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미세먼지는 어디서? 몽골 사막, 중국 공단 가봤더니..

[르포]미세먼지는 어디서? 몽골 사막, 중국 공단 가봤더니..

울란바타르·자민우드(몽골) 기자, 오르도스·베이징(중국)=김평화
2014.05.09 06:00
[편집자주] 연일 한반도를 괴롭히는 미세먼지의 근원을 찾아 7박9일간 1만리(4000Km) 여정에 나섰다. 황사의 발원지인 고비사막의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 1700Km를 횡단했다. 이곳에서 만난 모래바람과 함께 중국 국경을 넘었다. 중국 북부 대규모 공업지역에선 호흡을 괴롭게 하는 잿빛 하늘과 마주쳤다. 모래바람은 대기오염물질을 태우고 한반도로 이동한다.
몽골 고비사막에서 만난 아이들. 수시로 들이닥치는 모래먼지에도 해맑은 동심은 잃지 않았다./사진=김평화 기자
몽골 고비사막에서 만난 아이들. 수시로 들이닥치는 모래먼지에도 해맑은 동심은 잃지 않았다./사진=김평화 기자

#지난달 14일 오후 몽골 자민우드 솜(군 단위). 마을 아이들은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해맑은 표정의 아이들의 발은 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처럼 푹푹 빠졌다. 발걸음 뒤에는 모래먼지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중국과의 국경에 위치한 고비사막 끝자락, 몽골에서 황사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이다. 마을은 온통 모래로 뒤덮였다. 쌓인 모래는 4미터 정도의 담벼락 키를 넘어섰다. 나무들은 앙상하게 메말랐다.

몽골 고비사막에서 만난 아이들. 수시로 들이닥치는 모래먼지에도 해맑은 동심은 잃지 않았다./사진=김평화 기자
몽골 고비사막에서 만난 아이들. 수시로 들이닥치는 모래먼지에도 해맑은 동심은 잃지 않았다./사진=김평화 기자

#같은 달 16일 오전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오르도스시 다라터기 화력발전소. 240미터 높이의 굴뚝 8곳에서는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뭉게구름처럼 풍성한 매연은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뿌옇고 흐린 하늘에 눈이 따가웠다. 타는 듯 매캐한 향이 코에 닿았다. 목은 가시가 걸린 듯 칼칼했다. 마스크는 소용없었다. 오후에는 비가 내렸다. 대기오염물질은 사라지지 않았다. 바닥에는 잿빛 빗물이 고였다. 이곳의 미세먼지는 고비사막의 황사와 섞여 한국으로 향한다.

4월 16일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오르도스시 다라터기 화력발전소의 모습. 이곳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은 미세먼지가 돼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향한다./사진=김평화 기자
4월 16일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오르도스시 다라터기 화력발전소의 모습. 이곳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은 미세먼지가 돼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향한다./사진=김평화 기자

대한민국은 황사와 미세먼지로 시름을 앓고 있다. 최근 몽골의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공업지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도 늘고 있다. 한반도의 황사 피해가 커지는 이유 중 하나다.

◇한반도 황사, 53~71%는 '몽골産'

정부의 ‘황사피해방지종합대책’과 기상청의 2011년 한중 공동관측소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 유입황사(미세먼지의 일종)의 최대 발원지는 중국이 아닌 몽골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황사 중 53~71%가 몽골의 사막에서 날아온다.

몽골의 사막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몽골 국토의 78%가 사막화됐거나 사막화될 위기다. 4월13일 몽골 남부 고비사막 바얀자그 지역을 찾았다.(바얀자그는 몽골어로 '나무가 많다'는 뜻) 황토지형의 침식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이름과 달리 나무는 전혀 없었다. 관광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아름다운 모습과 달리 위기를 맞고 있다. 황토 지형은 손으로 움켜쥐면 으스러졌다.

몽골 우문고비 아이막 볼간 솜 시레사우르(붉은언덕). 사막화로 인해 침식이 진행되고 있다./사진=김평화 기자
몽골 우문고비 아이막 볼간 솜 시레사우르(붉은언덕). 사막화로 인해 침식이 진행되고 있다./사진=김평화 기자

고비사막에서 날아오는 모래는 나무의 뿌리를 덮었다. 이곳은 척박한 땅으로 변했다. 마을 주민인 아디아바트르씨는 "30~40년 전까지는 숲이 우거져 사람이 낙타를 타고 들어가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며 "유목민이 나무를 베어버리고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이렇게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몽골 환경녹색개발부의 통계에 따르면 10년 전 5000여개였던 몽골의 호수는 사막화로 인해 최근 2000여개 수준으로 급감했다. 고비사막을 이동하면서 말라붙은 호수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아시스'를 찾기는 어려웠다. 고비사막의 황사발생빈도는 최근 20년 새 3배가량 늘었다.

몽골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80년 동안 세계 평균기온이 0.74도 오르는 사이 몽골의 평균기온은 2.1도나 올랐다. 잉크툽신 몽골 기상청장은 "최근 10년 사이에 사막화가 심각해지면서 황사도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몽골에서 발생한 황사가 중국을 거쳐 한국까지 간다"고 덧붙였다.

고비사막을 횡단 중인 SUV 차량들. 차량 바퀴 뒤로 모래바람이 일고 있다./사진=김평화 기자
고비사막을 횡단 중인 SUV 차량들. 차량 바퀴 뒤로 모래바람이 일고 있다./사진=김평화 기자

◇중국에선 미세먼지를 싣고..

고비사막의 황사가 한반도로 향하는 길목엔 중국 북부 공업지역이 있다. 대기오염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곳이다. 미세먼지에 덮여 연중 맑은 날이 없는 지역이다. 다라터기 건설국 직원 양후이씨(35)는 "공장이 생기면서 오염이 심각해졌다"며 "최근 몽골에서 온 황사의 영향이 심했다"고 말했다.

네이멍구자치구 다라터기 경제개발지구 공단에는 2001년부터 기업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60헥타르 넓이의 공단엔 정유, 화력발전소, 제철, 화공, 건설자재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들이 수십 개 들어서 있다. 인근 다라터기 화력발전소의 규모는 3180MW. 아시아 전체를 놓고 봐도 손에 꼽힐 정도다. 공단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7년까지 베이징의 모든 석탄화력발전소의 문을 닫을 계획이다. 발전소들은 이곳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주중 한국대사관 환경관에 따르면 중국의 이산화황 배출총량은 2012년 기준 2117만6000톤, 질소산화물 배출총량은 2337만8000톤이다. 466개 도시 중 산성비 발생 도시는 215개로 46.1%다. 대기오염물질은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베이징의 경우 기준치를 넘는 초미세먼지(PM-2.5)가 측정되는 날이 1년의 40%를 넘는다.

중국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녹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공단을 둘러쌓는 조림을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차이오젠펑 다라터기 건설국장은 "비정부기구(NGO)와의 협력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경 없는 미세먼지, "책임 인정하고 관련국 공조해야"

황사와 미세먼지에는 국경이 없다. 몽골에서 황사가 발생하면 1~2일 뒤 중국에서 그 영향이 나타난다. 그리고 2~3일 뒤엔 한국에서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식이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환경전문가인 허커빈 칭화대 교수는 "중국, 한국, 일본의 미세먼지가 전체적으로 심한 날이 있는데 중국에서 날아가 그런 것이 아니고 동북아 지역의 기후적인 특성 때문"이라며 "중국에서 날아간 건지 한국에서 자체적인 비율이 얼마인지 아직 연구가 안돼서 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가 간 공조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다.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제16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한국과 중국은 △대기오염물질 관측자료 공유 △대기오염 예보모델 공동연구 △과학기술 인력교류 등 대기오염문제 대응을 위한 협력 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중국 측은 74개 도시의 초미세먼지 측정 정보를 공유키로 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몽골의 사막화도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몽골은 경제난에 지속적인 식수사업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국제연합(UN), NGO 등에서 조림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나무가 말라죽는 일이 많다. 산자수레긴 어윤 몽골 환경녹색개발부 장관은 "주변국과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나무심기"라며 "온난화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지원: 한국환경공단]

한국환경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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