반박 및 공식 입장은 추후 정리해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양도세 중과 등 이슈가 6.3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선거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이슈가 결합해 유권자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므로 개별 이슈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인과관계를 확인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해당 이슈를 개별적 혹은 독립적으로 평가해 (선거 유불리에 따른) 조치를 할 생각은 없다"며 "큰 원칙과 방향대로 판단하고 일관성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세은 민주당 선임 부대변인도 전날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두고 징벌적 과세 운운하며 시장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왜곡한 악의적 선동이자 실정을 은폐하려는 태도"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는 예고된 정책 일정에 따른 정상적 절차"라며 "시장참여자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정책 일정을 두고 '갑작스러운 세금 폭탄'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려는 왜곡"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 '빚내서 집 사라'며 가계 부채를 폭등시키고 부동산 거품을 키웠던 국민의힘의 무능과 방임이 가격 왜곡의 씨앗이 됐음을 국민은 기억한다"고 했다.
임 부대변인은 "이제는 부동산 투기에 의존하는 위태로운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실수요자 중심 시장 관리와 건강한 금융자산 중심으로 자산 구조를 다변화하는 선진국형 경제로 도약해야 한다"며 "집은 돈을 불리는 투기 수단이 아니라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거주 공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