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획재정부 차관들의 인연

[기자수첩]기획재정부 차관들의 인연

세종=정현수 기자
2017.01.20 06:48

기획재정부 최상목 1차관과 송언석 2차관은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다. 두 사람은 행정고시 29회로 옛 재무부에서 나란히 관료생활을 시작했다.

관료로서 걸어온 길은 기재부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 통합돼 설립된 재정경제원은 1998년 재정경제부로 개편된다.

1999년에는 기획예산처가 신설된다. 최 차관은 재정경제부의 요직을 거쳤다. 송 차관은 기획예산처에서 재정 전문가로 거듭 났다.

‘따로 또 같이’를 연상시키는 두 사람은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돼 기획재정부가 되면서 한지붕 아래 모였다. 두 사람은 세종시대가 열리면서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서 같이 살았다.

동거 생활은 2015년 10월 송 차관이 기재부 2차관으로 승진하면서 끝났다. 송 차관이 먼저 방을 뺐다. 최 차관은 3개월 후 기재부 1차관이 됐다. 기재부를 대표하는 두 관료의 인연은 이렇게 길고 깊다.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기재부 조직개편안을 보면서 두 사람이 가장 먼저 떠 오른 것도 이런 사연 탓이리라.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기재부 조직개편안의 골자는 덩치가 커진 기재부를 쪼개는 것이다. 예산 부문을 분리하자는 안이 주로 거론된다.

경제정책 등을 담당하는 1차관 라인과 예산 등 재정을 맡고 있는 2차관 라인이 2008년 이후 ‘화학적 결합’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예산처가 독립할 가능성은 실제로 적지 않다. 야당 내에서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이뤄지는 부처 조직개편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곱씹어 봐야 한다.

기재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조차 기재부의 연혁을 익히는 건 쉽지 않다. 재무부,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등 엇비슷한 이름들의 향연이 이어져 온 탓이다.

반면 미국 재무부는 1789년 출범 이후 한번도 이름이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뗐다 붙였다’를 반복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정책의 내용이고, 부처의 존재형식은 부차적인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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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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