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부동산 과열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가 충분히 됐다.”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한 말이 분분한 논란을 낳았다.채권시장에선 총리의 언급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으로 받아들였다. 말이 나오자 마자 채권금리가 급상승하는 등 채권시장이 요동쳤다. 실제 여권에서 “9·13 부동산 대책을 뒷받침할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총리와 여권이 금리인상을 해야 하는 이유로 부동산시장 과열을 든 것을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저금리 기조로 시중에 풀려 있는 풍부한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집값을 끌어 올린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시중 유동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한국은행의 M2(광의통화)는 지난 6월 기준 2622조원으로 2014년(2009조원)보다 600조원이 늘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2014년부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5차례 내렸고,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빚내 집 사라’는 정책을 펼쳤다.
그렇지만 한은은 금리인하만이 부동산가격 급등의 이유라고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금리 외에도 수급 등 다양한 요소가 집값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이 총리의 발언에 대해 “최근 주택가격 상승은 전반적인 수급 불균형, 특정 지역 개발 계획에 따른 기대 심리가 다 같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주택가격 안정 및 거시경제 안정, 금융안정을 위해 중요하지만 부동산 가격 안정만을 겨냥해 할 순 없다”고도 했다. 만약 한은이 정부와 여당의 주장대로 서울과 수도권 등의 부동산시장 상황을 보고 금리를 결정할 경우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한은은 금리를 올려 시장의 유동성을 줄이면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투자가 줄어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15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도 고려해야 하고, 특히 82조7000억원(지난해 말 기준 150만명)에 이르는 취약차주의 부채를 특히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출이 많은 가구의 이자 부담은 소비악화로 직결돼 경기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최 전 부총리의 ‘척하면 척’이란 말에 한은이 반응한 데 이어 이번 정부 들어서도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자주 접촉한 것을 두고 정무적 판단을 하다 금리를 올릴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 지난해 성장률이 3%대로 올라섰을 때 인상속도를 냈으면 지금 운신의 폭이 컸을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엔 한은이 겉으로 통화정책 운영의 복잡성과 전문성을 강조한 것과 달리 정부에 끌려 다녔다는 의심이 깔려 있다. 한은이 진정으로 중립성과 독립성을 존중받으려면 이런 의혹의 빌미를 더는 주지 말아야 한다. 하나를 얻기 위해 아홉을 잃어선 안 된다.