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성자본 차단하지만 환율 상승, 은행 수익성 악화될 듯
정부가 오는 19일 거시건전성 부과금, 일명 은행세 도입 방안을 발표한다. 또 내년 1월에 선물환포지션 한도 추가축소 등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막기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는다.
전문가들은 은행세 도입으로 달러 유동성이 줄어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상승(원화가치 하락)하겠지만 장기적인 하락(원화가치 상승) 추세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지만 부담금 세율이 낮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세 19일 공식 발표=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오는 19일 은행세 도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장에 충격이 가도록 하지 않겠지만 대상은 폭넓게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투기성 자본 차단을 위한 조치를 차근차근 밟고 있다. 1단계로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를 내년부터 부활키로 했고 2단계로 오는 19일 은행세 도입, 3단계로 내년 1월에 선물환포지션 한도 추가 축소를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세는 부담금 형태로 도입된다. '세금'이 갖는 불편한 뉘앙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다. 부담금 수준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사례와 금융회사들에 미치는 파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미국은 내년부터 자산 500억달러 이상의 대형 금융사의 비예금성 부채에 0.15%를 부과키로 했고, 영국은 자본과 예금을 제외한 부채에 대해 0.075%의 세율을 부과했다. 이와 관련, 은행세가 10bp(0.1%) 이하 수준으로 부과되고, 대상은 단기 외채뿐만 아니라 중장기채에까지 확대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 교란 요인을 감안, 단기와 중장기 외채 간 차등 부과율 도입이 검토될 전망이다.
◇ 은행세, 왜 도입하나=정부가 은행세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미국 등에서 흘러나온 투기성 단기자본이 우리 자본시장을 교란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외환거래와 관련된 비예금성 부채에 부과되는 은행세는 투기자본 유입을 차단하는 유효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은행이 이자가 낮은 외화를 무분별하게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 조정 역시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 정부는 외국계은행 국내 지점의 선물환 거래가 환율 변동폭을 키우는 주요 원인이라는 판단에 따라 지난 10월부터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국내 은행은 자기자본의 50%, 외은지점은 25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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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분기별로 외은지점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50%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해 내년 1월부터 125%까지 낮출 수 있다. 이 경우 외은지점이 들여올 수 있는 단기 외채 규모가 크게 줄어들게 돼 급격한 자본유출입이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외화차입 줄고, 환율 상승 =은행세가 도입되면 은행의 외화차입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선물환 포지션 규제가 외화차입을 줄여 원/달러 환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던 만큼 은행세 도입은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외은 국내지점들이 단기외채 비중을 줄여가고 있어 은행세 부과의 파급력이 시간이 지날 수록 완화되고 원화 강세 방향성에도 변함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조치는 은행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단기외채에 더해 그간 권장돼 온 장기 차입에까지 은행세를 물리는 건 과하다고 본다"며 "조달 비용이 높아져 은행의 수익성도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담금 세율이 현재 거론되는 0.1% 미만으로 결정될 경우 은행의 외화대출 영업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견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