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서 놀줄아는 '깝권', 뮤지컬 속 존재감 '압권'

무대서 놀줄아는 '깝권', 뮤지컬 속 존재감 '압권'

이언주 기자
2013.05.11 07:40

[인터뷰]'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로 뮤지컬 데뷔한 조 권, "헤롯은 딱 내 역할!"

두 시간짜리 뮤지컬에 혼자 부르는 노래는 딱 한 곡, 모두 4번 등장하지만 나오는 시간을 다 합해봐야 10분이나 될까. 그런데 꽤 강렬했다. 그야말로 무대에서 한바탕 놀더니, 객석을 휘젓고는 사라졌다. '압권인데?'라는 생각이 스쳤다.

지난달 26일부터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헤롯왕으로 뮤지컬에 첫 발을 들인 아이돌 가수 출신 조 권(24)의 무대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헤롯왕 역을 맡아 공연중인 조 권 / 사진=구혜정 기자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헤롯왕 역을 맡아 공연중인 조 권 / 사진=구혜정 기자

"제가 올해 들어 가장 잘한 일 같아요. 이번 뮤지컬 작품에 출연하기로 한 것 말이에요."

지난 7일 오후, 헤롯왕으로 여섯 번째 무대를 앞둔 '뮤지컬 배우' 조 권을 만났다. 그는 "대학 진학 때 뮤지컬과를 지원하기도 했을 정도로 뮤지컬을 워낙 좋아했고, 꼭 도전하고 싶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다른 작품에 제안이 없었던 것은 아닐 터, 이번 헤롯 역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다.

"이 작품 유투브 영상을 찾아보다가 '이건 딱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촬영에 가수활동에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이 역할이라면 잘 소화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거든요."

좀 더 비중 있고 자주 등장하는 역할이 아니라 아쉽지 않느냐고 묻자, 특유의 표정과 몸짓으로 손사래를 친다. 망설임도 없이 똑 부러진 대답이 돌아왔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다른 배우들이나 작품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해야죠. 관객들에게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좋은 무대를 보여드려야 하고요."

20대 초반의 대한민국 아이돌 출신 배우들. 그 끼와 노력, 열성에 대해서야 누구라도 부인할 수 없겠지만 유명세를 타고 다른 장르로 너무 쉽고 빠르게 진출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염려와 함께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그의 모습이 마주한 이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일단 '아이돌'이라 하면 선입견 갖고 보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 실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활동하는 친구들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부담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제가 그런 선입견을 깰 수 있을까 걱정도 됐고요.. 정말 잘 해서 길을 터놔야 다음에 다른 아이돌이 뮤지컬을 할 때 관객들이 긍정적으로 봐주시지 않겠어요?"

명량하고 유쾌한 '깝권'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또박또박 조리 있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모습은 성숙미 마저 느껴졌다. 인터뷰 내내 '참 똑똑하면서도 신중한 아이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매회 공연을 할 때마다 다른 연기를 펼친다. 요염하면서 중성적인 헤롯을 보여주기도 하고, 강렬하고 표독스럽게 연기할 때도 있다. 때론 힘을 과시하며 남성적인 헤롯으로 분한다. 이번 뮤지컬의 연출을 맡은 이지나 연출가가 그를 두고 '6색 매력이 넘친다'며 '천재'라고 극찬했다는데, 직접 무대를 보고 나면 수긍이 간다.

'천재'라는 칭찬을 들었을 때 어땠냐고 묻자, 멋쩍어하면서도 "사실은 어제 김혜수 누나한테도 그 얘길 들었어요"라고 은근히 자랑을 한다. 13년 전, 조 권이 영재육성 오디션에 나갔던 영상에서 춤추는 모습을 보고 얘기했다는 것. 그는 요즘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계경우 역으로 김혜수 등과 함께 출연 중이다.

거의 잠도 못자고 많은 일정을 소화하지만 함께 하는 선배·동료 배우들, 제작진들이 좋아서 마냥 신이 난단다.

"세상에~ 드라마 팀이랑 단체 카톡(카카오톡)을 하는데, 거기 김혜수가 있다니까요? 이게 꿈이야 생시야~ 전 요즘 너무 좋아요!"

(이런 기분 탓인지 젊음이 좋은 건지, 잠을 못 잔 피부치고는 고와도 너무 고왔다.)

그에겐 넘치는 끼와 재능만 가진 연예인의 모습뿐만 아니라, 자신의 꿈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계획성 있게 준비하는 진지한 '배우'의 모습이 보였다.

"앞으로 저에게 맞는 좋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거에요. 나중엔 '이 역할은 조권밖에 안 어울려'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면서 제 이미지를 만들어가야겠죠. 조승우 선배님처럼?···."

야무진 그를 보니 어쩌면 '뮤지컬계에 좋은 배우 한명 얻게 됐구나'싶기도 했다. 작은 역할도 크게 만들어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가는 그는 뮤지컬 <캣츠>에서 섹시하고 매력적인 고양이 '럼텀터거' 역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내비췄다.

"제 배역이다 싶으면 '확!' 물어버릴 거예요. 하하"

조 권은 뮤지컬에 이어 나중엔 영화도 꼭 찍어보고 싶다고 했다. 로맨틱코미디 작품이라면 그와 잘 어울리지 않을까? / 사진=구혜정 기자
조 권은 뮤지컬에 이어 나중엔 영화도 꼭 찍어보고 싶다고 했다. 로맨틱코미디 작품이라면 그와 잘 어울리지 않을까? / 사진=구혜정 기자
뮤지컬 배우로 첫 작품을 공연 중인 조 권은 "제 본업과 본질은 가수지만, 이런 끼를 가지고 가수로만 살기엔 아깝다는 생각일 들었다"며 "이번 무대가 단지 이벤트성이 아니라 꾸준히 뮤지컬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 사진=구혜정 기자
뮤지컬 배우로 첫 작품을 공연 중인 조 권은 "제 본업과 본질은 가수지만, 이런 끼를 가지고 가수로만 살기엔 아깝다는 생각일 들었다"며 "이번 무대가 단지 이벤트성이 아니라 꾸준히 뮤지컬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 사진=구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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