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대 시인의 특별한 문인화] 기억에 대하여···

[김주대 시인의 특별한 문인화] 기억에 대하여···

김주대 시인문인화가
2014.03.11 07:40

<10> 우묵한 봄

[편집자주] "나는 세상의 풍경을 읽는 자가 아니라 풍경 속의 일부가 되어 풍경과 나란히 걷고 있는 자이다."(김주대 시인)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는 얇디 얇은 울림판 같은 몸을 가진 그는 모든 존재를 의미 있는 기호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는 풍경 속에서, 거대하게는 우주의 근원에서 솟구쳐 오르는 어떤 징후를 감지하고 광인처럼 소리치는 사람이다. 생의 우연한 순간에 마주친 모든 존재가 그에게 가서 그림이 되고 시가 된다. 그의 문인화가 특별한 이유이다.

시간은 매 순간 일어나는 사건과 함께 우리 몸 안에 축적된다. 축적된 시간은 다시 기억을 만드는데, 기억은 흘러간 과거가 아니라 살아있는 현재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의 사람을 '현재' 알아보고 그의 이름을 부르기도 하며, 오랜만에 만난 '과거'의 사람을 보고 반가움의 눈물을 '현재' 흘리기도 하는 것이다. 기억은 시도 때도 없이 현재에 출몰한다.

과거를 기억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의 모습을 모든 사물에게로 확장시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의외로 많은 것들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혼자 생각이지만, 사물도 기억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물의 기억은 형태로 축적되는데 변형된 형태를 잘 보면 사물의 기억을 읽어낼 수 있다.

공항 근처 폐가 옆을 지나가다가 버려진 소파를 우연히 보았다. 소파 한가운데가 우묵하게 들어가 있었다. 주인이 앉았던 자리일 것이다. 그 곳에 흙먼지가 쌓여 작은 풀이 꽃을 피웠다. 몽당연필이 주인의 곱은 손을 그리워하듯 버려진 소파도 풀꽃을 피워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그러고 보면 세상의 모든 우묵한 데는 어떤 기억이 고여 있는 것 같다.

과거, 현재, 미래로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유한한 인간의 감각이 만들어낸 인식일 뿐이다. 시간은 어쩌면 흐르지 않고 그냥 음악처럼 제자리에서 춤을 추고 있는 지도 모른다. 버려진 소파 위에서 풀꽃과 함께 춤을 추는 시간. 과거는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출몰하여 우리에게 음악처럼 눈물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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