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 김동선 중소기업청장
최근 '친서민'과 함께 '대기업·중소기업 상생문제'가 정부의 최우선 국정이슈로 떠올랐다. 어두운 글로벌 금융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도 서민층과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는 회복의 온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중소기업 상생'과 관련해 정부는 곧 관계부처 합동으로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중소기업계의 산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을 만나 중소기업 문제해결을 위한 구상을 들어 봤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문제가 최근 주요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환율 등 경제여건은 수출중심의 대기업에게 구조적으로 수익이 많이 발생하게 돼 있습니다. 이 구조가 바람직해지려면 수익을 중소기업에게 공정하게 나눠줘야 합니다. 이게 잘 안되니까 중소기업의 품질은 떨어지게 되고, 수익률 저하에 따라 인력채용도, 기술개발도 안 되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나쁜 품질의 부품을 조달받아 완성품을 만드는 대기업의 경쟁력도 함께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수출경쟁력을 갉아먹는 겁니다. 이 때문에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하청기업은 주로 원자재를 수입해서 부품 만드는데,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이를 단가에 반영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기업은 거의 해 주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전자나 현대차 모두 이익률이 10%가 넘습니다. 이들과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업체는 괜찮습니다. 2·3차 협력업체의 이익률은 2~3%대가 많습니다. 이래서는 기업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1차 벤더와 이들의 하청업체인 2·3차 벤더 간 거래에 문제가 있습니다. 대기업도 1차 벤더만 신경 쓰지 말고, 2·3차 벤더까지 포괄적으로 불공정거래 관행을 근절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기존의 하도급법 적용이 1차 협력업체에 국한됐다면, 이제는 그 밑의 업체까지 적용하자는 이야기입니다.
-그리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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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기업 총수가 관심을 가지고 기업 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현재 인사고과 등 평가시스템이 원가절감, 수익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구매담당 임원이나 사장은 쥐어짤 수 밖에 없습니다. 얼마나 중소기업과 상생하고 수익을 보장 했는지, 인력을 빼내가지 않았는지 평가지표에 반영했으면 합니다. 잘못된 관행에는 '패널티'를 주는 제도를 만들고, 대기업 상생지표를 만들어 발표하려 합니다.
-중소기업이 노력할 부분은 없는지요.
▶중소기업들도 사장들의 행태를 보면 아직 갈 길이 먼 곳도 많습니다. 자체적으로 중소기업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거지요. 무엇보다 기술개발과 글로벌 마케팅 능력이 필요합니다. 국내시장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종속관계를 탈피하지 못하는데, 기술이 있으면 충분히 수출 등을 통해 자기수익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 2가지 능력이 없으면 영원히 구조적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정부의 상생노력에 대기업들의 분위기도 좀 바뀌었나요.
▶상생협력 협약을 많이 맺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1차 협력업체 뿐 아니라 2, 3차간 협약도 다 맺었습니다. 최근 상생전진대회를 연 한국전력은 하청업체들에 대한 기술지원 뿐 아니라 수출을 돕기 위한 지원팀까지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기업문화로 정착돼야 합니다.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좀 보완했다고 여기서 그냥 끝내면 안됩니다. 개선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중소기업 상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없을까요.
▶문화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마인드를 확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올라설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마인드' 입니다. 미국의 '카우프만 재단'의 예를 들겠습니다. 혁신적 마인드를 가진 큰 기부자가 이 재단을 만들기 위한 시드머니를 제공했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기업가 정신을 키우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우리도 3만 달러 수준으로 올라가려면 지금 단계에서 정신과 문화를 바꾸는 재단이 필요하다고 판단, 얼마 전 방침을 정했습니다.
-한국형 카우프만 재단을 만든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대기업이 큰 돈을 출연해서 재단을 만들고, 중소기업·대기업 상생 등 정신교육과 사회에 좋은 일들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시작은 정부와 민간이 같이 합니다. 벤처 1세대와 벤처기업협회를 중심으로 정부 출연을 받아 재단을 만들 예정입니다. 내년 정도 출범할 예정이며, 잠정적인 명칭은 '창업기업가정신재단' 입니다.
-최근 벤처기업 육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습니다.
▶좋은 중소 강소기업이 많이 생겨나야 합니다. 좋은 기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고 시책을 마련하지만, 이보다 교육이 먼저 선행돼야 할 겁니다. 1세대 벤처인들이 한참 잘 나가다가 투자자들에게 많은 손해를 끼치고 나서부터 우리나라에서 번체기업의 이미지는 별로 좋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1기 벤처대책이 나름대로 성과는 있었지만, 그 기업들을 중견·대기업으로 키우는 것은 실패했다고 봅니다. 이번에는 이런 기업들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제대로 해 보려 합니다.
-청년실업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런지요.
▶바로 '미스매칭'의 문제입니다. 일자리가 있어도 청년들은 안 가고, 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근본적 문제는 82~83%에 달하는 높은 대학진학률입니다. 자기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못 찾고 있습니다. 대학개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 청년들이 벤처기업에는 아직 안 갑니다. 앞으로 좋은 기회가 벤처나 기술력 있고 좋은 지식기반 산업의 중소기업에 마련될 것이고, 이를 통해 취업이나 창업 기회가 많이 생길 것으로 봅니다.
-정부가 중견기업 육성에도 나섰는데요, 중소기업과 명확한 구분이 있는지요.
▶중소기업에 대한 카테고리는 정해져 있습니다. 업종별로 기준이 다 틀리지만, 대체로 제조업은 300명 이하, 또는 자본금 80억 이하입니다. 여기서 하나라도 올라가면 대기업이 되는데, 이제 중견기업에 대한 카테고리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에 대한 범위도 재검토되야 할 겁니다. 중기청은 좋은 예비 중견기업들 육성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중소기업에서 졸업하지 않기 위해 회사를 쪼개는 사례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앞으로 위장기업은 많이 잡힐 겁니다. 내년 2월부터 관계회사 제도가 도입될 건데, 실제 종업원수와 자본금, 매출 등을 산정해 낼 겁니다. 이렇게 되면 위장 중소기업이 상당히 줄어들게 될 겁니다.
-SSM(기업형슈퍼마켓)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제도적으로 거의 막바지에 와 있습니다. 이번 정기 국회 때 마무리한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제도나 법을 조금 바꿔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영세 유통업자들의 자생력을 어떻게 키워줄 것이냐가 더 큰 과제입니다. 전통시장의 경우, 공동구매제도 등을 통해 유통단계 과감히 축소하고, 산지에서 직접 물건을 들여와서 싸게 판매하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