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폭탄', 학생이 사라진다]②내국세와 연동되는 교육교부금, 학생 감소해도 예산만 늘어...
"줄어드는 학생수와 늘어나는 노령인구를 감안해 교육예산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 장·차관을 비롯해 예산실 관계자들이 매년 예산철만 되면 하는 얘기다. 예산당국에서 흘러나오는 이런 목소리는 올해 더 커졌다. 1년 새 초·증·고 학생 수가 20만명 넘게 줄어서다. 정부는 학생수는 계속 주는데도 예산이 늘고 있는 현 시스템이 우리나라 예산 체계를 왜곡시킨다고 판단한다.

◇학생수와 상관없이 증가하는 교육재정
우리나라 교육재정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수와 무관하게 교육예산으로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교부금이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기관과 교육 행정기관(그 소속기관 포함)을 설치·운영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말한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매년 내국세의 20.27%를 교부금 명목으로 각 지자체 교육청에 할당한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세수 역시 늘어나기 때문에, 교부금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2005년 23조7000억원이었던 교부금은 2010년 32조3000억원, 2015년 39조4000억원, 올해 43조2000억원(추가경정예산 1조9000억원 포함)으로 뛰었고, 내년엔 46조원이 될 전망이다. 세수가 부족했던 2014~2015년에 소폭 감소한 걸 제외하곤 매년 증가추세였다.
이런 가운데 학생 수가 줄다 보니 학생 1인당 교부금 증가세는 더 가팔랐다. 2000년만해도 22조원이었던 교부금은 2015년 39조4000억원을 기록했고, 2020년엔 5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초·중·고 학생 1인당 교부금은 ‘277만원(795만명)→640만원(609만명)→1082만원(545만명)’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난다. 20년간 학생수는 250만명 줄지만, 교부금은 세배 가까이 증가하는 계산이 나온다.

◇예산을 어디에 쓰길래...명예퇴직금도 없는 교육계
이처럼 초·중·고생 1인당 평균 교부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정부 지출 중 공교육(초·중·고) 비중은 1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4%)보다 높다. 유아 부문은 OECD 평균이 1.1%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0.5%로 턱없이 낮고, 대학 역시 우리나라(2.6%)가 OECD(3.2%)에 못 미친다.
따라서 교부금을 다양한 교육 수요 계층을 위해 활용하는 쪽으로 예산편성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사수 축소, 학교통폐합 등 교육분야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교사가 명예퇴직을 신청하려고 해도 이를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각 교육청의 예산이 없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예산 부족으로 명예퇴직 신청자 5057명 중 퇴직이 수용된 인원은 3987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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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된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지방 교육청이 재정에 여유가 생겼지만, 퇴직금 등 인건비 지원은 뒤로 하고 각 교육감들의 공약 사업이나 다른 신규 사업에 돈을 쓰기 때문이다. 예컨대 곽상도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이 교육감 관사 건립과 교장·직원 해외연수 비용으로 52억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곽 의원은 경기도교육청이 2014년부터 매년 각종 교육감 핵심 공약사업에 3400억~45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고 비판했다.
경기도교육청이 ”공약사업 예산의 74% 이상은 노후학교 시설교체 등 교육환경 개선사업비고, 지극히 일상적인 교육사업이지 예산낭비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베이비부머 교사의 은퇴시기가 곧 도래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책도 세워야 한다”며 “저출산 문제는 결국 재정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우리 사회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국세와 연동되는 교부금 수술 필요”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학생 수가 줄어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교육예산 체계를 바로 잡아 야한다고 한결같이 강조한다. 줄어드는 학생수와 늘어나는 노령인구를 감안해 교육교부금에 대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방재정교부금법을 손질해 내국세의 20.27%인 교부금 비율을 인하하는 방안과, 지방교부세법을 고쳐 교부금과 지방교부세를 연계하는 방안, 각 지방대학에 교부금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국민들의 세금인 예산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하지 말고,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는데도 교육예산을 늘려야 한다면, 왜 늘려야 하는지 또 어떤 부문에 어떻게 투입할지 명확히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석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장은 ”교육재정이 학생 수와 상관없이 매년 세금에 비례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 재정은 우선순위가 중요하기 때문에, 기재부가 균형을 잡고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